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FUN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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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브루초 지역의 작은 와이너리 콘트로 벤토에서 내놓은 ‘프리마트라시아 비앙코’. 암포라에서 양조하고 암포라에서 숙성시켰다. 필터링을 하거나 화학적인 청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잔에 따르면 살짝 탁한 오렌지 빛깔이 무척 아름답다. 쿰쿰한 향취가 살짝 있어 펑키 초급자에게 적합한 와인.
‘펑키’란 대체 뭘까? 펑키를 그려보려면 펑키가 아닌 게 뭔지를 먼저 알아야 쉽다. 기존의 와인을 표현하는 언어들을 살펴보자. 미디엄 혹은 라이트 보디의 질감, 초콜릿, 바닐라, 묵직한 혹은 부드러운 타닌감, 베리류와 말린 과실의 향, 미네랄, 바다의 향. 이 익숙한 언어의 집합으로 표현되는 감각 밖의 영역에 바로 ‘펑키한 와인’이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펑키한 와인’들은 컨벤셔널 와인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한다. 윈비노의 석진영 대표에게 “대체 사람들이 ‘펑키’라고 말할 때 그 의미가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단 한 문장으로 멋지게 답했다. “정형화된 범주를 벗어난 무언가”. 범주를 벗어난다. 듣기만 해도 멋지다. 1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억눌린 일상에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물론 과학적인 관점에서 ‘펑키’의 요소를 파악할 수도 있다. ‘펑키’한 향취의 요소는 우리가 ‘브렛’(brett)이라고 줄여 부르는 효모가 만들어낸 냄새를 포함한다. 브레타노마이세스라는 이 균류는 주로 종종 땀에 젖은 가죽, 정향, 헛간의 냄새를 만들어낸다. 이를 ‘나쁜 냄새’로 여긴 컨벤셔널 양조가들은 오랫동안 양조 혹은 숙성의 단계에서 와인이 브렛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은 다르다. 그들은 브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브렛을 활용해 젖은 이끼의 향, 싱그러운 아침 농장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혹시 추천받은 와인을 맛보고 ‘쿰쿰하다’고 느꼈다면, 상한 건 아닐까 겁먹지 말자. 그럴 때면 오히려 그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그 쿰쿰함 뒤에 숨은 작은 향취들을 즐겨보자. 그게 바로 펑키다. 헤이 바텐더, 플레이 댓 펑키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