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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 해창주조장 해창 롤스로이스
계약 재배한 해남 유기농 찹쌀과 멥쌀로만 막걸리를 빚고, 밑술에 세 번 덧술을 하는 사양주 방식으로 두 달 이상 숙성시켜 만든다. 재료든 양조 방식이든 오직 최선만을 추구했으며, 비싼 가격으로만 회자되기에는 아쉬운 막걸리라는 뜻이다. 웬만한 희석식 소주보다 도수가 높지만 목 넘김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앉은뱅이 술’이니 시음에 유의할 것. 18%, 900ml, 11만원.
2. 일엽편주 탁주
농암 이현보는 강호문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조선시대 문인이다. 퇴계 이황이 그의 시 ‘어부단가’를 필사하기도 했으니, 이 병 라벨에 붙은 ‘일엽편주(一葉片舟)’ 한자는 그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일엽편주는 농암종택 17대 종부가 직접 술을 빚는 양조장이기 때문이다. 달지 않고 청량하되 시원한 과실 향이 감도는 탁주에서도 사대부의 곧음, 풍류 시인의 경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12%, 750ml, 3만원.
3. 양주도가 별산 오디 스파클링
뽕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오디를 따 먹고, 서로 검게 물든 입술을 보며 깔깔거렸던 추억. 별산 오디 스파클링은 김기갑 대표의 기억 속 특정한 정서에서 출발한 술이다. 양주 지역의 오디와 쌀로 순수함을, 스파클링으로 웃음을 표현한 것이다. 은은한 단맛과 끝까지 남는 탄산감이 특징이기에 차갑게, 샴페인 잔에 마셔야 제격이다. 6%, 800ml, 1만3000원.
4. 양조장 기다림 동래아들
간혹 막걸리를 마시다 머리나 배가 아파오는 이유는 뭘까? 일본 공인 소믈리에, 사케 전문가 출신의 조태영 대표는 양조학을 전공하며 그 답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막걸리가 많아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직접 양조장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최신작 동래아들 역시 첨가물은 일절 없이 쌀, 물, 누룩만 넣고 두 번 빚은 막걸리다. 하루 500병 한정 생산으로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맛을 보면 꼭 가격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6%, 750ml, 3500원.
5. 전통주양조장 같이 연희민트
양조장 같이는 가양주의 젊은 대가 최우택 대표의 새 보금자리다. 첫 제품인 연희매화는 온갖 대회에서 상을 휩쓴 바 있는 매화주를 응용한 술. 그리고 연희민트는 이 양조장의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부의주를 마시다 ‘민트를 넣으면 모히토 맛이 나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실행에 옮겨본 결과라고. 막걸리 특유의 단맛 끝에 바람 같은 민트 향이 조화를 이루며, 현재 연희민트초코도 개발 중이다. 9%, 375ml, 9000원.
6. 문경주조 폭스앤홉스
엄밀히 따져서, 폭스앤홉스는 막걸리가 아니다.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문경 쌀과 입국으로 주조했지만 그 과정에 직접 재배한 캐스케이드 홉을 첨가하고, 술지게미는 소량만 떠냈으니까. 시선에 따라 홉이 들어간 청주나 막걸리 또는 쌀로 빚은 맥주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샴페인과 맥주 사이쯤의 탄산감이 막걸리와 홉의 풍미를 기분 좋게 전하니, 전혀 새로운 갈래의 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말이다. 9%, 500ml, 1만7900원.
7. C막걸리 시그니처 큐베
최영은 대표가 생각한 막걸리의 매력은 ‘도화지 같은 술’이다. C막걸리는 카카오닙스, 라벤더, 블루베리, 레몬그라스, 꾸지뽕잎 등 온갖 부재료를 더해 가지각색의 컬러와 풍미를 가진 술을 만든다. 주력 상품인 시그니처 큐베는 주니퍼베리와 건포도를 첨가한 막걸리로, 막걸리의 식감에 화이트 와인을 연상케 하는 기분 좋은 산미가 어우러진다. 12%, 500ml,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