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공유의 마음은 아직 소년 part. 1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을 입은 공유의 마음은 아직 소년이었다. 낚시와 농구 얘기에 흥분한 그 눈빛에서 소년이 아닌 다른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BYESQUIRE2021.03.22
 
 

YOUNG AT HEART

 
이렇게 유쾌한 촬영장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예능 촬영장처럼 빵빵 터지는 걸 보고, 잘생긴 남자가 농담도 잘하면 주변이 이렇게 즐겁구나 싶었어요.(웃음)
(웃음) 그렇게 빵빵 터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사실 박종하 포토그래퍼랑 처음 작업하는 거여서요.
원래 알던 사이인가 봐요.
홍장현 포토그래퍼 밑에서 어시스턴트 할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거든요. 워낙 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동생들이 입봉해서 이제는 여기저기서 사진 작업들을 하고 있죠. 희준이도 그렇고, 종하도 그렇고. 헤어숍도 마찬가지예요. 한 숍을 계속 다니다 보니까, 원장님 밑에 있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 유명한 헤어 디자이너들이 되어 있어요. 간혹 그런 친구들 몸값이 너무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좀 묘해요.
 
핸드메이드 산퉁 실크 디너 재킷, 네이비 캐시미어 스웨터, 리넨-실크 그레고리 팬츠, 페이즐리 프린트 스카프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핸드메이드 산퉁 실크 디너 재킷, 네이비 캐시미어 스웨터, 리넨-실크 그레고리 팬츠, 페이즐리 프린트 스카프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어쩐지 사진가가 피아노 아래에 몸 구기고 들어가라는데, 잘도 몸을 구기며 들어가주더군요. 게다가 사진가를 보는 그 애정 어린 눈빛까지….
모르는 포토그래퍼라고 해도 원하는 게 있으면 다 해보긴 해봐요. 정말 제가 불편해서 못 할 정도가 아니면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어차피 작업을 함께하는 거니까요.
그나저나 이 유서 깊은 호텔과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조합도 좋았어요.
저도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이랑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공유의 연기를 못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영화 〈서복〉(4월 15일 개봉 예정)이 개봉해야 할 시기를 훌쩍 넘겨버렸어요.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죠. 지금 현재 촬영하고 있는 작품도 곧 끝나가고,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원더랜드〉도 이미 찍었고. 이제 곧 하나둘씩 작업해놓은 것들이 공개될 겁니다. 자신은 없지만, 좋은 작품으로 순차적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공유의 해’가 다시 펼쳐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2016년이었나요?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방영되던 해에 〈남과여〉에 이어 〈밀정〉 〈부산행〉이 터졌죠. 2021년에는 몇 개죠?
〈서복〉까지 합치면 3개죠. 〈서복〉, 특별출연 한 〈원더랜드〉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고요의 바다〉까지요.
〈고요의 바다〉는 주연작이잖아요?
예. 〈고요의 바다〉는 저, 배두나 씨 외에도 우주대원으로 여럿이 나와요. 넷플릭스에선 올겨울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넷플릭스도 영화시장처럼 여름, 겨울을 크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텐트폴(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텐트의 지지대에 빗대 말하는 단어) 시기에 밀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희소식이네요. 그 처음이 될 〈서복〉 얘기를 좀 해보죠. 지난 2월에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랑 만났는데, 선욱 씨는 단독 공연이 2020년부터 세 번이나 밀려서 해를 넘겼어요. 그런데 미뤄질 때마다 “연주가 계속 바뀌더라”고 하더군요. 영화는 기록 예술이지만, 개봉이 미뤄지면 배우의 심경이나 관점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도 아직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했어요.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입장이죠. 그러나 그전의 경험으로 답을 할 순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맡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배역을 맡았을 때, 작품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때, 이 시기를 겪으면서 제 관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이 영화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와 지금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크게 변한 부분은 없어요. 제가 처음 바라보고 해석하고 받아들인 부분이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되더라고요. 중간에 뭐가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거나, 다른 해석이나 다른 관점이 생겨서 ‘어? 이걸 내가 이렇게 연기했으면 안 됐나?’라는 식의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아마 감독님은 좀 다르겠죠. 감독님은 글로 쓰고, 이 영화를 만든 연출의 입장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로 드신 피아니스트는 감독님과 비슷한 포지션이 아닐까요? 제 생각엔 그래요.
전 자꾸 개봉이 미뤄지는 영화들을 보면서 ‘드라마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드라마는 1년이 밀리면 정말 바꿔야 될 게 많잖아요.
전체가 사전 제작이면 정말 그렇죠. 반만 사전 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저와 작품을 같이했던 김은숙 작가님은 전체 사전 제작보다 ‘반사전’이 더 매력적이라는 말도 했어요. 그때그때 당시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전 〈서복〉을 보지 못했지만, 한 인터뷰에 꽤 자세히 나와 있더군요.
맞아요. 그게 유일한 공식 인터뷰였어요. 보검(‘서복’ 역의 박보검) 씨가 군대에 가야 했거든요. 보검 씨가 아직 사회에 있을 때 촬영과 인터뷰를 마쳐야 하니까 영화지와 미리 일정을 잡았죠. 처음 영화 개봉이 잡혔던 12월보다도 한참 전인 작년 7월에 한 인터뷰예요.
그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어요.
쉽게 생각하고 쉽게 풀어서 말하려고 한 워딩이지만, 그 말 그대로 맞는 거 같아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잖아요. 오히려 유한하기 때문에 욕망을 품게 되고 두려움이 생기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유한함을 피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인데 거기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게 또 인간이 아닐까. 뭔가 되게 거창한데, 이런 이야기를 심플하게 줄인 게 그 워딩이에요.
 
