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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part.2

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일, 매달, 매년 새롭다.

BYESQUIRE2021.04.26
 
 

매일 새로운 우희

 
이번에 개봉하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속 ‘소희’는 20대의 천우희와 닮았나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 중 저랑 닮은 부분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저의 20대를 닮았다기보단 성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우선 굉장히 씩씩하고 독립적인 게 그렇고요. 또 이건 제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이긴 한데, 저는 저보다 다른 사람을 좀 더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만 생각했을 땐 손해 보는 성격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도 그런 면이 없잖아 있거든요. 소희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거든요. 그런데 소희 나이 때 저는 뭘 했더라… 그땐 별생각 없었던 것 같네요.(웃음)
 
퍼프 드레스 로에베. 이어 커프 페르테.

퍼프 드레스 로에베. 이어 커프 페르테.

소희가 20대 초반이니까, 밝은 시기긴 하죠.
네. 이제 막 성인이 됐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나이였던 것 같아요. 가장 반짝이고 예쁠 수 있는, 정말 가능성이 큰 나이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선뜻 뭔가를 선택하거나 뭘 시도하지 못했던 나이인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구나 20대 초반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이번에 소희도 그렇고, 지금껏 본래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지나온 나이를 회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이때는 이랬었지’ 하고 복기하고 곱씹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겠죠. 어쨌든 살아온 세월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는 거니까 좀 더 섬세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연기를 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름 이점이라고 생각해요.(웃음)
20대에 10대 역할을, 30대에 20대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10년씩 당기는 것으로요.(웃음)
예전에는 사실 아쉬움이 있었어요. 교복을 너무 오래 입었거든요. ‘나도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왜 항상 교복을 입어야 할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28세까지 교복 입었던 게 제 복인 것 같아요.(웃음) 뭐, 그래도 소희를 통해 제가 20대 초반의 싱그러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부담감이 있긴 했죠.
 
퍼프 드레스 로에베. 이어 커프 페르테.

퍼프 드레스 로에베. 이어 커프 페르테.

그럼에도 소희를 선택한 이유가 있겠죠?
우선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2000년대를 담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예고편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로본능’ 휴대폰 쓰고 그렇거든요.(웃음) 제가 살아왔던 시대라, 그 시대와 감성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잔잔하고 수채화 같은 느낌도 그렇고요. 또 ‘청춘 드라마’라는 장르에도 마음이 갔어요. 20대 때에는 교복을 입고 인간 내면 탐구를 하느라 청춘을 담을 시기가 없었거든요.(웃음) 저에게 지금이라도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게 너무 좋았고, 또 감독님도 저의 새로운 얼굴을 꼭 담아보고 싶다는 열의가 크셨어요. 지금껏 제가 보여준 표정이나 느낌 같은 것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천우희를 그리려고 노력하셨거든요. 저도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나름의 소희가 어떻게 표현됐을지 기대하고 있어요.
아까 스릴러든 멜로든, 어떤 장르든 연기는 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이런 ‘청춘 드라마’ 장르에서 더욱 집중했던 포인트라면 어디일까요?
20대 초반의 청춘이 가진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소희라는 인물 자체의 성격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2000년대의 20대는 어떨까 하고 많은 상상을 했거든요. 오래전에 지나온 시기다 보니 많이 거슬러가야 했지만(웃음) 그때의 감성을 많이 불러오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또 제가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드러낼 때 은연중에 지금의 제가 받아들인 방식으로 표현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좀 했죠. 그리고 소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20대라는 점에 한정하지 않고, 갖고 있는 성격에 집중한 부분이 있어요. 소희가 상황에 대처하거나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느낀 꿋꿋함과 따스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해서 매번 다른 모습을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배 연기자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한석규, 설경구 같은 국내 배우들뿐 아니라 마리옹 코티야르 역시 천우희의 연기를 극찬했죠.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아까 제 취향이 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가장 좋아하는 게 연기거든요. 다른 흥밋거리가 없는 것처럼, 연기가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것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는 것도 기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칭찬까지 받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해요. 제가 노력하는 것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쁘고요.
 
블랙 드레스, 벨트 모두 알렉산더 맥퀸. 링 티파니.

블랙 드레스, 벨트 모두 알렉산더 맥퀸. 링 티파니.

〈멜로가 체질〉에서 진주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라고 말하죠. 이런 칭찬이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되는 편인가요?
아까 쉬는 동안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주변의 평가라기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게 가장 중요했거든요. 정말 1mm라도 매일, 매년, 매 작품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어제보단 오늘이 나았으면 좋겠고, 전작보다 이번 작품에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던 거죠. 스스로에 대해서는 매정할 정도로 평가가 짰어요. 그런 채찍질이 좀 더 노력할 수 있고,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긴 했죠. 지금은 스스로를 칭찬해줘야겠다고 생각해요.(웃음) 사람이 매번 그렇게 성장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제 인생 내내 쭉 함께 갈 건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오래 못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누가 칭찬해줘도 머쓱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인정하지 않고 의심했어요. 그런 칭찬과 좋은 평가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퇴보할까 봐서요. 근데 지금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도 좀 칭찬해주려고 해요.
 
*천우희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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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하나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part.1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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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신은지
  • FEATURES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윤지용
  • STYLING 김지혜
  • HAIR 건웅
  • MAKEUP 희재
  • ASSISTANT 이하민/ 강슬기/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