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의 자존심 대결, 승자는 누구? | 에스콰이어코리아
TECH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의 자존심 대결, 승자는 누구?

네가 그렇게 달리기를 잘해? 말티재로 따라와.

ESQUIRE BY ESQUIRE 2020.11.26
 
 

LET’S FIGHT 

 
 

MATCH

제네시스와 캐딜락은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캐딜락은 사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오랜 세월 미국 대통령이 타는 차로,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닌 캐딜락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메릴린 먼로 등 수많은 유명 인사가 선호했다. 캐딜락을 언급한 노래나 영화만 소개하더라도 장문의 기사를 쓸 수 있을 테다. 그 긴 역사에 비하면 제네시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브랜드다. 다만 무협 만화의 주인공처럼 성장 속도가 매섭다. 불과 5년 만에 국내 시장을 제패했을 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구독자 수가 가장 높은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트렌드〉가 뽑은 ‘2018 올해의 차’ 타이틀을 G70가 거머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마침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ATS의 후속 모델 격인 CT4가 한 달 간격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등 전통 강호가 포진해 있는 D세그먼트 시장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두 대의 차를 몰아보고 나만의 결론을 내려보기로 했다.

 
GENESIS G70
파워트레인 3342cc V6 가솔린 트윈 터보, 8단 자동
길이×넓이×높이(휠베이스) 4685×1850×1400mm (2835mm)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
공차중량 1790kg 
가격(VAT 포함) 5351만

 

PERFORMANCE 

G70 양해를 구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시승차가 V6 3.3 터보 모델이다. CT4와 동등한 비교를 하기 위해선 G70 역시 2.0 터보 모델을 불러냈어야 한다. 그런데도 3.3 모델을 불러낸 이유는 좀 더 현실적인 비교를 하기 위함이다. G70 2.0 터보는 4035만원이지만 CT4는 4935만원이다.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차값의 4분의 1에 가까운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는 건 간과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판단했다.
 
G70 3.3 터보 모델의 최고 출력은 370마력이다. 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면 3마력 더 높아진다. 페이스리프트 된 G70에는 ‘스포츠+’ 모드가 추가됐다. 계기반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고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 컴포트 모드일 때와 확연하게 다르다.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했을 때 포함되는 가변 배기 머플러 덕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느껴지는 가속이 시원시원하다. RPM 바늘은 레드존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힘을 쥐어짠다. 속도를 쌓는 과정만 놓고 보면 럭셔리 콤팩트 세단보다는 아메리칸 머슬카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쉬운 건 상대적으로 가벼운 핸들링이다. 불끈불끈한 달리기 실력에 비해 운전대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이 약하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즉각적이고 섬세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물론 운전대로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차는 라인을 곧잘 그리며 민첩하게 움직인다.
 
CT4 단단하다. 캐딜락이 가진 ‘고급스러운 미국 차’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CT4의 운전석에 올랐다면 깜짝 놀랄 수 있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주행과 거리가 멀다. 차라리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 1초에 1000번 이상 노면 상태를 모니터링한 후 최적의 댐퍼값을 발휘한다는 캐딜락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같은 세그먼트의 독일 차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갑자기 속도를 올리거나 줄일 때 차가 앞뒤로 쏠리는 피칭은 조금 허용하는 편이지만, 코너에서 좌우로 무게가 쏠렸을 때 차체가 기우는 롤링은 강박에 가까울 만큼 단단하게 붙잡는다. 시승차의 타이어 사이드 월이 유독 닳아 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운전대는 무겁다. 좁은 공간에 주차해야 할 땐 잠시 성가실 수 있겠지만 와인딩을 즐기거나 고속으로 달릴 땐 ‘그래, 이 맛이지!’라며 미소 짓게 할 게 분명하다. 한쪽 바퀴 혹은 앞바퀴에만 무게를 싣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 단단한 차체 강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CT4를 몰 생각이라면 일단 배에 힘 좀 주고 시작하길 권장한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브레이크다. 초기응답성이 낯설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린 채 엄지발가락에 힘만 주어도 속도를 줄이는 여느 차와 다르다는 소리다. 분명하고 확실히 힘을 주어 밟아야 한다. 2.0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은 시속 200km까지도 경쾌하게 속도를 높인다. 괜히 2021년 CJ슈퍼레이스 원메이크 레이싱의 주인공으로 뽑힌 게 아니다.
 
