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그 귀한 위스키를 샴페인 오크 통에 담았을 때 생기는 일

감히 그 귀한 술을 샴페인 오크 통에 담았을 때 생기는 일

BYESQUIRE2021.01.23
 
 

In The End 

 
글렌피딕 그랑크루 70만원대. 제너럴일렉트릭(GE) 빈티지 데스크 램프 by 키스마이하우스.

글렌피딕 그랑크루 70만원대. 제너럴일렉트릭(GE) 빈티지 데스크 램프 by 키스마이하우스.

대체 왜 인류는 위스키를 오크(참나무) 통에 담아 숙성하기 시작했을까?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하나 있긴 하다. 17세기 중반 잉글랜드 의회가 스코틀랜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인 ‘위스키’에 과한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대영 감정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위스키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자 화가 난 밀주업자들은 독립투사의 마음으로 산골짜기에 증류소를 차리고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은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 통에 위스키를 숨겨 유통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셰리 오크에 담았던 위스키를 마셔보니 기가 막힌 풍미가 우러나왔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만큼 흥분되는 드라마지만, 원전을 찾을 수는 없는 술꾼들의 판타지에 가깝다. 이미 그전부터 위스키는 각종 오크 통에 담겨 유통됐기 때문이다. 당시에 오크 통은 소금에 절인 고기부터 나무에 박는 못까지 대량으로 유통되는 거의 모든 걸 나르는 수납 용기였다.
그때는 오크 통이 일종의 락앤락 같은 거였거든요.
기자들 사이에서 위스키 척척박사님으로 통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배대원 차장의 말이다. 오크 나무는 탄력이 좋아 구부리기 쉽고, 병충해에 강하며, 미공의 크기가 매우 적절해 공기는 통하면서도 술이 새지 않아 통으로 만들어 무엇이든 담기에 최적이었다. 그러니 인류가 수납 용기로 오크 통을 사용한 우연 그 자체가 행복의 시작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하필 오크 통에는 워낙 다양한 마법사들이 숨어 있어서다. 스피릿을 담으면, 오크 통에 있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스피릿의 향과 맛을 어루만진다. 리그닌, 타닌, 바닐린 등의 성분이 스피릿에 부드러운 육신을 입히고, 스피릿이 가진 과실과 꽃의 향(에테르라 묶어 부른다)을 풍부하게 만든다. 이 과정을 사람의 성숙과 같은 의미를 담아 ‘숙성’이라 부른다. 그런데 오크 통이라고 다 같은 오크 통이 아니다. 어떤 술을 담았던 오크 통이냐에 따라 다 자란 위스키의 모습이 달라진다. 셰리, 버번, 포트 와인을 담았던 캐스크를 사입해 위스키를 담고 키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귀한 통일수록 비싸다. 오늘의 주인공인 ‘글렌피딕 그랑크루’는 그중에서도 귀하디귀한 통에 몸을 담았다. 샴페인을 담그는 샹파뉴 지방에서도 최상급 포도밭(그랑크뤼)을 가진 샤토들이 1차 발효에 사용하던 ‘퀴베 캐스크’를 사들여 3~6개월간의 마지막 숙성에 사용했다. 버번과 셰리 캐스트에서 숙성한 원액의 나이를 생각하면 자그마치 23년산. 이 귀한 술을 ‘감히’ 실험적으로 퀴베 캐스크에 담는 건 웬만한 회사에서는 하지 못할 생각이다. 혀끝에 닿는 순간 경망스럽지 않은 우아함, 최상급 오크 통에서 숙성한 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연함이 느껴진다. 우리의 아름다운 밤을 위한 마지막 한잔, 최선의 나이트캡에 이보다 어울리는 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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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재훈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