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정당한가?

천덕꾸러기 ‘킥라니’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다시 생각해보자.

BYESQUIRE2020.12.30
 
 

문제는 전동 킥보드가 아니야!

 
 
“지금 핵무기가 위험한 게 아니에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물건이 만들어졌어요.” 자동차 전문 기자 출신이자 MOCAR를 운영 중인 김한용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전동 킥보드’에 대해 한 말이다. 꽤 많은 사람이 공감했는지, 이 말은 인터넷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다 모인 ‘나무위키’의 ‘전동 킥보드’ 항목에 게재됐다. 그의 말대로 전동 킥보드가 핵무기보다 물리적으로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사실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 선의의 보행자가 전동 킥보드에 느끼는 분노는 핵무기보다 크다.
 
2018년 150대 수준이던 서울시 등록 공유 전동 킥보드 대수는 지난해 8월 3만5850대를 기록했다. 240배 급증이다. 숫자와 함께 화도 자란다. 그러잖아도 복잡한 출퇴근길,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가 달리는 전동 킥보드를 마주하는 건 이제 흔한 도시의 일과 중 하나가 됐다. 누군가 아무렇게나 던져둔 전동 킥보드가 미관을 해치고 보행을 가로막는다. 좁은 골목 구석에 세워둔 킥보드 때문에 우회전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표현은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매도하는 데 열심히 쓰인다.
 
이 가운데 전동 킥보드의 지위를 명확히 한다는 목표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불붙은 전동 킥보드에 대한 혐오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5월, 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전동 킥보드를 '전기 자전거'의 일종으로 본 게 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로 인해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도로 통행이 공식 허용됐다.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해졌고, 이용 연령도 만 13세 이상으로 내려갔다. 안전모 미착용 시 부과하던 범칙금도 없어졌다. 무면허인 만 13세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달려도, 법적인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게 한 이 법은 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해당 개정안의 시행이 가까워진 작년 10월부터, 전국 모든 분야의 분노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결국 차가운 여론에 이 개정안은 시행되기도 전에 제지를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시행을 열흘 앞두고, “민관협의체 합의 결과 만 18세 이상 면허 소지자에게만 대여를 허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니 그동안 ‘뭐? 열세 살부터 탄다고?’라며 우리 감정을 노동시킨 게 억울했다. 첫 번째 문제부터 꼬집어보자. 애초 개정안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는 184명의 의원 중 무려 183명이 찬성했고, 1명만이 기권 표를 던졌다. 전동 킥보드 관련 이슈를 주로 취재해온 모 언론사 소속 A기자에 따르면(그는 정중하게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당시 행정안정위원회 회의록에는 ‘전동 킥보드’에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기권 표를 던지신 분은 정작 어떤 법인지도 잘 모르셨더라고요.” 즉 개정안은 아무런 논의 없이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를 ‘전기 자전거’와 같게 본 게 이 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교통수단이잖아요? 기존의 어떤 것과도 비슷하게 볼 게 아니거든요. 전기를 이용해 모터로 가는 것이다 보니, 전기 자전거와 비슷하다고 여긴 것 같아요.”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강경우 교수의 설명이다. “애초에 바퀴 크기나 회전, 운전 형태도 머캐닉적으로 다른데 말이죠.”
 
민관협의체 합의의 구속 범위가 공유 업체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였다. 국토부가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 15곳과 체결한 ‘민관협의체 합의’라는 건 ‘우리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깍지 끼는 일종의 협약에 불과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계에서만 통용됐거든요. 만 13세가 전동 킥보드를 직접 구매해 타고 다니는 건 법적으로 막을 수 없는 거죠.”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제호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즉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소유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경우는 여전히 합법인 것이다.
 
개정안 시행일이던 10일을 일주일 앞두고, 또 다른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보유한 만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 탑승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제 아이고 속 시원해하며 손 털면 될 일일까?
 
“애초에 중학생, 즉 만 13세 이상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없었어요. 민관합의체가 같이 만 16세 이상의 이용이 적합한지 여부를 6개월 동안 지켜보면서 정책을 정하려고 했던 게 직전까지의 상황이었거든요.” 한국 최초로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을 시작한 ‘킥고잉’의 모회사 올롤루의 최영우 대표는 어두운 목소리였다.
 
어떤 규제든 과도하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강 교수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만, 전동 킥보드 즉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PM)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쫓아내는 식으로 규제를 해서는 안 돼요. PM은 차나 면허 없이도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데, 금지가 아니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식으로 가야죠.”
 
전 책임연구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비판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우리가 새로운 것이 생겨나면 불편하잖아요? 지금 전동 킥보드도 그래요. 차도에서도, 인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거거든요. 기존의 교통체계에 자연스럽게 정착시킬 방법이 문제인 거고요.” 최 대표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실 많은 토의를 거친 후에 재개정됐어야 했는데 여론에 휩쓸려 빠르게 법이 바뀌는 부분이 굉장히 아쉽죠. 업계에서도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들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지금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나쁜 놈 취급을 받으니 허탈한 면도 있어요.”
 
