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 "무수한 감정의 프레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송민호 "무수한 감정의 프레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송민호의 인생은 항상 최대한이다.

ESQUIRE BY ESQUIRE 2021.06.21
 
 

THE MAXIMAL MINO

 
랩을 할 땐 마이노(MINO)고 미술 작가로 활동할 땐 오님(ohnim)으로 쓰죠. 그때그때 가면을 바꿔 쓰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어떤 페르소나를 선택했어요?
오늘은 송민호죠.
마이노와 오님을 포함하는 건가요?
그렇죠. 전부를 포함하는 본체인 송민호로 왔어요.
어머님께서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 오색칠이더라고요. 민호 씨가 지은 이름 같아요.
카페 이름은 제가 정한 게 맞아요. 오님이란 이름과 오색칠이라는 카페 이름 사이에 딱히 연관성은 없지만, 그 카페에서 오님의 이름을 단 굿즈들을 팔긴 해요.
 
세드나™ 골드 소재의 컨스텔레이션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39MM 오메가.

세드나™ 골드 소재의 컨스텔레이션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39MM 오메가.

아, 봤어요. 얼마 전에 오색칠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의미로 오님의 이름을 달고 스테인리스 컵을 판매해서 모든 수익금을 환경운동연합에 기부한다는 기사가 났더라고요. 이쯤 되면 이름을 짓는 데 방법론이 있을 것 같아요.
굳이 방법론까지는 아녜요. 다만 (부르기) 어렵지 않은 이름으로 짓는 게 중요한 것 같긴 해요. 오님은 민호(MINHO)의 영문 스펠링을 뒤집어 읽은 거예요. 미술 작업을 할 때는 새로운 접근을 하고 싶었거든요. ‘송민호’라는 이름에 영향을 덜 받는 낯선 이름이면서, 외국에서 선호하는 쉬운 이름으로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그림도둑들〉에서는 ‘송뚜루뚜루’라는 새로운 이름을 걸고 등장하기도 했죠.
그건 방송 나갈 때 작가님이랑 통화하다가 그냥 아무렇게나 막 지은 이름이에요.(웃음)
컬렉터로서는 송뚜루뚜루, 작가로서는 오님, 래퍼로서는 마이노, 본체는 송민호. 자신이 가진 모든 면면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느낌도 들어요.
재밌잖아요. 요즘에 ‘부캐’라고 많이들 만들잖아요? 그렇게 구분을 해두면 뭔가가 확고해지는 느낌이 있긴 해요.
전 〈그림도둑들〉에서 공개한 자화상이 생각났어요. 오님이 그린 미완성 자화상을 보면 여러 얼굴들이 그려져 있잖아요. 혹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자아를 다른 이름으로 표출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거죠.
조금 달라요. 그 그림에서는 다른 자아상을 표현했다기보다 제가 지닌 여러 감정을 다르게 표현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의 여러 진폭을 다른 표정들로 포착해 그려낸 거죠.
꿈보다 해몽이라고, 직업 탓에 이런저런 의미를 찾게 되네요. 송민호 최고의 벌스로 꼽히는 자메즈의 곡에 피처링한 노래 ‘연금술’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가사가 나오죠. 전 그 가사를 한 인간이 사회 안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느끼는 갈등에 대해 쓴 걸로 이해했어요.
비슷해요. 초반 벌스 네 마디가 다양한 신에서 활동하는 제 모습을 학생에 비유해 표현한 부분이죠. 내 본업은 학생인데, 학교에 가지 않고 방학 때는 탈색도 하고 염색도 하고 해외도 가본다는 식의 비유적 표현을 사용했어요. 후반부에서는 살짝 플렉스를 하며 나는 돈을 찍어내는 연금술사고 우리 엄마는 내 덕에 연금복권에 당첨된 여사님이라며 워드 플레이를 좀 하기도 했고요.
다시 봐도 가사가 참 정교하단 말이죠. 이런 가사는 써놓고 나면 정말 무릎을 칠 것 같아요. ‘대박’이라는 생각 했죠?
솔직히 했어요.(웃음) 그 가사의 모티프가 제가 어린 시절에 본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에서 따온 거거든요. 정말 열심히 썼어요. 쉽지 않았어요.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벨크로Ⓡ 스트랩을 결합한 스틸 소재의 문워치 프로페셔널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42MM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벨크로Ⓡ 스트랩을 결합한 스틸 소재의 문워치 프로페셔널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42MM 오메가.

