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공간에서 숨쉬는 원소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이루는 집합체에 대한 논(論)

BYESQUIRE2021.06.24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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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살면서, 아니 거창하게 단 하루를 현재의 삶에 머물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어느 '공간'에서의 물리적 시간을 지낸다. 공간이란 것은 어느 시각에서 건축적 단위를 함포하기도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일상을 지내는 더 작은 단위의 '공간' 경험은 개인의 삶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초월해 내 삶의 결정체와 같은 삶의 초석이 된다. 분명하다. 그의 발길과 손길이 닿은 모든 공간은 그를 아주 닮아있다.
 
층고가 높은 카페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즐기는 시간, 사무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업무를 보는 일터에서의 시간, 취향에 딱 맞는 음악을 들으며 내 방에 오롯이 누워있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떠난 캠핑장에서의 오붓한 시간, 하루 종일 구경해도 전부 못 볼 것 같은 커다란 백화점에서의 시간, 비 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기울이는 시간들 모두 ‘공간을 지낸다’는 관점에서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동일시 됨을 넘어서 ‘삶을 지내는’ 크고 작은 결정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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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에서 사실 '공간' 이란 물리적인 위치, 평수, 층고를 비롯해 그 공간을 이루는 가구, 조명, 소품의 브랜드를 모두 배제하고, 오직 바닥과 벽과 천장이다. 단지 그 세 가지를 아우르는 톤 앤 매너가 전부다. 공간의 세 가지 톤 앤 매너를 완성한 후에야 비로소 물성의 질감을 고려한 가구, 필요에 의한 조도를 계산한 조명, 무드에 적절한 소품들이 선택된다. 더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자면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향기, 온도, 습도, 소리, 취향까지 이루어져야 완벽한 무드의 '공간' 이 된다. 이 공식 없는 원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얽히고 설켜져야 비로소 '멋지다' 라는 단 한마디 감탄이 나온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브랜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반드시 공간에 거창한 공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도 절대 없다. 공간을 이용하는 특정한 사용자의 목적이 정해진다면 그 공간을 채우는 절대적인 객관적 지표는 결코 없다. 기능과 심리, 색감과 형태를 고려한 주관적 배치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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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수수한 멋이 있는 공간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공간을 둘러본다면 크고 작은 이유가 있는 디테일들이 녹아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스스로 모르고 지나쳤던 디테일들 말이다. 이 말인즉슨 이태리제 최고급 수입 대리석이 가득한 백화점 레스토랑에서의 완벽한 플레이팅의 한 끼보다 허름한 노포에서의 소박한 한 그릇이 더욱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