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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훈이 가장 추천하는 출연작,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배우 이지훈은 여전히 간절하다고 했다. 어쩌면 신인 때보다 지금 더. 다만 그 모든 괴로움을 혼자 견딜 필요는 없다는 것, 이젠 그걸 알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BYESQUIRE2021.06.24
 
 

이지훈, 여름 

 
전공자도 아니고 군대 전역하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초기작들 보면서 좀 놀랐어요. 그때부터 연기를 잘하셨더라고요.
어휴….
(웃음) 물론 스스로가 볼 땐 불만족스럽겠지만요. 그런데 정말로 데뷔작인 〈학교 2013〉에서도 그렇고, 첫 주연작인 영화 〈리턴매치〉에서도 굉장히 자연스럽더라고요.
〈리턴매치〉는 정말 김용완 감독님이 마음껏 놀게 해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데, 연기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막 운동하고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도 그랬고.
그럼 지훈 씨가 스스로의 연기에 확신을 갖게 된 순간이 있었을까요?
전역하고 혼자 준비할 때는 불안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러다가 영화 〈전설의 주먹〉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1차, 2차 붙고 3차까지 간 거예요. 그게 제 첫 오디션이었거든요. 결국 떨어졌지만 3차 보고 오디션장을 나오는데 이상한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어, 이상하네? 나는 왜 내가 뭐라도 될 것 같지?’ 첫 오디션에서 3차까지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겠죠. 오디션장에서도 그런 질문을 받았었거든요. 어디서 연기를 배웠냐고. 그래서 ‘아 저는 연기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다’(고 답했고요).
 
셔츠 르메르. 와이드 팬츠 김서룡. 슈즈 프라다. 시계 까르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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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봐요. 저만 지훈 씨가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게 아니잖아요.
(웃음) 감사합니다. 그냥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했어요. 속에 쌓인 한도 많고. 내가 이걸 풀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는 거예요. 부끄러움이 많아서 연기를 하려고 하면 시작 전에 귀가 새빨개졌거든요. 그런데 연기만 하면 또 너무 좋은 거예요. 집중해서 그 공간 안에서 막 쏟아내고. 그런데 또 끝나면 빨개지고.(웃음)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그래서 〈전설의 주먹〉 오디션 끝나고 내려오면서 든 확신도 ‘내가 어떤 배우가 될 것이다’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해서 밥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확신이었어요.
뒤늦게 지훈 씨에게 관심을 갖게 된 팬은 뭐부터 봐야 할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작품을 하셔서. 혹시 직접 추천작을 꼽아준다면 뭘 말할 수 있을까요?
음… 개인적으로 JTBC에서 했던 드라마 〈마녀보감〉의 소재가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제 캐릭터인 선조에 정말 확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또… 저는 제가 한 거는 다 재미있었는데. 아, 〈전설의 셔틀〉이라고 KBS 단막극이 있었어요. 그게 제가 서른 살 때 찍은 건데 교복을 입었었거든요. 학생인데 막 수염이 있어서.(웃음) 뒤로 갈수록 자라요. 늦게 찍는 날은 수염이 올라오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수염 많이 나잖아요. 그건 좀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딱히 위화감은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강찬이라는 캐릭터가 또 괴롭힘을 당하는 소심한 학생인데 동시에 감정 표현이 풍부하잖아요. 좋으면 막 길거리에서 춤도 추고. 입체적인 데다 오버스러운 측면까지 있는 캐릭터인데 위화감이 안 드는 것도 신기했어요.
그건 살을 붙일 수 있게 작가님이 워낙 뼈대를 잘 만들어주셔서, 저도 납득이 갔던 것 같아요. 소심하지만 엄마나 친한 친구 몇 명한테는 자기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그런 사람이잖아요. 생각해보면 주위에 그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거든요. ‘그럴 수 있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어’ 하고 믿고 연기를 했죠.
앞선 질문을 좀 다르게 여쭤볼게요. 연기하셨던 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뭘까요?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허치현이요. 그 인물과 삶이 저한테는 너무 짠하고, 인간스럽지 않았나 싶어요. 가장 현실적인 사람의 모습 아니었나 하고.
그게 어느 정도는 지훈 씨의 연기적 지향점이라고 봐도 될까요?
그렇죠. 지향하는 바는 그런 것 같아요. 실제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사람. 그래서 대본을 볼 때도 제가 연기해야 할 인물의 결핍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결핍.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궁극적인 최종 목표는 행복인데, 그 행복을 이루지 못해서 결핍이 생기잖아요. 그 결핍을 좀 많이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나오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이 결핍이나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있으니까요. 허치현이란 인물이 그걸 가장 잘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건(〈달이 뜨는 강〉)이나, 이재훈(〈99억의 여자〉)이나 다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을 찾아서 연기했고요. 그렇게 결핍을 찾아서 연기했던 인물들에 애정도 더 가고 제가 푹 빠져서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를 하고 나면 몸이 정말 힘들고 살도 많이 빠지지만요.
 
