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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Part.1

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일, 매달, 매년 새롭다.

BYESQUIRE2021.04.26
 
 

매일 새로운 우희

 
딱 2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19년 4월 6일 에스콰이어 홈페이지에 우희 씨와 했던 인터뷰가 게시됐더라고요.
어, 좋은데요? 뭔가 운명적인 만남?
괜히 의미 부여 해봤어요.(웃음) 그해 개봉한 영화 〈버티고〉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더라고요.
그 이후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게 큰 것 같아요. 영화 〈앵커〉랑 이번에 개봉할 〈비와 당신의 이야기〉 촬영을 했는데, 개봉이 밀리면서 7~8개월 정도 쉬게 됐어요. 그동안 매년 두 작품 정도는 꼭 했는데, 저만의 시간을 길게 가진 건 오랜만이었거든요. 사실 모두가 힘든 때였고, 저도 불안했어요. 그런데 모든 일이 일장일단인 것처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기도 해요. 나름의 휴식도 가졌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이 됐거든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지금에 충실해야겠다고 느꼈죠. 전에는 ‘나중에 해야지’라고 미뤘던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딱히 의미가 없더라도 내가 즐거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옐로 드레스, 레이스업 부츠,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

옐로 드레스, 레이스업 부츠,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

깨달음의 시기가 됐군요. 하긴 쉬는 동안에도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를 만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집 안에서 부지런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책이랑 영화를 많이 봤어요. OTT도 정말 많이 봤고요.
천우희라는 이름은 너무나 널리 알려졌지만, 취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걸 그렇게 재미있게 보셨어요?
그런가요?(웃음) 볼 게 정말 많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다양한 것들을 미루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브레이킹 배드〉 정주행이었어요. 주변의 모두가 그렇게 ‘인생작’이라고 추천해주는데, 시즌이 많고 너무 길더라고요. 근데 또 보다가 중간에 끊으면 안 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가, 작년에 쭉 다 봤어요. 세계관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펼쳐질 수 있을까 싶었고… 그거 말고는 〈퀸스 갬빗〉? 처음 보는 소재이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이나 캐릭터가 정말 좋았어요. 한 이틀 만에 다 본 것 같아요. 〈킬링 이브〉나 〈이어즈&이어즈〉도 정말 재미있게 봤고요.
보는 동안 ‘만약 내가 이걸 연기한다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가 저에게 주어진다면, 그런 기회가 온다면 너무나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어요. 어떤 인물에게 매력을 느꼈을 때 ‘나도 저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항상 그랬고요. 지금껏 역할을 받으면 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해왔거든요. 그런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접하는 건 저에게 굉장히 반가운 일이죠.
쉬는 동안은 그렇게 보냈고, 요즘은 어때요?
요즘은… 또 다음 작품 곧 들어갈 예정이라 대본 보고,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운동하고, 그 정도가 일과의 전부인 것 같아요. 제가 멀티가 잘 안 되는 바람에.(웃음)
지금 시간이 굉장히 늦었는데도 뭔가 똘망똘망해 보이거든요. 야행성인가요?
야행성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새벽 한두 시의 그 고요함을 좋아하긴 했어요. 세상에 나만 있는 것 같은 그 시간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일찍 자는 편은 아닌데, 일어나기는 굉장히 일찍 일어나게 돼요. 예전에는 8, 9시 정도에 깼거든요. 지금은 시간이 더 당겨져서 6시 40분에서 7시 사이에 꼭 눈이 떠져요.
아무리 늦게 자도요?
네. 그래서 오히려 되게 피곤해요. 더 자고 싶은데 눈이 뜨이니까요. 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습관인가, 잉여 에너지가 많나, 노화인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블랙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 뱅글, 링 모두 티파니.

블랙 드레스 알렉산더 맥퀸. 뱅글, 링 모두 티파니.

에이, 노화라뇨. 아까 조금 늦게 촬영장에 왔는데, 깜짝 놀랐잖아요. 정말 문자 그대로 빛이 나던걸요.
아마 조명을 받고 있어서 그랬겠지요?(웃음)
오늘 화보 촬영은 어땠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새로운 느낌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화보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2년 전 에스콰이어 인터뷰를 읽다 보니, 2년 사이 천우희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사실 〈한공주〉도 그렇고, 〈우상〉이나 〈곡성〉도 그렇고, 굉장히 센 역할을 많이 맡았잖아요.
사실 그 당시엔 저도 그런 농담을 했어요. ‘아, 한국 영화의 힘들고 어렵고 센 캐릭터는 다 나한테 들어오는구나.’(웃음) 당시에는 저에게 역할을 맡기는 분들이 갖는 기대감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또 다 끝나고 난 뒤에는 스스로도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꼈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요. 결국 제가 선택한 역할이었던 거잖아요. 그 무렵의 저는 인물에 대한 탐구를 정말 많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땐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내면과 심리에 대해 뭔가 집요하게 파고들고 그 결을 하나하나 찢어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던 거죠. 나이를 먹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서, 지금은 새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에도 많이 열려 있어요.
말 그대로 ‘빡센’ 역할들을 연달아 맡았던 건데, 그 후에 연기가 좀 더 수월해진 부분이 있나요?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빡센(웃음) 캐릭터를 연기할 땐 물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모여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떤 작품이든 임할 때 갖는 책임감이 크고, 모든 연기는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걸 내가 잘 끝냈고, 난 더 단단해졌으니까 다음 작품은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예로 들자면, 그 작품이 이전 작품에 비해 가볍고 즐거워 보이지만 또 다른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항상 그 역할 나름의 고통이 뒤따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약간 변태적일 수도 있는데, 그 고통을 이겨내면 따라오는 희열이 있어요. 고지에 다다랐을 때 딱 넘어서는 것 같은 그 순간!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계속 빡세더라도(웃음)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네요.
 
*천우희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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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part.2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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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신은지
  • FEATURES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윤지용
  • STYLING 김지혜
  • HAIR 건웅
  • MAKEUP 희재
  • ASSISTANT 이하민/ 강슬기/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