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라운딩, 더 이상 나가지 않겠습니다.

오늘 함께 하고, 내일 또 초대하고 싶은 골퍼. 그런 골린이가 되길 꿈꾸며. 나도 그대도.

BYESQUIRE2021.06.24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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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 2시 14분 티업. 여주 라운딩 콜?” 
봄과 여름의 사이. 골프의 계절이다. 오늘도 ‘invitation’이 이어진다. 벌써 두 개째. 두 초대장에 내 대답은 같지만. 아쉽게도. “아니, 이번 주말은 이미 꽉 차 있지. 다음 달에 가자, 라운드.” 라운딩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잊지 않고 날 불러주지만, 난 ‘라운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는 매우 애정하지만 말이다. 시선은 늘 골프 전문 채널에 고정해둔다. 일요일마다 탄생하는 KLPGA 우승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듣고 싶어서. 박민지 선수는 올 시즌 벌써 4승째를 수확했다. 그녀는 역시 4라운드에 더 강해진다. 눈치챘는가? 그렇다. 내가 자주 나가려 하고, 스코어가 엉망(?)일지라도, 맥주 대신 제로 콜라를 마셔가며 기꺼이 하루를 바치는 것. ‘라운드’다. 라운딩이 아닌. 조금 예민하기도 하고 틀린 말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정말 틀린 말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라운딩이 아니고 라운드가 맞는 말이란 걸 안 이상 ‘현동 사전’에서 ‘라운딩’이라는 콩글리시는 삭제됐다. 틀린 말 바로 잡아주는 자상한 친구와 유난 떠는 꼰대의 경계를 위태롭게 오가며, 주변인들의 골프 용어 사전을 업데이트해주는 나날들이다.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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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업과 티오프. tee up vs tee off. 티업은 ‘티 그라운드에서 제1타를 치기 위하여 공을 티에 올려놓는 일’이라고 국어사전이 알려준다. 티오프는 ‘티에서 제1타를 치는 일’이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티업 시간은 엄연히 따지면 틀린 말인 셈이다. “티업 시간 한 시간 전에 모이자.”라는 말은 “티오프 시각 한 시간 전에 모이자.”로 수정 요망. 아, 시간이 아니고 시각이고. (아나운서 병 인정) 이렇게 따지고, 따지다 보면 피곤한 인간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매우 커 실제로는 자제하는 편이다. 다들 자연스럽게 고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늘 나 혼자 티오프, 티오프 외친다. 아찔했던 티오프의 추억이 스친다. 사실 주말 골퍼들은 운전도 꽤 해야 한다. 어쩌면 골프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 같기도. 10년 넘게 쳤지만 늘 일관성을 유지하는 내 스코어카드. 역시 사람 쉽게 안 변한다. 대신 운전은 조금 한다고(?) 자부한다. 아, 물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뿐. 안전하게 말이다. 그랬던 나인데 티업, 아니 티오프 시각 정시에 도착했던 날은 지금 떠올려도 아찔하다. 차에서 탈출한 나의 골프백은 곧장 우리 팀의 티 박스로 ‘특송’되었고, 그 골프백 주인은 차를 버리고 티 박스로 전력 질주했다. 내가 꽤 빠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되긴 했다. 동반자들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목례하고 그 스피드 그대로 나부터 티샷했다. 그렇게 자동 아너 차지. 그리고 이후 17번의 티샷에서는 ‘no more honor’. 요즈음엔 골프 출발 전날 꼭 체크한다. 내비게이션의 요일별, 시각별 예상 소요 시간을. 또, 눈치챘는가? 그렇다. ‘오너’ 아니고 ‘아너’이다. 홀의 승리자 혹은 소유자가 아니라 명예롭게 먼저 티샷하는 사람이니까. It’s my honor.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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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공존하며 흥미롭게도 쑥쑥 커나가는 골프 시장. 수많은 ‘골린이’들의 등장 혹은 범람. 실력으론 아직 선배들을 따라잡기 힘드나 열정만큼은 그들을 압도한다. 골프는 매너가 중요한 스포츠 아니겠는가. 공을 잘 때리면 좋겠지만, 예의를 잃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틀린 건 센스 있게 바로 잡아가며 선배들 점수를 따는 유망주. 날 좋은 날 함께 하면 기분마저 좋아지는 멤버. 그런 골린이가 되는 건 어떨까. 그럼 ‘invitation’도 끊이지 않을 테고. 앗, 또 메시지가 왔다. “브로, 다음 주 화요일 야간 티업 잡았는데 라운딩 가능?” 아, 이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