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er faster stronger
」이 조합은 못 참지

한 가지를 빼먹었다. 가슴을 웅장하게 하는 엔진 소리와 배기음이다. 특히 운전석 바로 뒤에 엔진이 위치한 미드십 구조일 때 그렇다. 평상시 들리는 소리가 ‘우웅우웅’ 정도라면 지붕을 열었을 땐 ‘와앙와앙’에 가깝다. 더구나 ‘박스터 GTS 4.0’은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이다. 다운사이징 추세를 역행해 실린더 개수를 늘린 것도 놀라운데, 터보차저마저 뺐다. 덕분에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한 ‘고배기량 자연흡기 로드스터’라는 조합이 완성됐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진가는 rpm을 한껏 높이고 달릴 때 드러난다. 그래야만 엔진의 성능을 100%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박스터 GTS 4.0의 경우 7000rpm에서 407마력의 최고 출력이 터진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하고 지붕을 연 채 속도를 높이면 노면 소음, 풍절음, 엔진 소리가 뒤엉켜 굉음을 만든다. 귀가 얼얼할 지경이지만, 이 세상에 차와 나만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경한 느낌에 너무 흠뻑 취하면 곤란하다. 400마력이 넘는 뒷바퀴 굴림 차는 다루기 만만한 장난감이 결코 아니다. 구조상 앞보다 뒤가 무겁기 때문에 앞바퀴의 접지력을 잃지 않는 게 포인트다.

파워트레인 3995cc F6 가솔린,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최고 출력 407마력
최대 토크 43.9kg·m
가속력(0→100km/h) 4초
가격(VAT 포함) 1억2140만원
슬로 슬로 퀵퀵

르반떼 트로페오는 코르사 모드를 지원한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르반떼 GTS에조차 없는 드라이브 모드다. 코르사는 ‘레이스’라는 뜻이다. 기어 레버 옆에 위치한 스포츠 모드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코르사 모드가 활성화되는데 엔진 반응, 기어 변속, 조향 감각, 차체 높이를 역동적인 주행에 맞게 재조정한다. 심지어 ‘런치 컨트롤’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승차감과 성능은 반비례한다. 그래서 고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일수록 오랫동안 운전하기 힘들다.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과 예민한 핸들링 때문이다. 그런데 르반떼 트로페오는 오늘 모인 4대의 차 중 R8 다음으로 빠른 가속 성능을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할 줄 아는 녀석이다. 시속 200km로 맹렬하게 달리다가도 주행 모드만 바꾸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다. 5m가 넘는 커다란 덩치를 멈추어 세우기 위해 브레이크가 안간힘을 쓸 때마다 패드 탄내가 살짝 올라오지만 제동 성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앞코가 지면으로 쏠리는 한이 있어도 절대적인 제동거리는 경쟁 모델 대비 짧은 편이다.

파워트레인 3799cc V8 가솔린 트윈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590마력
최대 토크 74.8kg·m
가속력(0→100km/h) 3.9초
가격(VAT 포함) 2억3900만원
못하는 게 뭐야?

감탄하긴 이르다. ‘사기캐’ G 63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스포츠카 같은 가속 성능과 ‘록 크롤링(바위를 넘는 익스트림 모터스포츠 중 하나)’이 동시에 가능한 차는 G 63밖에 없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위치한 디퍼렌셜 록(차동 기어 잠금) 버튼이 이를 증명한다. 디퍼렌셜 록 기능이란, 바닥에 닿는 바퀴에만 동력을 집중해 앞으로 나가게 돕는 기능이다. 이전 세대 모델에는 없던 오프로드 드라이브 모드(샌드, 트레일, 록)가 생긴 것도 희소식이다.
사실 G 63이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된 건 잘생긴 덕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잘 달리는 G 63은 꽉 막힌 도심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니까. 경쟁 모델들이 점점 둥글게 바뀐 것과 달리, G 63은 여전히 네모반듯한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그게 감성이자 멋이다. 40년 전 초기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곧추선 A필러, 사다리꼴 휠 아치, 보닛 위로 튀어나온 방향지시등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다. 자동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시대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야 겨우 ‘철컥’ 하며 닫히는 두꺼운 문만 봐도 G 63이 얼마나 ‘감성 마케팅’에 능숙한지 알 수 있다.

파워트레인 3982cc V8 가솔린 바이터보, 9단 자동
최고 출력 585마력
최대 토크 86.6kg·m
가속력(0→100km/h) 4.5초
가격(VAT 포함) 2억1480만원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R8 V10 퍼포먼스는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자연흡기 V10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1초 만에 도달하는데, 운전 시야가 낮아 속도감이 배가된다. 특히 시속 80km 정도로 얌전히 달리다가 갑자기 가속페달을 끝까지 눌러 밟았을 때 이 차의 진가가 드러난다. 마치 힘껏 잡아당겼다가 놓은 고무줄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R8의 정교한 ‘킥다운’ 테크놀로지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기어를 7단에서 3단 혹은 2단으로 바꿔 문다. 다른 차에선 엄두도 내기 힘든 8000~9000rpm의 영역을 제 집 안방 드나들듯 여유롭게 거닌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R8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R8은 ‘일상용 슈퍼카’다. 아이언맨 슈트의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같이 운전자를 돕는 장치가 곳곳에 숨어 있다. 전매특허 네바퀴 굴림 시스템 ‘콰트로’를 시작으로 최대 14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고정식 카본 리어 스포일러와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충격량을 감지하는 쇼크업소버 같은 것들 말이다. 휠베이스가 짧고 좌우 바퀴 거리가 먼 차체 구조도 코너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데 한몫한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R8이 꽤 많은 부분을 채워준다. 음, 토니 스타크가 슈트에 집착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파워트레인 5204cc V10 가솔린,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최고 출력 610마력
최대 토크 57.1kg·m
가속력(0→100km/h) 3.1초
가격(VAT 포함) 2억575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