리넨 셔츠 펜디. 슬리브리스 톱 에디터 소장품. 팬츠 누마레. 네크리스 디올 맨. 플립플롭 아일랜드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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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재훈 캐릭터를 굉장히 감탄하면서 봤어요. 아내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인간 말종에다 죄의식이 없는데 또 겁은 많은 사람이잖아요. 찌질한데 욕망에 너무 충실해서 어떨 때는 섬뜩하기도 하고,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99억의 여자〉에서 제일 순수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서 정이 가기도 하고요. 굉장히 묘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그건 기자님이 정확히 보신 것 같아요. 이재훈 역을 할 때 다른 생각 하나도 안 하고, 얘는 그냥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거든요. 그냥 있는 대로 다 표현하고, 어느 하나 감출 생각을 안 하고요. 제가 어떤 것 하나라도 숨기면 이 캐릭터가 깨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순수한, 사랑받고 싶은 결핍이 정말 많은 사람이니까.
그간 굉장히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했어요. 이번에 캐스팅된 드라마 〈욕망〉도 ‘선우’가 지금껏 안 해본 캐릭터라서 선택했다고 했고요.
제가 가능한 한 전에 해본 건 안 하려고 해요. 옛날에 어떤 분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뭐 하나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그걸 반복하지 말라고,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설령 연기 못한다고 욕을 먹더라도 그래야 배우로 오래갈 수 있다고 말이죠. 듣는 순간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딱 10년 동안 그렇게 해보자 생각한 거예요. 제가 이제 9년 차인데 지금까지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해왔어요. 밖에서 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제가 준비할 때 접근법이 분명 다를 것 같은 인물을 하려고 했던 거죠.
10년. 대단하네요. 그러면서도 지금껏 연기력 논란은 한 번도 없었고.
그쵸. 다행히 없긴 했는데.(웃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갑자기 애기(이지훈의 반려견)를 끌어안으시네요.(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더라고요. 저는 또 늘 ‘더 잘해야 되는데’ 싶으니까. 더 잘하고 싶으니까.
그럼 자기 자랑을 한번 부탁드려볼까요? 배우 이지훈의 가장 큰 장점은 뭐예요?
음… 간절함. 절실하다는 거요.
9년 차 배우이지만 아직도.
네, 아직도. 오히려 신인 때보다 더 간절하고 조급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간절함은.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곳에 많이 가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저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고, 그런 조급함이 자꾸 저로 하여금 뭔가를 상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간절함이 제 가장 큰 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딱 인터뷰 피날레 같은 답이 나온 것 같은데요.
(웃음)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기자님 제 번호 저장해두셨죠? 또 한 번씩 연락드리고 안부 여쭐게요.
 
*이지훈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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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오성윤
  • FASHION EDITOR 신은지
  • PHOTOGRAPHER 채대한
  • HAIR 조천일
  • MAKEUP 서영화
  • ASSISTANT 강슬기/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