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와 세계적인 건축물 4
세계적인 브랜드의 시계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만든 공간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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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의 집
」IWC
IWC는 시작부터 여타 스위스 회사와 조금 달랐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대부분 유럽인이 스위스의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창립했다. IWC는 미국인 사업가가 스위스의 독일어권 지역에 세웠다. 그래서인지 IWC는 창립 1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일반적인 스위스 시계에 비해 직선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모습이다. IWC 시계의 특징은 신축 공장 건물에서도 드러난다. 이 지면에 실린 스위스 시계 회사의 건축물 중 IWC만 외관에 곡선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장식적이라는 점 역시 IWC 시계를 닮았다.
그 결과 IWC 공장에서 가장 빛나는 건 특정 건축가가 아닌 IWC라는 브랜드 자체다. IWC는 미스 반데어로에로 대표되는 바우하우스 공간 구성을 공장에 구현하며 자신들의 표현대로 ‘시계의 신전’을 만들어냈다.
IWC는 시계 공장을 대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CEO 그레인저헤어는 공장 건축 단계에서 유럽의 모든 자동차 공장을 다니며 고객에게 공장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연구했다. 그 결과 이 공장을 찾은 사람들은 시계가 만들어지는 각 과정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그렇지 않은 시계 공장도 많다). 이 역시 고도의 계산이다. “우리는 기능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걸 팝니다. 시간을 정확히 알기 위해 제품(기계식 시계)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는 고객의 정체성과 고객의 기쁨을 만드는 겁니다.” 그레인저헤어는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씀. IWC가 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VACHERON CONSTANTIN
바쉐론 콘스탄틴은 공장을 두 부분으로 갈랐다. 그 이유를 알려면 스위스 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시계 역시 여느 기계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한다. 스위스 시계업체는 대부분 제네바 북부에서 50km쯤 떨어진 발레드주 지역에 모여 있다. 아직도 시계의 모든 부품을 손으로 세공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부품 공장 역시 이 지역의 라브라수스에 따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장에서 제작과 세공이 끝난 부품은 제네바 공항 근처의 플랑레와트로 이동한다. 이곳에 바쉐론 콘스탄틴의 본사 겸 조립 공장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 멋들어진 조립 공장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본사 겸 공장 건물은 멀리서 봐도 시선을 끈다. 유리로 이뤄진 외벽 위에 처마와 기둥 역할을 하는 금속 구조물이 얹혀 있는 모양새다. 이 인위적 구조물을 둘러싸고 약 15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내부 역시 자연재인 나무와 공업재인 유리를 함께 썼다. 눈에는 확 띄지만 기능적으로 모난 구석이 없고, 파격적이다 싶으면서도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최고의 멤버로 최고의 전략을 짜는 명문 야구팀 감독처럼 승리만을 추구하는 건축이다. 실제로 이 건물의 건축가인 베르나르 추미는 세계 건축계에서도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인물로 꼽힌다.
“우리는 바쉐론 콘스탄틴 측에 두 가지를 물어보았다.” 베르나르 추미와 바쉐론 콘스탄틴이 나눴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첫 번째는 브랜드가 기능적으로, 그리고 정체성 면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였다. 두 번째로 우리는 건축 전체의 역사를 포함해 21세기 초반의 건축에 대한 논쟁을 했다. 전통적인 건축 파사드를 점차적으로 대체하는 ‘엔벨로프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 엔벨로프란 건물 외피를 말하는 베르나르 추미식 개념이다. 건축주와 이 정도 토의는 해야 이렇게 인상적인 건물이 나오는 건가 싶다.
