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CH TOUCH
」PEUGEOT e-208
귀여운 아기 사자

새로운 패밀리 룩을 큰 차부터 적용한 것과 반대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작은 차에 먼저 들어갔다. 푸조는 기존 모델명 앞에 ‘e’를 붙이는 것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구분한다. e-208은 이전 모델 대비 길이와 폭은 각각 90mm, 5mm 길어졌고 높이는 25mm 낮아졌다.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통째로 넣는 대신 시트 밑에 나누어 배치했다. 조금이라도 더 발 밑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연비 향상을 위해 에코 타이어를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e-208은 미쉐린 프라이머시4를 신었다. 배터리를 이용한 영리한 무게 배분과 타이어 덕분에 푸조 특유의 쫀득한 핸들링을 e-208에서도 즐길 수 있다. 단, 기어 레버를 브레이크 모드인 B에 놓았을 때 회생 제동 개입 타이밍이 반 박자 늦다. 회생 제동과 브레이크의 협응도 종종 예측을 벗어난다. e-208에는 전투기 조종석이 연상되는 운전석으로도 모자라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푸조 모델 중 최초다. 계기반 위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데 밝은 곳에서도 또렷하다.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kg·m
주행 가능 거리 244km
가격(VAT 포함) 4590만원(보조금 미적용)
DS 3 Crossback E-Tense
난 좀 예뻐

신경을 곤두세워야 느껴졌던 주행 질감의 차이와 달리 디자인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다르다. DS는 E-텐스의 인테리어를 두고 파리의 ‘리볼리 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에도 나파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터치식 버튼, 촘촘한 스티치가 고급스러운 맛을 돋운다. 운전자가 가까이 다가오면 스르륵 나타나는 문 손잡이도 감성을 자극한다. 한 가지 당황스러웠던 점은 수동 시트다. 소형 SUV에도 전동식 시트가 들어가는 국산 브랜드에 길들여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더라도 40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kg·m
주행 가능 거리 237km
가격(VAT 포함) 5250만원(보조금 미적용)
RENAULT Zoe
단 하나의 목적

운전대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조에의 인기 비결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저속으로 움직일 때 웅웅 거리는 전기모터 소리만 빼고 B모드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내연기관의 탄력 주행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SUV에 가까운 껑충한 키의 차체지만 움직임이 굼뜨지 않다. 속도를 높이며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차가 그리는 궤적이 한결같다. 운전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120년이 넘도록 다양한 차를 만들며 쌓아온 노하우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배터리를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전부 넣어 트렁크 공간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 조에는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짜릿한 가속력,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대신 ‘언제 어디서나 누가 타도 낯설지 않은 전기차’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5kg·m
주행 가능 거리 309km
가격(VAT 포함) 4395만원(보조금 미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