연금술 말고 또 ‘이건 최고다’라고 생각했던 가사가 있다면요?
너무 많아서.(웃음) 사실 제 솔로곡이나 남들 노래 피처링한 것들만큼 위너 노래에도 그런 킬링 벌스가 꽤 있어요. 위너가 〈슈가맨〉에서 커버한 ‘첫사랑’이란 노래에서 제 벌스는 이렇게 시작하죠. “‘넌 아름다웠다 첫사랑이었다.’ 이 문장을 작은따옴표 속에 담아두었다가 언젠가 내가 취한 날 무너진 날 너에게 조심스레 건네리. 전에 쓴 거야.”
시적인데요?
어떻게 보면 시에서 자주 쓰는 장치죠. 제 노래 중에 ‘흠’이란 노래도 기억에 남아요. ‘황홀경 앞에 까막눈. 우리 감정 상태는 오뉴월에도 함박눈’이라는 가사가 있지요.
엇, 그 라임도 거의 시인데요? 시를 많이 읽나 봐요?
시 좋아해요.
어떤 시를 좋아해요?
보통은 읽기 쉬운 시집을 많이 읽어요. 박종인 시인의 연애시집을 한창 읽기도 했고, 김승일 시인의 〈프로메테우스〉를 읽기도 했어요. 김승일 시인의 시는 많이 어려웠지만,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어요. 박노해 선생님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정말 감명 깊게 읽기도 했죠.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는 시집들을 다양하게 사두고 매일은 아니라도 그날그날 자기 전에 몇 문장을 읽고 내가 느낀 걸 써두고 그래요.
가사를 쓸 때 시를 읽으면 정말 큰 도움 될 거 같아요.
맞아요. 정말 도움 많이 돼요.
전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는데, 시 수업 때는 가끔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묘사들이 등장하곤 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구절이 있어요. ‘철마가 철로를 뱉어내고’라는 표현이었어요. 저 한 문장으로 화자가 기차의 제일 끝 칸에서 흘러가는 철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어우, 좋네요. 그런 게 시의 매력인 거 같아요. 그런 (함축적인) 표현들을 너무 좋아해요.
 
블랙 세라믹과 러버 스트랩이 조화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3.5MM 블랙 블랙 오메가.

블랙 세라믹과 러버 스트랩이 조화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3.5MM 블랙 블랙 오메가.

소위 말하는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순수예술의 영역을 탐구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매력적인 표현의 방법론에 끌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얼마 전에는 〈그림도둑들〉에 출연해서 매번 노래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이거 발표만 되면 정말 다 죽었다’라는 마음이 든다고 했어요.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자기애가요. 그런 마음이 없으면 못 하잖아요.
그쵸.(웃음) 저는 항상 자존감은 높아요. 그런 자존감이 없으면 많이 힘들 거예요. 물론 그런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짱이야’라는 마음이 있어야 어떤 일이든 진행할 수가 있거든요. 전 어릴 때부터 ‘내가 짱이야’라고 되뇌며 주문을 거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제가 아는 크리에이터들 중에서는 그런 자신감이 없어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인데, 묵히는 거죠.
그러면 안 돼요.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아끼면 똥 된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요.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면 가끔은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데, 아직 90%밖에 완성되지 않았는데, 작업을 마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균형은 어떻게 잡아요?
전 제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계속 만지면서, 끊임없이 수정해요. 음악도 그렇지만 그림을 다 그려놨어도 마음에 안 들면 캔버스를 싹 다 덮어버리고 다시 시작해요. (반대로 얘기하면) ‘와 이거 정말 다 죽었다’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면서 버티는 거죠.
며칠 전에 백현진 씨가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그림을 시작할 때는 어떻게 끝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신 끝났을 때는 이 그림이 완성됐다는 걸 안다”고 했어요. 정말 마음에 안 들면 다 덮어버리는군요.
정말 싹 다 덮어버려요.
나중에 송민호 그림의 진품을 가리려면 레이어를 들춰보면 되겠네요.
물론 한 번에 그린 것도 있긴 해요. 그러나 또 다른 것들 중에는 레이어가 몇 겹이 되는 것들도 분명 있죠.
 
스틸과 러버 스트랩이 조화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GMT 월드타이머 43MM, 선글라스 모두 오메가.

스틸과 러버 스트랩이 조화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GMT 월드타이머 43MM, 선글라스 모두 오메가.

2019년 성남아트센터 신진 작가 특별전 〈SEEA〉에 출품한 것 말고는 국내에선 페인터 ‘ohnim’의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죠. 반면 해외에서는 기회가 있었죠. 지난 10월에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작가 기획전 〈KOREAN EYE 2020〉에 작품이 걸렸잖아요? 당시 영문 기사를 살펴보니 “‘나’라는 주제를 감추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 주제를 표현한 부분은 매우 어둡다. 밝은 색조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감춰왔던 걸 밝은색으로 표현해 그 대조로 복잡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Hiding’이라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싶었어요.
아마 맞을 거예요. 영어 인터뷰를 다시 번역하면서 뭔가 해석이 더 멋들어지게 된 것 같긴 하지만요. 그림을 보시면 더 쉬울 텐데.(웃음) ‘Hiding’뿐 아니라, 지금까지 제 그림을 비롯한 제 작품의 주제들은 일단 ‘나’에게서 나왔어요.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이 참 다양하잖아요? 행복한 감정, 슬픈 감정, 우울한 감정들을 느끼는데 그 감정들 사이에는 무수한 프레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프레임들이죠. 그걸 시각화하는 게 제가 지금까지 한 작업의 주제였어요. 다만 너무 1차원적이고 싶진 않았거든요. 사회적으로 공개된 제 모습은 밝아요. 그런데 그 모습이 아닌 나의 내면을 표현할 때 어두운 색상을 사용하면 너무 단선적이잖아요. 밝은색을 택하고 그 색의 보색으로 대비를 주면서 레이어를 쌓고 싶었어요.
어두운 걸 어둡게 표현하기 싫었군요.
때로는 어두운 걸 정말 어둡게 표현하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은 또 개념을 확장할 때가 된 거 같아서 새로운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어요.
 
*송민호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송민호 "호더를 넘어 창작의 맥시멀리스트가 된 거죠" 보러가기 

Keyword

Credit

    FASHION EDITOR 고동휘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희준
    HAIR 김성환
    MAKEUP 김효정
    STYLIST 홍윤하
    ASSISTANT 이하민/ 강슬기/ 윤승현
    DIGITAL DESIGNER 김희진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