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디자인 맛집 하나 추가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긴 자동차를 파는 곳이 아니다.

BY박호준2021.04.09
.

.

Do you know?
‘서울 촌놈’이 생각하는 부산의 범위는 대략 이렇다. 해운대와 광안리, 서면과 남포동. 조금 보태면 송도와 기장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는다면, 앞서 말한 곳들만 둘러 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찐 맛집’까지 섭렵하고자 한다면 일주일 정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부산 여행 초급 과정’은 이미 끝낸 지 오래라고? 음, 그럼 F1963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어떨까?  
....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 대해 소개하기에 앞서 F1963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꽤 많은 사람들(심지어 부산 사람조차) F1963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F1963은 1963년 고려제강이 설립한 와이어 공장을 개조해 꾸민 곳이다. 광안대교에 쓰인 와이어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2008년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비어있던 공장이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된 것을 계기로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갤러리, 카페,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F1963에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F1963이 기존 공장 건물을 활용한 것처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도 인더스트리얼 건축 디자인에 친환경적인 요소를 더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나온 플라스틱과 유리를 바닥재로 사용했으며 3층에 깔린 카펫 역시 어망을 재활용한 제품이다.  
.

.

Not for sale but DESIGN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고양, 하남과 달리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는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가 없다.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는다. 오롯이 ‘Design to Live by’라는 컨셉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개관 기념 전시 주제는 〈REFLECTIONS IN MOTION〉이다. 전시는 총 5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4층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선 디자인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
Heritage Series - Pony
얼마 전 출시된 현대 아이오닉 5는 1975년형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모델이다. 〈REFLECTIONS IN MOTION〉전시의 시작을 장식하는 ‘헤리티지 포니’는 35년 전 포니를 베이스로 만들었다. 달라진 점은 전조등과 후미등에 LED 픽셀을 넣고 인테리어를 터치식 인포테인먼트로 리모델링했다는 점. 계기반을 진공관 형태로 꾸민 것도 독특하다.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넣었으며 트렁크의 스페어타이어 자리엔 ‘라스트 마일’을 실현하기 위한 전동 모빌리티를 탑재했다. 현대자동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자사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콘셉트카를 꾸준히 만들 계획이다.  
.

.

Color & Light
지름 3m짜리 원형 유리 3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리플렉션 디스크’에 투영되는 색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디자인이란, 다양한 빛깔의 유리처럼 자유분방하고 다채롭다는 것을 상징한다. 작품 설명을 맡은 구루(현대모터스튜디오에선 전시해설자를 ‘구루’라고 부른다. 구루는 인도에서 영적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다)는 컬러 앤 라이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고 귀띔했다.  
Material
천연재료를 이용해 만든 ‘지속가능한 소재’를 조합해 나만의 만화경을 만들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다. 총 9개의 친환경 소재가 소개되어 있는데 관람객이 특정 소재 앞에 서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스크린에 해당 소재를 이용한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한다.  
....
Prophecy
현대자동차 전기차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하는 콘셉트카다. 국내에서 실물을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ensuous Sportiness(감성적인 스포티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페시는 검은 조약돌처럼 매끈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앞서 전시되어 있던 포니가 현대자동차의 과거라면 프로페시는 현대자동차의 미래다.  
...
Media Strings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영상감독이었던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의 작품이다.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에 와이어가 수직으로 연결돼있다. 와이어 중간에는 작은 LED가 달려있는데 현악 4중주 음악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화한다. 와이어 공장이었던 F1963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인 ‘감각적인 스포티함’을 표현했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약 5분간 상영된다.  
.

.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4개월마다 전시 구성을 바꾼다. 그러니까 4월 공개된〈REFLECTIONS IN MOTION〉 전시는 8월까지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상설전시처럼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1층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월’이다. 가로 17m 세로 3.8m의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는 유니버설에브리팅(UE)의 미디어 아트 4편이 반복해 상영된다. 특히 신작 ‘Run Forever(런 포에버)’는 물에서 시작해 수소와 산소를 거쳐 식물과 에너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흡입력이 있다.  
.

.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6번째 현대모터스튜디오다. 2014년 서울을 시작으로 베이징과 모스크바까지 뻗어 나갔다.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2021년 4월, 디자인이라는 점을 부산에 찍은 현대모터스튜디오가 다음에는 또 어떤 곳에 얼마나 멋진 장소를 만들지 벌써 궁금하다. 이렇게 부산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