아까 영상 인터뷰 때도 지금껏 맡은 역할 중에 〈라이브〉(노희경 각본 작)의 염상수가 가장 애정이 간다고 했어요. 모든 역할이 다 소중하다고 계속 정정하긴 했지만.
일단 촬영하면서 저도 사명감 같은 걸 배운 것 같고요. 왜 굉장히 성실한 캐릭터인데 그 성실함이 의도와는 다르게 실수로 연결되고 사고를 일으키고 그러잖아요. 염상수란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염상수는 그 성장 과정이 좀 들이받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 게 제 성격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니까 하면서도 더 재미있고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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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우 이광수에게 ‘투지’가 있다고 들었어요. 마침 아까 제가 노희경 작가의 인용구에서 빼먹은 문장이 딱 이랬거든요. “저 사람(이광수)의 투지를 좋아한다.” 광수 씨의 언어로 옮기자면 뭘까요, 그 투지란 게?
저는 늘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 끝이라는, 그런 느낌으로. 어떻게 보면 성실과 최선이 저한테는 철칙 같은 거거든요. 예를 들어 연기를 하든, 〈런닝맨〉을 하든 촬영이 끝나고 나서 오늘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낀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어요.
와, 〈런닝맨〉은 벌써 10년 넘게 했잖아요. 그런데 단 한 번도?
물론 아쉬울 때는 있죠. 그래도 ‘오늘 대충 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태도를 노희경 작가님이 ‘투지’로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으로도 화제가 됐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해서. 두 번이나.
제가 받는 게 함께 후보에 오른 선배님들께 순간적으로 죄송했던 거죠. 사실 그 영화들도 제가 다 봤거든요. 거기 올라가니까 선배님들이 보이는데, 다들 웃으면서 축하해주시는 게 참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마지막 말씀이 더 인상 깊었어요.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제가 되겠습니다”라고 하셨죠. ‘배우’가 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배우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들렸어요.
네, 그런 느낌이 맞았던 것 같아요. 건강한 감동과 웃음을 작품을 통해서도 드리고 싶지만, 〈런닝맨〉에서도 드리고 싶고. 사실 저는 제 입으로 막 ‘배우 이광수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아니, 왜요? 배우는 직업이잖아요. 뭐, ‘아시아 프린스입니다’ 이런 말도 아니고.(웃음) 아직도 광수 씨한테는 배우라는 직업이 크게 느껴지는 걸까요?
사실 이유는 딱히 모르겠어요. 그냥, 저를 이렇게 보는 분도 있고 저렇게 보는 분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배우 이광수’라고 소개해버리면 그게 ‘나는 나를 이렇게 봐주면 좋겠어’ 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다른 분들이 저를 봐주시는 방향이 있다면 그걸 막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요.
연기와 예능 두 영역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광수 씨의 생각을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영상 인터뷰에서 팬들이 남긴 질문에도 그런 뉘앙스가 많았고.
어때요? 사람들이 계속 물으니까 광수 씨 안에서도 정리가 좀 되던가요?
아뇨. 사실 저는 그렇게 크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자리에서 질문을 받으면 말로 정리해서 답하는 것도 조금 어렵고요. 그냥 저한테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지내다 보니까.
배우에게 예능은 ‘양날의 검’ 같은 존재로 회자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인지도를 높이고 작품을 홍보하기에 좋은 창구이긴 한데,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두려운….
물론 그런 것도 있을 텐데, 저는 〈런닝맨〉을 통해서 저라는 사람을 제일 많이 알렸잖아요.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것도 일단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야 제 이미지란 게 생기고 그게 캐스팅에 영향을 끼치는 거니까. 제 경우에는 〈런닝맨〉 이전에는 굳어질 이미지조차 없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감사해요.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은 하지만, 저는 감사한 마음이 그보다 우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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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질문드리면서 좀 실례되는 말 같기는 했어요.
광수 씨한테 〈런닝맨〉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알 텐데, 2016년에 〈런닝맨〉 폐지 얘기가 나왔을 때 연예대상에서 울먹이며 수상 소감한 것도 다 봤고…. 제가 얘기하다 보니 이게 뭐, 배우 일에 장단점이 있다는 둥 하는 뉘앙스가 된 것 같아서요.
또 ‘예능’이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실제로 〈런닝맨〉 외에 참여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죠.
〈런닝맨〉에서는 멤버들이 저를 잘 끌어내주고, 잘 받아주고, 그런 것들을 좋아해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예능이 어려워요. 저를 불러주시는 건 〈런닝맨〉에서의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걸 텐데 갭 차이가 좀 생기더라고요. 저는 이 멤버들과 10년을 해온 거니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직 그런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평상시 성격은 과묵하고 섬세한 편이잖아요. 그게 광수 씨 안에 ‘런닝맨 모드’ 같은 게 있어서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세트장 들어서서 멤버들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였군요.
그렇게 예능 프로그램 하나만 하는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능인 평판 순위에서 계속2위 정도로 꼽히더라고요. 1위는 뭐, 워낙 넘사벽이고. 예능인 이광수의 매력은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진짜 잘 모르겠어요. 제가 봐도 다른 분들 다 정말 최선을 다하거든요. 저보다 몸 안 사리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제가 편하게, 되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건가 싶기도 해요. 음, 친근해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좀 동생 같기도 하고,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예능 PD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런닝맨〉의 광수를 기대하는 연출자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런닝맨〉의 모습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도 있고, 그런 면을 좀 녹였으면 좋겠다는 감독님도 있죠. 저는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어요.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와 예능을 병행하는 이광수의 생각 part.1 더 보러가기〉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