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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이 배우, 예능인, 작가로서 이야기한 '100%' part.2

배우, 예능인, 작가. 전소민은 자신의 영역에서 오늘도 100%를 향한다.

BYESQUIRE2020.11.19
 
 

전소민의 100% 

  
사실 무명 시절이 길었잖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무명을 견딘 것도 아니고, 버틴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던데,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걸까요?
스스로에 대한 그런 믿음이 있었다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직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다른 재능을 키우기에도 버거운 시간이었거든요.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견디고 버틴 건데, 견디고 버틴다는 말 자체가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나가고 나면 뭐라도 어떻게 되겠지. 완성된 배우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인 연기를 하면서 살 수 있겠지.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시간이라는 말을 했어요.
 
벌룬 스웨터 롱샴.

벌룬 스웨터 롱샴.

무명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도 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예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예식 촬영을 하다 보면 사진이나 영상에 제 모습이 담길 수밖에 없잖아요. 나중에 내가 배우가 됐을 때 이런 자료가 돌아다니면 쑥스러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만두고 전단지 돌리기 같은 일일 아르바이트를 찾았어요. 오디션을 보거나 촬영이 있으면 빠져야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커피숍에서 일하게 됐어요. 사장님께서 종종 빠지는 것을 양해해주신 덕분에 1년 정도 일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빠질 일은 많지 않았지만요.(웃음)
그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커졌을 것 같아요.
마음도 심란하고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게 내 길이 아닌가? 난 소질이 없나? 조금만 더 해볼까? 그런 생각이 몇 달, 일주일, 하루하루 반복되다 보니 지쳤죠. 그래도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어요. 어쨌든 고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오고,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경험해봤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성실함과 지구력을 얻은 것 같아요.  
예능 활동뿐만 아니라 연기도 꾸준히 해오셨는데요. 그중에서도 〈빅데이터 연애〉나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같은 로맨스 코미디물이 생각나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장르나 역할이 있나요?
로맨틱 코미디 너무 좋죠. 기회가 된다면 로맨스 코미디는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 자체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정적인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한 정통 멜로 같은?
좋죠. 저는 지금껏 동적인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좀 더 차분하고 애달픈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촬영을 할 때는 코미디 비중이 큰 작품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특히 어떤 작품이 기억에 남으세요?
〈톱스타 유백이〉요. 로맨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코미디 비중이 좀 더 컸던 것 같은데, 그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정말 최고로 동적인 캐릭터랄까요? 섬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절대 예뻐 보이지 않는 역할이기도 했지만 저는 정말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게 한 가지에 국한돼 있지 않네요. 제 욕심으로는 어떤 역할에도 잘 어울리는 배우이고 싶어요.
사실 각종 예능에서 ‘배우 이미지를 버렸다’ 같은 자막이 나오곤 하잖아요. 예능에서 보이는 면 때문에 작품 선택에 한계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자막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예능을 할 때와 작품에서 연기를 할 때 각각의 상황에 맞춰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예능에서의 이미지 때문에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많이 버린 상태예요. 이럴까 봐 저럴까 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그 어떤 돌파구도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 운이 좋으면 다 가질 수도 있을 테니 기대를 걸어보는 정도죠.
사실 예능에서 많이 언급됐던 것 중 하나가 술을 좋아하신다는 건데요. 쓰신 책 제목도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이고, 주량도 끝이 없다고 들었어요.(웃음)
그건 오해가 있습니다.(웃음) 제가 술자리는 정말 좋아하는데, 많이 마시지는 못해요. 그 대신 같이 마신 친구들이 폭주할 동안 한 모금씩 마셔요. 그러면 제가 조금만 마셔도 몰라요. 그렇게 취해버린 친구들이 끝까지 멀쩡한 저를 보고 술이 세다고 하는 거죠.
회식 자리에서 써야 할 고급 스킬인데요?
그렇죠. 대신 가끔 “너 다 안 마셨잖아” 하고 지적하는 친구들을 피해야 해요.(웃음) 근데 술자리는 정말 좋아해요. 술을 마시면 솔직해지잖아요.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술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그런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가디건, 숄 모두 코스.

가디건, 숄 모두 코스.

요즘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감성적이 되기 쉽다는 생각도 해요. 책을 쓸 정도의 감성의 원천도 혹시 술인가요?
술도 술이지만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면 확실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게 삶에서 정말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가끔 나 자신을 보살펴주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살다 보면 바빠서, 피곤해서, 힘들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피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흘러가는 대로, 매일매일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되고요. 혼자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감성의 원천은 그런 혼자만의 시간이군요.
밤에 바로 잠들지 못하는 편이라, 침대에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요. 예열하는 시간이 길다고 할까요. 오늘은 어땠지, 내일은 좀 더 괜찮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탁 꽂히면 글을 쓰기도 하고요.
책에서 ‘어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나이지만, 아직 나는 (어른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봤어요. 어떤 마음으로 쓰신 거예요?
어른이라는 건 제가 생각했을 때 멋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전 아직 멋지거나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 것 같아서 그런 글을 썼어요. 누군가를 챙기기보다는 챙김을 받는 게 익숙하고, 아직 주변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정을 꾸린 친구들에 비해 덜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한없이 아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어른이 돼야 하긴 할 텐데,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요.  
가정을 꾸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보듬는 시간을 갖고 매일 발전하는 것도 멋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약간의 열등감을 안고 있어요. 이런 마음은 사실 사람을 좌절하게 하거나 쓰러지게 하는 데 훨씬 힘을 실어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네, 그런 마음을 원천으로 삼으려고 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다짐으로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괜찮아, 다 그런 거야,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해요. 그런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웃음)
아주 오래전, 거의 10년 전쯤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는 것과 연기로 신인상을 받는 게 꿈이라고 하셨잖아요. 이미 〈오로라 공주〉를 통해 다 이뤘고 예능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의 꿈은 뭐예요?
어머, 정말 그랬네요. 듣고 보니까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저는 항상 꿈이라고 하면 너무 멀고 크게만 느껴져요. 그래서 안고 있으면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좋은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하는 것, 그게 작은 꿈이에요. 큰 꿈이라면 좋은 배우,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거기에 조금 더 더해 누군가로부터 “전소민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건 정말 값진 꿈 아닐까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작은 열등감이, 어리다고 느껴지는 마음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소민이 배우, 예능인, 작가로서 이야기한 '100%'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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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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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CONTRIBUTING EDITOR 최자영
  • PHOTOGRAPHER 안상미
  • STYLIST 최자영
  • HAIR 찬아
  • MAKEUP 서지영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