 
말티재는 충남 보은 속리산 기슭에 있는 고개 이름이다. 서킷의 헤어핀 코너를 떠오르게 할 만큼 코너가 깊다. 전망대에 오르면 굽이진 도로가 한 눈에 보이는 관광명소다.

말티재는 충남 보은 속리산 기슭에 있는 고개 이름이다. 서킷의 헤어핀 코너를 떠오르게 할 만큼 코너가 깊다. 전망대에 오르면 굽이진 도로가 한 눈에 보이는 관광명소다.

CADILLAC CT4
파워트레인 1998cc I4 트윈 스크롤 터보, 8단 자동
길이×넓이×높이(휠베이스) 4755×1815×1425mm (2775mm)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
공차중량 1630kg 
가격(VAT 포함) 4935만원

 

INTERIOR & TECH

G70 인테리어로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신형 G80에 들어간 ‘투 톤 스티어링 휠’을 G70엔 적용하지 않은 점을 칭찬하고 싶다. 만약 그랬다면 럭셔리하면서도 스포티한 G70의 이미지를 깎아먹었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제네시스와 현대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버튼식 기어 레버를 선택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추측된다.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전보다 크기가 커졌을 뿐 아니라 항목 구성이 직관적이다. 멋을 부리고 싶다면 나파 가죽의 퀼팅 시트, 카본 장식을 더할 수 있다. 안전·편의 사항은 그득하다. 없는 걸 찾기가 더 힘들다. 수많은 기능 중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다. 인터체인지의 긴 코너를 통과하거나 합류 차선이 있을 때 미리 속도를 줄인다. 차로 유지 기능, 정지 후 재출발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장거리 고속도로 출퇴근에 지친 생활인이라면 욕심을 내도 좋겠다.
 
CT4 일취월장했다. 라인업 모델명을 CT로 통일하기 전 같은 급이었던 ATS와 비교하면 그렇다. 블랙 하이글로시를 줄이고 가죽과 금속으로 센터페시아를 덮었다. 센터페시아 안에 디스플레이가 매립되어 있던 다른 캐딜락 모델들과 달리 CT4는 8인치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덕분에 실내가 젊어 보인다. 참고로 함께 출시된 CT5도 같은 방식이다. 휴대폰 무선 충전 장치와 음성 인식 시스템 ‘CUE(Cadillac User Experience)’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G70와 비교했을 땐 전반적으로 반 발자국씩 모자라다. 늠름하고 다부진 인상의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달리 인테리어가 평범하다. 예를 들면, 계기반이 아날로그 방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 모델 대부분은 디지털 계기반을 사용한다. 게다가 CT4는 G70보다 차체 길이는 긴데 휠베이스가 짧다. 그래서일까? 2열 무릎 공간이 타이트하다.
 
 

ROUND-UP

비슷할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같은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이지만 두 차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G70는 GT에, CT4는 스포츠 타입에 가깝다. 주행이 잦은 사람에겐 G70가 어울린다. 평소엔 푸근한 승차감을 누리다가 가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사람 말이다. 운전대를 격하게 돌리지만 않는다면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의 온도 차가 커서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CT4는 BMW 3시리즈와 스포츠 세단의 일인자 자리를 두고 맞붙어도 될 만큼 경쾌한 가속과 단단한 하체 세팅을 자랑한다. 비유하자면, G70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CT4는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따라 차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염치 없지만 두 번째 양해를 구하려 한다. 이 두 차의 비교는 승자가 없다. 취향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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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조혜진
    ASSISTANT 김균섭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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