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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고성능' 자동차 4대

출력 경쟁이 뜨겁다. 300마력으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하지만 출력만 높다고 다 같은 고성능은 아니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고성능 차 4대.

BYESQUIRE2021.04.12
 
 

harder faster stronger

 

이 조합은 못 참지 

봄이다. 봄이 반가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지붕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거다. 하늘과 마주하면 드라이브의 분위기가 무척 달라진다. 살랑이는 바람, 따스한 햇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조화롭다.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하다. 머리 위로 벚꽃이 휘날리면 금상첨화다. 꽃샘추위도 걱정 없다. 윈드 디플렉터가 차 안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막아준다. 그래도 쌀쌀하면 운전대와 시트의 열선을 켜면 그만이다. 박스터 같은 로드스터를 타야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한 가지를 빼먹었다. 가슴을 웅장하게 하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다. 특히 운전석 바로 뒤에 엔진이 위치한 미드십 구조일 때 그렇다. 평상시 들리는 소리가 ‘우웅우웅’ 정도라면 지붕을 열었을 땐 ‘와앙와앙’에 가깝다. 더구나 ‘박스터 GTS 4.0’은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이다. 다운사이징 추세를 역행해 실린더 개수를 늘린 것도 놀라운데, 터보차저마저 뺐다. 덕분에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한 ‘고배기량 자연흡기 로드스터’라는 조합이 완성됐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진가는 rpm을 한껏 높이고 달릴 때 드러난다. 그래야만 엔진의 성능을 100%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박스터 GTS 4.0의 경우 7000rpm에서 407마력의 최고 출력이 터진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하고 지붕을 연 채 속도를 높이면 노면 소음, 풍절음, 엔진 소리가 뒤엉켜 굉음을 만든다. 귀가 얼얼할 지경이지만, 이 세상에 차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경한 느낌에 너무 흠뻑 취하면 곤란하다. 400마력이 넘는 뒷바퀴 굴림 차는 다루기 만만한 장난감이 결코 아니다. 구조상 앞보다 뒤가 무겁기 때문에 앞바퀴의 접지력을 잃지 않는 게 포인트다.
 
PORSCHE BOXSTER GTS 4.0
파워트레인 3995cc F6 가솔린,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최고 출력 407마력
최대 토크 43.9kg·m
가속력(0→100km/h) 4초
가격(VAT 포함) 1억2140만원
 

 

슬로 슬로 퀵퀵

마세라티는 ‘고성능이 곧 승리’라 여긴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명 뒤엔 항상 트로피를 뜻하는 ‘트로페오’를 붙인다. 국내엔 르반떼 트로페오만 들어왔지만, 글로벌 시장엔 기블리 트로페오,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도 있다. 사실 한눈에 르반떼 트로페오를 알아보긴 쉽지 않다. 기본 모델과 외적으로 다른 점은 전면 그릴을 카본 파이버로 꾸미고 보닛 위에 2개의 송풍구를 마련한 정도다. 엔진룸을 열어야 비로소 이 차가 가장 강력한 르반떼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붉은색으로 장식한 V8 엔진의 존재감이 묵직하다. 페라리에서 가져온 3.8L 트윈터보 엔진이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코르사 모드를 지원한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르반떼 GTS에조차 없는 드라이브 모드다. 코르사는 ‘레이스’라는 뜻이다. 기어 레버 옆에 위치한 스포츠 모드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코르사 모드가 활성화되는데 엔진 반응, 기어 변속, 조향 감각, 차체 높이를 역동적인 주행에 맞게 재조정한다. 심지어 ‘런치 컨트롤’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승차감과 성능은 반비례한다. 그래서 고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일수록 오랫동안 운전하기 힘들다.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과 예민한 핸들링 때문이다. 그런데 르반떼 트로페오는 오늘 모인 4대의 차 중 R8 다음으로 빠른 가속 성능을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할 줄 아는 녀석이다. 시속 200km로 맹렬하게 달리다가도 주행 모드만 바꾸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다. 5m가 넘는 커다란 덩치를 멈추어 세우기 위해 브레이크가 안간힘을 쓸 때마다 패드 탄내가 살짝 올라오지만 제동 성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앞코가 지면으로 쏠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적인 제동거리는 경쟁 모델 대비 짧은 편이다.
 
