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가 마감인데, 이 인터뷰 꼭 해야 한다고 막 우겼어요. 〈쇼미더머니9〉에서 ‘Freak’를 듣고부터 주변에 원슈타인은 슈퍼스타가 될 거라며 설치고 다녔답니다.
아뇨, 회사에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됐어요. 싱글을 낸 걸 기준으로 하면 2년이죠. 근데 싱글 내기 전에도 몇 개월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예요? 방송에는 마미손이 삼고초려했다고 나왔는데.
그게 방송이다 보니까 와전된 게 있는데. 삼고초려라고 하니까 마미손 형이 저 영입하려고 세 번 절하면서 매달린 것처럼 들리는데 그게 아녜요. 군대 들어가기 전에 매드클라운 형이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제 음악을 듣고 만나자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뷰티풀 노이즈로 들어오라는 영입 제안을 받았죠. 예의 바르게 거절했어요. 당시엔 혼자 하고 싶은 마음, 욕심이 있었거든요. 또 군대 가기 직전이기도 했고요. 전역하고 매드클라운 형이 저를 잊지 않고 다시 불러줬는데, 그때는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딱 두 번 만난 거죠. 방송에서는 이미 제작진이 삼고초려라고 잘못 알고 있길래, 인터뷰를 하다가 “그냥 삼고초려로 갑시다”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고초려’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형이 절 만나기까지 2년이란 시간 동안에 매일같이 저만 바라보다 영입한 것도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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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방송이 과장이 좀 있죠. 뭐 또 정정하고 싶은 건 없어요?
또 하나 있어요. 〈쇼미더머니 9〉 제가 탈락하던 회차에서 마치 제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쳐온 것처럼 나왔더라고요. 진실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입니다. 자칫 제가 지금도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하실까 걱정되네요. 사실은 피아노 학원 몇 개월 다닌 수준보다 못 치는데.(웃음)
‘3기니’ 가사에도 나오잖아요. ‘갔다 팔았던 피아노’, ‘노란 바이엘 101권’이라고.
네 맞아요. 오늘 〈에스콰이어〉와 찍은 라이브 영상에서 부른 노래이기도 해요.사연이 있죠.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갑자기 집을 팔고 이사를 가면서 피아노도 팔아서 그만두게 됐어요. 지금은 코드 배운 것만 가지고 신스 작업하는 정도예요.
비트 찍는데 코드만 알면 됐죠 뭐.(웃음) 근데 솔직히 지금 우리 말하면서도 매드클라운이라고 했는데, 사실 뷰티풀 노이즈는 마미손 씨 회사 아닌가요? 방송에서도 여러 사람이 헷갈리더라고요. 스윙스도 “(원슈타인) 매드클라운네 회사 아냐? 데려와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죠.
형이 여기저기 너무 많은 혼란을 주는 것 같아요. (웃음) 전 오히려 이건 매드 형이 민폐인 거 아닌가 싶어요.
아참, 스윙스는 원슈타인 영입하고 싶다더니 혹시 연락했나요?
회사에 들어오라는 연락은 당연히 없었고, 스윙스 형이 음악 같이 만들자고 제안은 했어요. 그 연락을 받았을 때는 아직 쇼미가 마무리되기 전 시점이라 바로 답을 할 수 없었죠. “제안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저도 하고 싶어요”라고 제 마음만 전달했어요.
생각해보니 〈쇼미더머니 777〉에서 지원자로 예선 참가하려고 줄 서 있는 장면이 방송에 나온 적도 있죠.
맞아요. 군대 다녀온 직후고 회사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죠.
근데 그때 그 장면에서 제작진이 원슈타인 씨한테 “지원자 중에 눈에 띄는 사람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원슈타인 씨가 “저기 저분이요”라며 마미손을 가리켰거든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나요?(웃음)
(웃음)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 전 솔직히 제가 1차 이상 올라가면 사람들이 내가 마미손네 회사 소속인 걸 당연히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웃기려고 한 거였어요. 심지어 사람들 중에는 매드 형이 〈쇼미더머니 777〉 예선에서 줄 서 있다가 저를 처음으로 만나서 회사에 영입한 줄 아는 사람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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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야기가 재밌잖아요. “매드클라운이 마미손 분장하고 쇼미 예선 보려고 서 있다가 군대에서 막 전역한 원슈타인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영입했다”고 하면 이야기가 너무 아름답잖아요.
