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설립 축하드립니다(이지훈은 얼마 전 1인 기획사 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감사합니다. 요즘 어딜 가든 다들 이렇게 축하를 해주셔서, 좀 부끄럽고 그러네요.
그러면 소속사에서 지훈 씨 직함이 소속 배우인 건가요? 아니면 다른 어떤….
아뇨.(웃음) 그런 거 절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하는 일만 하고, 연기랑 스케줄 소화만 하고, 나머지는 다 다른 분들이 도와주는 거죠. 직원들이 또 다들 알아서 잘 해주는 친구들이라.
가죽 재킷 누마레. 슬리브리스 톱 에디터 소장품. 팬츠 디올 맨. 부츠 토즈. 벨트 렉토.
1인 기획사잖아요. 새로운 구조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뭔가를 기대한다기보다는 좀 더 많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걸 해보는 거니까. 그것도 다 인생 경험이잖아요. 지금 제 개인 SNS로 제작사분들이나 작가분들이 직접 연락을 주시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어요. 기자님이랑 통화할 때도 제가 되게 조심스러웠고요. 그런데 또 이게 하다 보니까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하시는 일 전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하는 재미가.
네. 또 지금은 1인 기획사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누군가를 영입할 수 있는 거잖아요. 예전의 저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제가 지금 뭔가를 경험하면 그 친구들한테 도움 줄 수 있는 게 생기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따로 직함은 없지만 추후에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거군요.
(웃음) 네. 그렇다고 제가 뭐 거창한 확장을 꿈꾼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저 친구는 연기를 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한번 들어와서 같이 해보지 않을래?’ 그런 식으로 신인 친구들과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인터뷰 문의를 했잖아요. 그게 사실 컨택 포인트를 찾다가 반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보냈던 건데, 놀랐어요. 본인 번호로 바로 전화가 와서.
맞아요. 딱 받자마자 제가 바로 확인한 거예요.
제 기억이 과장됐나 해서 오늘 오기 전에 다시 확인해보니까 정말 곧장 전화를 줬더라고요. 제가 보낸 메시지랑 콜백이 딱 1분 차이였어요.
우연찮게 그때 보고 있었던 거긴 한데, 평소에 SNS를 자주 보고 있어요. 그게 사실 그래요. 코로나19 전에는 팬미팅도 있고 촬영장에 찾아오는 팬분들도 있었거든요. 그러면 제가 그분들께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드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환경이 안 되니까요. SNS로 연락 주시면 답이라도 드리는 게 그나마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별로 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건,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출연분이 화제가 됐었잖아요. 그렇게 되면 DM을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실시간으로 계속 쏟아져서.
그죠. 정말 많이 와요. 그런데 그냥 어떻게든 좀 해보려고, 계속 확인을 하는 거죠. 물론 답을 다는 못 해요. 그냥 ‘좋아요’만 누르거나 “네, 좋은 밤 보내세요.” 이렇게 간단하게 답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방송에 제가 어디 사는지 나왔었으니까, 같은 아파트 주민분들이 “편의점 몇 시에 가세요?” 이런 DM 주시거든요. 그러면 “저 30분 뒤예요” 답하고. 그리고 30분 뒤에 가보면 거기에 와 계세요.(웃음) 그러면 또 같이 사진 찍고 그러는 거죠.
모르는 사람에게도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성격이 화제가 됐었잖아요. ‘남양주 핵인싸’라고. 그런데 저는 배우가 그렇게 타인을 믿고 다가가기 참 힘든 직업인 것 같거든요. 늘 모르는 사람들 잔뜩 모여 있는 촬영장, 행사장 옮겨 다니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혼자 있을 때도 시선을 의식하느라 혼자일 수가 없고. 지훈 씨가 그렇게 먼저 다가가는 건 어느 정도 노력이 들어간 걸까요, 아니면 천성이 그런 걸까요?
처음엔 노력이었죠. 당연히 무서운 부분도 있었고요. 저야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그분들은 저를 아는 거잖아요. 그래서 너무 과감하게 다가오는 분들도 있었고, 어떻게 알았는지 저희 집 주소를 알아내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어릴 때는 그게 무서움으로 다가왔죠. 또 그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런데 혼자 살다 보니까, 음, 모르겠어요. 독립이라는 게 별건 아닌데 혼자 나와서 살다 보니까 되게 많이 외로워지더라고요. 또 제가 하는 일이 기자님 말씀대로 정말 외로움과의 싸움이거든요. 현장에 가면 처음 보는 분들 있고, 다른 배우분들, 감독님들 생각하는 게 다 다르고, 하지만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장소고…. 가족과 살 때는 제가 그런 걸 집에 가서 칭얼대면서 풀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여동생한테 “아니 이게 맞지 않아?” 하고 제 생각에 동의를 구하고, 합리화하고. 그런데 혼자 살게 되면서 그런 걸 못 하게 됐잖아요. 벽 보고 얘기하고, 친구들한테 카톡하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혼자 생각에 빠지면 쫙 빨려들 듯이 깊이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제 옆집 식구들,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 조기축구 하는 어르신들 같은 분들에게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된 거죠. 사실 처음에는 노력을 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제가 애써서 뭔가를 하면 조금씩 진전이 생기다 보니까. 그런데 다행히 제가 만난 분들이 다 따뜻한 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이런 행동이나 말을 가식으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셨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이 사람이 나한테 이런 안정감과 웃음을 주는 만큼 나도 이 사람에게 더 잘해야겠다’ 하게 된 거죠.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로. 이제는 고민 상담도 해주시고, 또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모니터링도 해주세요. “어제 드라마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번 건 별로더라.” 이런 말씀도 해주시고. 누군가 저한테 애정을 갖고 봐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더라고요.
듣고 보니까 특히 배우에게는 그런 관계가 일에도 영향을 끼치겠네요.
그런 것 같아요. 배우라고… 사실 전 제 스스로가 배우라고 말을 잘 못하지만, 아무튼 굳이 외롭게 살지 않아도 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혼자만의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사는 것 봐가면서,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니까.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던 성향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연기도 거의 저 혼자 했거든요. 혼자 준비해서 촬영장 가서, 제가 준비한 것만 하고, 그게 평가가 좋으면 ‘나 연기 잘했어’ 생각하고. 그런데 독립도 하고 인생 경험도 쌓이다 보니까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를 할 때에도 제가 준비한 것만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요.
*이지훈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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