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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소형 전기차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프랑스 출신 소형 전기차가 몰려온다. 작지만 작지 않다.

BYESQUIRE2020.11.08
 
 

FRENCH TOUCH

 

PEUGEOT e-208

귀여운 아기 사자

2017년이었다.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 룩을 입은 3008 GT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말했다. “이건 그냥 사자인데?” 사선으로 쭉 뻗은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근육질 몸을 웅크린 듯한 차체가 영락없는 사자였다. 발톱으로 긁은 것 같은 리어램프는 ‘맞아. 나 사자야’라고 못을 박는다. 2017년 무렵은 전 세계적으로 SUV가 큰 인기를 끌었던 때다. 그래서 푸조는 전략적으로 SUV 라인업에 먼저 사자 디자인을 입혔다. 라인업의 막내인 208이 2020년이 되어서야 달라져 돌아온 이유다. 5008과 508이 아빠 사자라면, 208은 아기 사자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과 날렵한 루프 라인은 그대로지만 4m가 조금 넘는 아담한 크기 탓에 근엄함보단 귀여움에 가깝다.
 
새로운 패밀리 룩을 큰 차부터 적용한 것과 반대로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작은 차에 먼저 들어갔다. 푸조는 기존 모델명 앞에 ‘e’를 붙이는 것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구분한다. e-208은 이전 모델 대비 길이와 폭은 각각 90mm, 5mm 길어졌고 높이는 25mm 낮아졌다.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통째로 넣는 대신 시트 밑에 나누어 배치했다. 조금이라도 더 발 밑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연비 향상을 위해 에코 타이어를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e-208은 미쉐린 프라이머시4를 신었다. 배터리를 이용한 영리한 무게 배분과 타이어 덕분에 푸조 특유의 쫀득한 핸들링을 e-208에서도 즐길 수 있다. 단, 기어 레버를 브레이크 모드인 B에 놓았을 때 회생 제동 개입 타이밍이 반 박자 늦다. 회생 제동과 브레이크의 협응도 종종 예측을 벗어난다. e-208에는 전투기 조종석이 연상되는 운전석으로도 모자라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푸조 모델 중 최초다. 계기반 위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데 밝은 곳에서도 또렷하다.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단 자동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kg·m
주행 가능 거리 244km
가격(VAT 포함) 4590만원(보조금 미적용)
 

 

DS 3 Crossback E-Tense

난 좀 예뻐

DS는 PSA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PSA그룹에는 푸조와 시트로엥 등 여러 브랜드가 있다. 다시 말하면 푸조 e-208과 DS 3 크로스백 E-텐스는 같은 플랫폼(e-CMP)을 공유하는 사이다. 그래서 전기모터 성능이 똑같다. 배터리 위치도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바퀴가 굴러갈 때 느껴지는 감각은 다르다. E-텐스는 e-208에 비해 묵직하고 차분하다. 단순히 공차 중량이 90kg 더 무겁기 때문만은 아니다. 1열과 2열 모두 차음 유리를 사용했고 타이어도 한 치수 더 크다. 전기모터 특유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느껴졌던 주행 질감의 차이와 달리 디자인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다르다. DS는 E-텐스의 인테리어를 두고 파리의 ‘리볼리 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시트는 물론 대시보드에도 나파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터치식 버튼, 촘촘한 스티치가 고급스러운 맛을 돋운다. 운전자가 가까이 다가오면 스르륵 나타나는 문 손잡이도 감성을 자극한다. 한 가지 당황스러웠던 점은 수동 시트다. 소형 SUV에도 전동식 시트가 들어가는 국산 브랜드에 길들여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더라도 40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단 자동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6.5kg·m
주행 가능 거리 237km
가격(VAT 포함) 5250만원(보조금 미적용)
 

 

RENAULT Zoe

단 하나의 목적

좁게는 나라마다 넓게는 대륙마다 선호하는 자동차가 다르다. 북미는 넉넉한 배기량과 크기를 자랑하는 픽업트럭과 SUV, 유럽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해치백의 판매량이 높다. 르노 조에는 유럽에서만 약 21만6000대를 판매하며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궁금했다. 여전히 수동 변속기를 고집하는 유럽의 까다로운 운전자들이 르노 조에를 선택한 이유 말이다.
운전대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조에의 인기 비결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저속으로 움직일 때 웅웅 거리는 전기모터 소리만 빼고 B모드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내연기관의 탄력 주행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SUV에 가까운 껑충한 키의 차체지만 움직임이 굼뜨지 않다. 속도를 높이며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차가 그리는 궤적이 한결같다. 운전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120년이 넘도록 다양한 차를 만들며 쌓아온 노하우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배터리를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전부 넣어 트렁크 공간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 조에는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짜릿한 가속력, 운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대신 ‘언제 어디서나 누가 타도 낯설지 않은 전기차’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단 자동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 25kg·m
주행 가능 거리 309km
가격(VAT 포함) 4395만원(보조금 미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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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DS/푸조/르노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