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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5명의 남녀가 털어놓은 섹스 이야기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마스크가 당연해졌고 재택근무가 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만남은 요원해졌다. 그렇다면 섹스는? <에스콰이어 코리아>가 2030 남녀에게 물었다. 팬데믹 이후 당신의 섹스는 달라졌나요?

BYESQUIRE2021.07.07
 
 

우리의 섹스는 변하지 않았다

 
EPISODE: 1 섹스리스는 그저 ‘남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거의 1년째 섹스리스다.
결혼을 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섹스리스’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남 일’이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 부부는 섹스가 끊겼던 적이 없었으니까.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거의 1년째 섹스리스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여행업계에 종사했던 아내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것도 그쯤이었다. ‘독박육아’의 굴레가 아내를 옭아맸다. 아내는 눈에 띄게 생기를 잃어 갔다. 아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외벌이가 된 마당에 칼퇴는 언감생심이었다. 성욕보단 식욕과 수면욕이 강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아이를 재우고 분위기를 잡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 우리는 번번이 결승선에 다다르지 못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냥 자자”는 아내의 말이 내 자신감도 점점 갉아먹었던 것 같다. 어린이집은 다시 문을 열었고 아내도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지만, 섹스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이젠 솔직히 모르겠다. -서울 양천구 36세 회사원 남성
 
 
EPISODE: 2 약속은 다시 늘었지만, 10시에 귀가해야 하는 덕분(?)에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핵인싸’였다. 평일 저녁과 주말은 약속의 연속이었다. 성향이 비슷했기에 결혼했고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확실히 연애 때에 비해 성관계에는 소홀해졌다. 매일 밤 늦게 귀가하고 주말에도 밖에서 놀다 보니 애정과 별개로 진득하게 성관계를 가질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기보다는 술기운에 후다닥 해버린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재택근무가 늘고 약속이 끊겼다. 처음에는 세상에 둘만 버려진 기분이었지만, 이내 우리는 다른 재미를 찾게 됐다. 둘이서 술을 마시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아봤다. 횟수는 급증했다. 횟수가 늘자 대화도 늘고, 서로를 위한 이런저런 시도도 늘어났다. 와이프의 만족도도 높아진 모양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다시 약속이 늘었지만, 딱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오르는 시간인 10시에 귀가해야 하는 덕분(?)에 우리 부부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부분 중 하나.-서울 마포구 36세 회사원 남성
 
 
EPISODE: 3 결국 우리는 문명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러브젤’에 입문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커플의 데이트 패턴을 바꿨다. 마음껏 데이트를 즐기기엔 주변의 눈초리가 너무 따가웠기에, 자연스럽게 집에서 노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자주 본다는 건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공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렘보다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더 커졌고, 익숙함은 섹스리스로 이어졌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노파심이 들었다. 몇 차례 시도했지만, 오랜만에 하다 보니 어색함과 긴장감만이 자리 잡았다. 여자친구는 전과는 달리 통증을 호소했다. 해결을 위해 새로운 장소를 물색했다. 고급 호텔, 낡은 모텔, 독채 펜션의 야외 벤치 등. 하지만 여전히 몸이 따라오지 못했다. 장소만의 문제는 아닌 듯했다. 결국 우리는 문명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러브젤’에 입문한 것이다. 러브젤에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 알았다. 러브젤을 사용하면서 삽입에 대한 어려움이 사라졌고,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만약 다시 우리 사이가 루스해진다면, 그때는 또 다른 문명의 이기를 찾아볼 생각이다. -서울 강서구 32세 회사원 남성
 
EPISODE: 4 내가 보기에도 살찐 내 모습이 예쁘지 않은데, 남편 입장에서도 그럴 것 같았다.
팬데믹과는 별개로 2020년은 내게 힘든 해였다. 회사를 그만뒀고,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남편의 회사는 어려워졌다. 밤늦게까지 시험 공부를 하는 나와 야근 후 곯아떨어진 남편 사이에 성적인 시그널이 오가는 일은 점점 사라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며 남편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심적인 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졌다.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저녁때까지 나오지 않다가, 밤늦게 배달음식을 먹는 하루하루가 반복됐다. 그 와중에 살이 안 찌는 편인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말라 가는데, 나는 반복되는 배달음식 폭격에 결혼 전보다 훨씬 살이 쪄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연애할 때 입던 옷들이 하나도 맞질 않았다. 내가 보기에도 예쁘지 않은데, 남편 입장에서도 그럴 것 같았다. 나 역시 재택근무가 이어지는 동안 며칠씩 씻지 않고 여기저기를 긁어대는 남편을 볼 때면 성적인 감정이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니까. 생각해보니 지금은 신혼인데, 그야말로 잃어버린 신혼이다. -경기도 안양 31세 주부 여성
 
 
EPISODE: 5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또렷한 정신으로 첫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모임은 앙상해졌지만, 둘만의 만남은 그래서 더 긴밀해졌달까? 밤 10시 무렵 보급로가 끊긴 남녀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수를 던진다. 판단은 어렵지 않다. 9시 40분쯤 먼저 “집 가기는 아쉬운데…”라고 말한다. 체크를 부르고 마지막 수를 던진다. “괜찮으면, 우리 집에 가서 한잔 더할까?” 체크메이트. 섹스 자체의 질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예전에는 새벽 2~3시까지 술을 마신 후에야 섹스를 시작하곤 했다. 마음과 욕정은 동하지만, 몸과 뇌는 알코올에 절어 쓰러져가는 상황. 삼십육계에도 술을 이기는 비기는 없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 집에서 한잔’에 합의한 두 사람은 택시 안에서 말이 없다.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내 왼쪽 허벅지에 상대의 손이 올라와 있다. 짙어지는 확신.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최후의 전열을 가다듬는다. “콘돔 살게.” 술을 사왔다고 한들 다 마실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또렷한 정신으로 첫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루는 그렇게 익숙해진 한 파트너가 말했다. “시간 많아서 좋다.” 팬데믹이 마련해준 시간 덕에 우리는 서로의 몸에 더 충실해졌다. -서울 은평구 28세 회사원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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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박호준
  • PHOTO 게티이미지스 코리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