(웃음)그쵸 그쵸. 재밌긴 하죠. 그렇게 하면. 근데 그런 걸 만들어서 얘기하진 못하겠더라고요.
데모 CD를 돌리다가 자이언티를 만났다는 얘기는 그럼 뭔가요?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매드 형이 듣고는 내자고 한 게 두 번째 믹스테이프인 〈프랑켄슈타인〉이었어요. 사실 그 음원을 CD로 낸 적은 없거든요. 제가 알아서 레코더로 구웠어요. 그때 DPR Live, 에픽하이, 자이언티, AOMG 소속 래퍼들 등등 엄청 많은 사람한테 돌렸어요. 자이언티 형이 그 CD를 듣고 나중에 연락 줘서 만나기도 했어요. 그 일이 제겐 의미가 커요. 자이언티란 아티스트가 지금도 그렇지만, 히트곡이 엄청 많잖아요. 솔직히 저한테 전혀 관심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자이언티 형이 “지금 나 있는 데로 놀러 와서 음악 듣고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할래요”라고 말했죠. 정말 신기했어요. 지하철 노선으로 보면 완전 반대쪽이었는데, 바로 내려서 반대 방향으로 갈아탔던 기억이 나요.
자이언티가 멜로디를 정말 잘 쓰잖아요. 원슈타인의 멜로디에 대한 재능을 알아본 거 아닐까요?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멜로디를 쓰는 재능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재능이죠. 그쪽으론 좀 자신 있지 않나요?
멜로디를 만드는 데 자신 있는 편이긴 해요. 근데 사실 제가 ‘나는 어떻게 했기 때문에 이걸 쓸 수 있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네. 그냥 과거에 감사해야겠다’라는 느낌이에요.
소설가들이 ‘문체는 육신’이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몸 상태가 그대로 글에 드러난다는 의미죠. 작곡가에게는 멜로디가 소설가의 문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 9〉 세미파이널에 원슈타인이 떨어진 게 정말 큰 화제였어요. 지금 힙합계에서 원슈타인 ‘샤라웃(shout out)’이 완전 이슈인 건 알죠?
원슈타인 인스타그램에 안타까움과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 사람이 코드 쿤스크, pH-1, 오션, 빅나티, 릴보이, 빈지노, 딘 뭐 그렇더라고요. 빠진 사람 있나요?
어… 쌈디 형님이요. 아, 그리고 또 좀 특이한 케이스인데, EBS 계정이 샤라웃을 했어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EBS 방송이니까 그런 것 같아요.
또 좀 놀랐던 건 레드벨벳의 조이 님, 오마이걸 미미 님, 트와이스 전체 계정이 샤라웃을 해주셨죠.
대박이군요. 역시 음악 듣는 귀는 다 비슷한가 봐요.
‘적외선 카메라’ 때 특히 그런 반응이 많았어요.
저도 되게 좋아하는 무대예요. 지금까지 낸 모든 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요. 가사랑 멜로디를 썼을 때부터 그런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비디오를 완벽하게 실현한 건 제 음악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이었어요. 엄청난 감동이었죠. ‘아 스물여섯 살에 진짜 하고 싶었던 걸 최초로 해봤구나’ 이런 감동이요.
적외선 카메라로 날 보면 가슴만 뜨겁다는 내용이 정말 로맨틱했죠. 사랑해본 적 있어요?
살짝 얘기해줄 수 있어요? 자세히는 말고 사랑할 때의 마음에 대해서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가사에도 썼던 거 같은데, 전 가끔 제가 의사가 없는 어떤 외딴섬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 섬에서 저는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나의 감정을 진단해요. 그렇게 객관화해보면 저는 되게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럼에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나는 내 곁에 사람들이 있어주는 걸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긴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내 곁에 있어준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를 진짜로 사랑해줬구나. 이렇게 감정을 정리하고 나면 정말 내 모든 걸 주고 싶다는 마음이 되죠. 그 마음을 쓴 게 ‘적외선 카메라’고요.
〈관련기사〉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