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rotect You
」이거 험비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것이 생겼다. 소형전술차(Light Tactical Vehicle) ‘K-151’이다. 국방부의 요청으로 기아가 개발했다. 이름에 소형이 들어가지만 결코 작지 않다. 길이가 4900mm 폭은 2190mm다. 높이도 2m에 육박한다. K-151은 지휘관 차량이란 의미의 ‘1호차’ 또는 ‘레토나’라고 부르던 K-131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K-131과 K-151의 크기 차이는 소형 SUV와 대형 SUV의 차이보다 더 크다. 즉 K-151은 한국형 ‘험비’다. 국방부는 중대급 규모의 부대까지 차를 배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같은 자유자재 변신이 특징이다. 인력 수송을 위한 모델 외에도 총 13가지의 파생 모델이 있다. 전부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품 공유나 정비가 용이하다. 급박한 경우 운전병 또는 정비병이 직접 정비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이다. ‘방호 키트’를 상황에 따라 탈부착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흥미롭다. 평상시에는 연비 향상과 관리 유지를 위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과 합금을 이용해 만든 방호 패널을 적용하지 않다가 적의 위협이 예상될 때 장착한다. 마치 전쟁에 나가기 전 방탄조끼를 입는 것처럼 말이다.
나 때는 말이야



편의 사항을 강조하긴 했지만, 군용차로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신속한 이동과 방어다. K-151은 최고 225마력을 뿜어내는데 모하비에 쓰였던 V6 디젤 엔진을 개량해 사용했다. 5톤이 훌쩍 넘는 차체를 밀어내려면 초반 토크가 우수한 디젤 엔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네바퀴 굴림과 420mm의 최저 지상고, 62도의 접근각을 무기로 한 K-151이 가지 못할 길은 거의 없다. 성인 남성의 허벅지 높이쯤 되는 760mm 깊이의 물웅덩이도 거뜬히 통과한다. 참고로 오프로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G 63의 최저 지상고가 241mm다. 1회 주유 시 최대 64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게 기아 측 설명이다.
K-151은 소총은 물론 경기관총의 공격으로부터도 탑승객을 완벽히 보호한다. 차의 문짝과 유리의 두께만 한 뼘이 넘는다. 발로 차기만 해도 찌그러지는 승용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 방탄유리는 창문을 열 수 없다. 환기가 필요할 땐 창문 아래 위치한 작은 송풍구를 수동으로 연다. 전복이나 강한 충격으로부터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하부 프로텍터와 폭압 완화 시트를 넣었다. 안전벨트 역시 포뮬러 1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방식의 5점식 안전벨트를 사용한다.
K-Military

같은 사진을 보고도 반응이 갈렸다. “우아, 이게 군용차라고?”와 “이거 20년 전 차 아니에요?”였다. 어느 쪽이 군필자의 대답일진 굳이 말하지 않겠다.

안 팔아요

경사도와 경사각은 다른 개념이다. 31°는 60%의 경사도를 갖는다. 상급자용 스키 슬로프의 최대 경사도가 60~70% 정도다.
주행 감각도 사뭇 다르다. 얼마 전까지 K-151을 몰다 제대한 운전병 출신에 따르면 변속이 일반 SUV에 비해 반 박자 느리다고 한다. 시속 60km만 넘어도 차체가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도 K-151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각지대가 많은 건 차체가 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출력 전달과 변속이 다소 느리다고 느낀 부분은 기아가 의도한 설정이다. 5톤이 넘는 군용차가 일반 SUV처럼 재빠르게 기어를 올렸다간 힘이 모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탈길에 차가 서 있다고 가정해보자. 운전자는 길의 경사도와 길이를 눈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변속 타이밍을 가늠하지만 차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저단일 때 변속 타이밍을 늦추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한다. 연비와 승차감을 손해 보더라도 차가 뒤로 밀리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고속으로 갈수록 차체가 흔들리는 건 차체보단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