AUDEMARS PIGUET
오데마 피게 본사는 이 지면에 실린 건물 중 최신이다. 오데마 피게가 자사의 최신 박물관 겸 공방을 공개한 건 불과 얼마 전인 2020년 6월 말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세계 곳곳의 기자와 인플루언서를 불러들여 기사를 릴리즈하며 훨씬 더 큰 화제를 낳았을 테다. 그만큼 충격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의 오데마 피게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데마 피게가 어떤 회사인가. 20세기 초 시계 브랜드 시장을 뒤흔든 ‘쿼츠 쇼크’를 당시 개념으로는 말도 안 되게 고급 시계인 로열 오크로 이겨낸 컬트 럭셔리 회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오데마 피게는 자사의 새로운 건물을 유유히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이 건물의 특이한 점은 한둘이 아니라서 한 문장으로 줄일 수가 없다. 우선 기능적으로는 박물관인 동시에 공방. 박물관과 공방을 함께 뒀다. 그 발상 자체가 뭐랄까, 오데마 피게적이다. 땅을 파서 구조를 만들고 지붕에는 잔디를 심었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 사이에서 새 건물 티가 하나도 안 난다. 위에서 볼 때 드러나는 이중 나선형 실루엣으로 시계의 스프링 모양을 표현했다. 너무 직설적인 비유지만 뒤편에 있는 본사와 쉽게 연결되고, 내부 동선 역시 박물관 관람객에게도 편리하게 고안했다. 구조적으로는 도발적이게도 기둥과 벽이 없다. 도발의 배후에는 거장이 있다. 구글 캠퍼스와 뉴욕의 투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비야르케 잉엘스의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BIG)이 맡았다.
“시계 제작과 건축은 모두 형식이 콘텐츠예요.” 비야르케 잉엘스는 <월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스마트하게 이 건축의 의미를 설명했다. “시계와 건축의 형식과 내용 사이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 사실이 이 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오고요. 우리는 동시에 최소한의 재료를 쓰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거장은 어려운 걸 해내고 설명은 쉽게 한다. 사진만 봐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이 신기한 공간은 아직 예약제로 운영한다.
OMEGA
뤼 자콥-스탐플리 96번지, 비엔. 1882년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는 오메가 공장 주소다. 오메가는 19세기에 자신들의 고향에서 시작해 풍운의 20세기를 보낸 후 21세기에도 스와치 그룹의 톱 플레이어로 살아남았다. 이들은 스스로의 영광을 자축이라도 하듯 2017년 인상적인 신축 공장을 완공했다. 워낙 대형 브랜드인 만큼 오메가는 시계 생산 공정을 단계별로 나눴다.
T1이 무브먼트 생산, T2가 시계 제작, T3는 브레이슬릿 생산과 조립, T4는 포장 및 배송. T1 단계의 무브먼트 공장은 따로 있고 신축 공장에서는 T2부터 T4까지의 공정이 한 지붕 아래에서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21세기의 고급 시계를 만들기 위해 오메가는 귀한 건축가를 모셨다. 2014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다. 그는 고베 대지진 등의 재난 상황에 단가가 낮으면서도 효과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관 건축물을 설계하며 유명해졌다. 반 시게루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못을 사용하지 않는 동양의 목구조 건축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대담하게도 이렇게 소박한 습관을 세계 수준의 고가 시계 브랜드 오메가에서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건물 내부의 골조는 못을 쓰지 않고 나무로 짠 통나무 프레임이 받치고 있다. 최첨단 유리 외벽 옆으로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통나무 구조를 보면 신기하다.
스위스의 고급 시계 공장 건축은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스위스 전통과 첨단 기술을 함께 반영해야 하고, 극단의 효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건축가는 자연 소재를 쓰고 싶어 했지만). “먼지는 시계 생산의 적이라서 시계 공장에 나무를 쓰는 건 좋지 않아요”라고 <와이어드> 기사에서 오메가의 공장 가이드가 말했다. 그러나 나무는 오메가의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증거다. “프레임을 이룬 나무는 모두 스위스산인데 이건 스위스 경제와 환경에 좋은 일이에요. 스위스에서는 나무를 베면 7시간 안에 새 나무를 심도록 법으로 정해졌거든요.” 가이드가 덧붙인 말이다. 건축주나 건축가나 이들의 나라나 모두 보통이 아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WRITER 박찬용
- PHOTO IWC/VACHERON CONSTANTIN
- PHOTO IWAN BANN/AUDERMARS PIGUET/OMEGA
- DIGITAL DESIGNER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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