모노그램 로고 셔츠, 실크-리넨 팬츠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모노그램 로고 셔츠, 실크-리넨 팬츠 모두 랄프 로렌 퍼플 라벨.

그러고 보니 기헌(〈서복〉에서 공유의 역할)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한한 삶을 대표하고, 복제인간 서복은 무한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잖아요. 극명하게 드러나네요.
저는 그 콘트라스트가 재밌었어요. 그 설정 자체가요.
또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욕망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죠.
그게 감독님이 하려던 말과 닿아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사이언스픽션이라는 장르를 끌어왔고, 사실 외양은 텐트폴을 노린 블록버스터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철학적인 얘기라는 생각을 해요. 그때 당시 제가 검토했던 시나리오 중에 가장 어려웠고, 또 굉장히 심오했어요. 이 외형 속에 들어 있는 어떤 알맹이가, 그 본질이 영화적으로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늘 작품을 시작해요. 물론 동시에 그렇게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죠. 늘 도전하는 셈인 거죠. 근데 이 영화의 본질은 내가 원하는 만큼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고,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해볼 만한 얘기다’라고 판단했어요.
공유의 역인 ‘기헌’이 독자들에게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처럼 등장한다고 하던데요. 내레이터로 등장한다는 얘긴가요?
‘메신저’라는 얘기는 제가 한 건 아녜요. 다만 약간 영화 속에서 기헌의 포지션이 관객들을 안내하는 사회자 역할처럼 그려지긴 하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죠. 제가 이해하는 영화의 구조는 관객들이 기헌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기헌의 입장에서 서복을 바라보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내가 만약 기헌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죠.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이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아마 이 말을 ‘메신저’로 해석한 것 같아요.
이 말만 들어도 기대가 되는 포인트가 몇 개 있네요. 개봉 후에 어떤 반응이 나온 거로 예상하는지 궁금해요. 찬사 일색이든지, 호불호가 갈린다든지, 논란거리가 된다든지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호불호가 나뉠 거 같아요. ‘박보검이랑 공유가 출연하고 〈건축학개론〉의 이용주가 감독을 맡았구나, 게다가 SF 영화고 액션도 나오네’라는 오락적인 기대에 관객들이 갇히지 않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액션의 SF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블록버스터 사이언스 픽션 장르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예요.
보검 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각자의 세대를 대표하는 톱스타가 만난 셈이죠. 그는 어떤가요?
나이 차이가 좀 나다 보니까, 박보검이란 친구를 보면서 그 나이 때의 제 자신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같이 만나서 작업을 하고 옆에서 관찰을 하다 보니, ‘내가 저 나이 때 어땠지?’라는 회상을 했어요. 처음 만나서 작업하는 사이지만, 내가 지나왔던 저 나이대를 생각하고, ‘지금 보검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우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유대감이 있어요. 괜한 노파심도 있고요. 얘가 겉으로는 굉장히 씩씩하고 밝고 늘 웃고 있는 얼굴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고민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삭이는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요.
생각해보면 ‘세대를 대표하는 주연급 배우’끼리는 정말 극소수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감이 있을 것 같아요. 각 세대별로 꼽자면 한국에서 불과 10명이 될까 말까 하니까요. 게다가 공유 씨는 그 세대를 다 지나온 사람이고요.
그렇죠. 분명히 공감대가 있어요. 정확하게 100% 맞아떨어지진 않겠지만, ‘얘가 말은 안 해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겠군’ 뭐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그 나이 때 즐기지 못했던 것을 이 아이는 좀 더 편하게 잘 즐기며 이 시간을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서 더 따듯하게 챙기게 되고 바라보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당부를 좀 하고 싶어요?
보검 씨가 대중들이 바라보는 이미지 그대로예요.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할까요? 그렇다고 또 배우로서 욕심이 없진 않고, 배려가 넘치지만, 고집도 있어요. 굉장히 유한 고집을 가지고 있죠. 보검이한테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는데, “혼자서 다 짊어질 필요 없다”는 얘기를 둘이 있을 때 자주 했어요. 너무 지나친 배려는 그 사람을 소진시켜요. 본인이 이미 지쳐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스스로 습관처럼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너무 참지 말고, 화가 나면 화도 내라고.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공유니까 해줄 수 있는 말이네요. 박보검 씨 소속사에 책 한 권 보내드려야겠어요.(웃음) 이번 작품은 박보검과 공유의 첫 만남이기도 하지만, CJ ENT에서 처음으로 극장과 동시에 OTT(티빙)를 통해 공개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맞아요. 여태껏 이런 일이 없었죠. 처음이에요. 코로나가 낳은 처음이죠. 배우를 오래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낯설어요. 지금 상황이.
그런데 또 스크린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즐기는 영화광으로서는 극장이라는 포맷이 쇠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어요.
그럴 거 같아요. 저도 그게 너무 슬프지만요. 극장이 차차 줄어들 것 같고, 특히 대형 극장, 멀티플렉스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히려 멀티플렉스 이전에 피카디리, 단성사가 있던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더 먼 미래에는 언젠가 극장에 사람들이 굳이 가지 않을 거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약간 슬프네요.
 
*공유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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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마음은 아직 소년 part. 2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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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고동휘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이혜영
  • HAIR 임철우
  • MAKEUP 강윤진
  • ASSISTANT 이하민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