MASERATI LEVANTE TROFEO
파워트레인 3799cc V8 가솔린 트윈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590마력
최대 토크 74.8kg·m
가속력(0→100km/h) 3.9초
가격(VAT 포함) 2억3900만원
 

 

못하는 게 뭐야?

학창 시절 모의고사 1등급을 놓치지 않으면서 얼굴까지 잘생긴 ‘사기캐’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질투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부러웠다. 10년도 훨씬 넘은 추억이 떠오른 건 G 63을 마주해서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면, 차의 본분은 ‘달리기’다. G 63은 타고났다. 터보차저를 2개나 장착한’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 585마력을 발휘한다. 가솔린 엔진인데도 최대 토크가 86.6kg·m나 된다. 그것도 모자라 ‘멀티플 다운시프트’라는 G 63 특화 변속 시스템을 적용했다. 덕분에 2.6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5초면 충분하다.
 
감탄하긴 이르다. ‘사기캐’ G 63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스포츠카 같은 가속 성능과 ‘록 크롤링(바위를 넘는 익스트림 모터스포츠 중 하나)’이 동시에 가능한 차는 G 63밖에 없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위치한 디퍼렌셜 록(차동 기어 잠금) 버튼이 이를 증명한다. 디퍼렌셜 록 기능이란, 바닥에 닿는 바퀴에만 동력을 집중해 앞으로 나가게 돕는 기능이다. 이전 세대 모델에는 없던 오프로드 드라이브 모드(샌드, 트레일, 록)가 생긴 것도 희소식이다.
 
사실 G 63이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된 건 잘생긴 덕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잘 달리는 G 63은 꽉 막힌 도심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니까. 경쟁 모델들이 점점 둥글게 바뀐 것과 달리, G 63은 여전히 네모반듯한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그게 감성이자 멋이다. 40년 전 초기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곧추선 A필러, 사다리꼴 휠 아치, 보닛 위로 튀어나온 방향지시등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다. 자동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시대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야 겨우 ‘철컥’ 하며 닫히는 두꺼운 문만 봐도 G 63이 얼마나 ‘감성 마케팅’에 능숙한지 알 수 있다.
 
MERCEDES-AMG G 63
파워트레인 3982cc V8 가솔린 바이터보, 9단 자동
최고 출력 585마력
최대 토크 86.6kg·m
가속력(0→100km/h) 4.5초
가격(VAT 포함) 2억1480만원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아우디 R8을 타고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슈퍼 리치’인 그가 고작 R8을 탄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쪽과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하는 캐릭터와 R8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결론이 날 리 없는 논쟁이었지만(그저 PPL이었을 뿐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R8의 운전석에 앉으면 아이언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R8 V10 퍼포먼스는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자연흡기 V10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1초 만에 도달하는데, 운전 시야가 낮아 속도감이 배가된다. 특히 시속 80km 정도로 얌전히 달리다가 갑자기 가속페달을 끝까지 눌러 밟았을 때 이 차의 진가가 드러난다. 마치 힘껏 잡아당겼다가 놓은 고무줄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R8의 정교한 ‘킥다운’ 테크놀로지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기어를 7단에서 3단 혹은 2단으로 바꿔 문다. 다른 차에선 엄두도 내기 힘든 8000~9000rpm의 영역을 제 집 안방 드나들듯 여유롭게 거닌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R8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R8은 ‘일상용 슈퍼카’다. 아이언맨 슈트의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같이 운전자를 돕는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 전매특허 네바퀴 굴림 시스템 ‘콰트로’를 시작으로 최대 14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고정식 카본 리어 스포일러와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충격량을 감지하는 쇼크업소버 같은 것들 말이다. 휠베이스가 짧고 좌우 바퀴 거리가 먼 차체 구조도 코너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데 한몫한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R8이 꽤 많은 부분을 채워준다. 음, 토니 스타크가 슈트에 집착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AUDI R8 V10 PERFORMANCE
파워트레인 5204cc V10 가솔린,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최고 출력 610마력
최대 토크 57.1kg·m
가속력(0→100km/h) 3.1초
가격(VAT 포함) 2억575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