전동 킥보드와 관련한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 책임연구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2018년에는 관련 사고가 250여 건 정도 발생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890건으로 전년 대비 3배 늘어났고, 2020년에는 상반기에만 880여 건이 발생했다. 전년 대비 사고가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삼성화재 고객 DB만을 활용해낸 자료거든요.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이 30% 정도니까, 비율로만 따져 단순 계산해도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겠죠.” 다만 전 책임연구원은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만큼 사고가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서울의 일부 구에서 두세 개 업체가 시범적으로 운영했는데 지금은 전국 주요 도시 단위에서 시행 중이니까 늘어날 수밖에 없죠.”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동 킥보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명확했다. “이 붐비고 좁은 대한민국에서 이용하기 너무 좋은 교통수단이잖아요. 반납 장소가 정해진 ‘따릉이’와는 달리 어디에서든 쉽게 반납할 수도 있고, 접근성도 다른 탈것에 비해 높고, 짧은 거리에도 유용하고, 아주 편리하죠.” 강 교수는 다시 한번 ‘규제 일변도’를 경계했다. “전동 킥보드 대수가 증가한 것에 비해 사고가 과도하게 늘어난 건 아닙니다. 어차피 모든 교통수단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전기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그렇다고 해서 다 금지시키지는 않잖아요?”
 
최 대표는 전동 킥보드의 순기능이 분명 존재함에도 부정적 여론이 너무 커졌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도시에서 운행 중인 승용차의 80%는 나홀로족입니다. 도시에서 움직이는 차량 중 3분의 2 미만은 5km 정도 단거리 이동을 위해 쓰이고요.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크잖아요. 전동 킥보드를 통해 단거리 이동이 원활해진다면 도심의 교통체증이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동 킥보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의 1%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또 한정된 공간의 주차 문제를 고려했을 때도 도시에 훨씬 적합하죠.”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전동 킥보드가 대중교통의 대체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독일의 경우 자전거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고, 이면도로에서 주행을 병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기 자체가 상황에 따라 속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돼 안전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전동 킥보드를 안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3가지를 강조했다.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안전관리 기법으로 3E라는 게 있습니다. 첫 번째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 기기 자체의 최고 속력을 조정하는 겁니다. 두 번째가 임포스먼트(Enforcement), 규제죠. 마지막이 에듀케이션(Education) 즉 안전에 대한 교육이고요. 지금은 엔지니어링과 에듀케이션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채로 규제만 나오고 있어요.”
 
국무회의 의결 및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은 올 4월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최소 4개월의 입법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A기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국회의 책임을 물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법안을 만들었다가 되돌리면서 시민의 혼란과 행정·입법력 낭비를 초래한 거죠.” 동시에 그는 앞으로는 ‘이용자들의 의식’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동 킥보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그저 재미있어 보이기 때문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건 놀이기구가 아니거든요.” 전 책임연구원 역시 전동 킥보드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는 문제의 핵심은 이용자에게 있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안전하게만 탄다면, 면허 규정이나 자전거도로 규정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킥라니’라는 말도 안전 규칙을 무시한 채 전동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들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아직 이용자들의 의식이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싶죠.”
 
최 대표는 인프라의 부족이 이런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죠. 저도 보도에서는 주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고요. 근데 왜 다들 보도에서 탈까요? 차도에서 타는 건 무섭거든요.” 규제를 통해 억지로 전동 킥보드를 차도로 몰아내기보단, 자동차 및 보행자와 분리된 도로에서 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질문에 A기자는 자전거를 예시로 들었다. “자전거도 처음에는 ‘자라니’라고 불렸어요. 말이 많았죠. 긴 시간이 걸렸지만 자전거도로를 조성해주고, 홍보 활동과 문화 정책 등이 뒷받침된 결과 지금 자전거 라이더들은 굉장히 규칙을 잘 지키고 사고도 적어요. 전동 킥보드도 자전거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겠죠.” 그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물론 이용자의 안전은 방치하고, 시장 팽창부터 생각했던 업체들 역시 노력해야 할 겁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는 일이 있었다. 일부 안전 문제와 관련된 약관이 업체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약관은 시정 요청을 받자마자 곧바로 반영됐다고 한다.
 
“저희가 마치 영화 속 악당들처럼 ‘하하, 불공정하게 약관을 만들어야지!’라고 준비하는 게 아니거든요. 기존에 없던 사업이다 보니 표준 계약서라는 게 없었고, 공정위에서도 애초에 검토를 하지 않았던 거예요.” 최 대표의 말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새로운 산업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 산업이 크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요.” 혼란을 야기한 법과 마찬가지로, 업계 역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잠시 혼란이 생겼지만, 이런 실패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방식의 법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겠죠. 시간을 두고 보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겠죠?” 전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헷갈리는 규제, 이용자의 인식 부족과 인프라의 미비를 개선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짧지는 않아 보인다. 과연 이 모든 복잡한 진통을 이겨내고 전동 킥보드는 새로운 시대의 교통수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시간만이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