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N브랜드팀장이 털어놓은 아반떼 N의 탄생배경

현대의 고성능 라인 N이 5년 만에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를 제패할 거라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박준우 N 브랜드 매니지먼트 팀장에게 N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 대답이 참 두근두근하다.

BYESQUIRE2021.07.26
 
 

Buckle Up For N 

 
Q.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N 브랜드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 6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의 세부 클래스인 TCR(Touring Car Race) 부문에서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 N 브랜드는 2016년 첫 출전 이후 꾸준히 모터스포츠에 도전했다.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와 같은 기간에 개최됐던 WTCR(World Touring Car Cup)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지난해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종합 우승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Q. 24시 내구레이스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포드 V 페라리〉 역시 24시 내구레이스 대회를 다룬 영화가 아닌가.
맞다. 영화 속 내구레이스는 ‘르망24’이고 우린 ‘뉘르24시’였다. 하지만 룰은 같다. 한 대의 차를 3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번갈아 운전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린 차가 우승이다. 차의 성능과 내구도를 테스트할 좋은 기회여서 여러 제조사가 참여한다. 참고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녹색 지옥’이라 불릴 만큼 난도가 높다. 솔직히 우리도 이렇게 빨리 좋은 결과가 있을 줄 몰랐다.
 
Q. 새롭게 선보인 ‘아반떼 N TCR’의 추월이 인상 깊었다. 같은 클래스의 혼다 시빅 타입 R TCR은 물론 상위 클래스의 포르쉐 911 GT3 같은 고성능 모델보다 빨랐다. 도대체 비결이 뭔가?
기밀이다.(웃음) 굉장히 디테일하고 기술적인 부분이라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엔 경기 당일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출력이 높은 후륜구동 모델보단 접지력이 좋고 코너에 유리한 우리 차가 유리했던 것 같다. TCR 모델은 레이싱을 위해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양산차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경쟁 팀의 드라이버와 관계자가 우리 TCR을 굉장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건 맞다.
 
Q. 모터스포츠는 사실 ‘돈 먹는 하마’다. 그런데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홍보 효과다. N 브랜드 고객은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일 확률이 높다. 그들에게 어필하려면 차가 빠른 것만큼이나 스토리가 중요하다. N 모델을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모터스포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는 게 스토리를 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기술력이다. 레이싱에 참여할 때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인다. 연구소에서의 주행 테스트가 가벼운 스파링이라면, 레이싱은 피 튀기는 실전인 셈이다. 그렇게 얻은 데이터는 기술 개발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Q.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흡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엔진에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흡기장치는 주행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엔진 출력을 높이기 위해 터보차저 같은 과급기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린 수십 번의 레이싱을 치르며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았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 안정적으로 엔진에 공기(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걸 적용한 모델이 아반떼 N이다. 따라서 아반떼 N의 흡기 방식은 경주용 차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 브랜드에 관한 일이라면 박준우 팀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N 브랜드가 출범하기 전부터 N 브랜드를 위해 달려왔다. 재미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지상 과제다.

N 브랜드에 관한 일이라면 박준우 팀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N 브랜드가 출범하기 전부터 N 브랜드를 위해 달려왔다. 재미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지상 과제다.

Q. 아반떼 N 티저 영상에 등장한 작은 점들은 무슨 의미인가?
아반떼는 벨로스터와 태생부터 다르다. 역사로 보나 판매량으로 보나 그렇다. N 모델이지만 퍼포먼스와 실용,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티저 영상에 등장한 43개의 점은 개선된 43가지 부품을 가리킨다.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 자리에서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7월 14일에 공개되면(인터뷰는 9일에 진행했다) 분명 다들 놀랄 거다.
 
Q. 43개 중 하나쯤은 미리 공개해도 괜찮지 않을까?
운전석과 동승석에 버킷 시트를 적용했다. 덕분에 기존 아반떼 모델 대비 등받이 두께가 50mm 줄었다. 바꾸어 말하면, 뒷자리 승객의 무릎 공간이 50mm 늘어났다는 뜻이다.
 
Q. 슈퍼카를 만들 계획은 없나? 예를 들면 V8 엔진을 품은 뒷바퀴 굴림 모델 스포츠카 말이다.
없다. 그건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N은 메르세데스-AMG나 BMW M과 경쟁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가격도 스펙도 한참 다르다. 차라리 폭스바겐 골프 GTI가 경쟁 상대에 가깝다. 독일에서 처음 i30 N을 선보일 때도 4만 유로 이하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골프 GTI를 판매하고 있지 않은 국내에선 N 모델이 독보적이다.
 
Q. 얼마 전까지 유럽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그곳에서 느낀 N 브랜드는 어땠나?
처음 독일에 갔을 땐, ‘이 차를 정말 현대가 만들었다고?’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였다. 2013년, 첫 N 브랜드 중장기 전략 수립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주위에서 다들 뜯어말렸다. 현대가 만든 고성능 차는 안 팔린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독일 지사장이 내게 “여기 골프 GTI의 나라야. 괜히 무리하지 마”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결국 2017년, ‘i30 N 퍼스트 에디션’으로 100대를 선보였고 하루 만에 다 팔았다. 독일 전역에서 모인 i30 N 오너와 함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달린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 후 i30 N은 독일에서만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독일의 3대 자동차 잡지 중 하나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가 i30 N을 두고 쓴 기사에서 ‘리스펙트, 현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쟁 모델과의 비교 시승에서도 1위로 꼽혔다. 시승해보라고 제안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걸 생각하면 N의 입지가 무척 달라진 게 사실이다.
 
Q. 하지만 내연기관은 지는 해 아닌가? 많은 자동차 회사가 전동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부정하지 않겠다. 전기차 시대의 N 브랜드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고심하는 중이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문 기업인 ‘리막’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것도 그래서다.
 
Q. N의 전기차는 다른 전기차와 어떻게 다를 예정인가?
충전이 빠른 수소전기차와 토크가 높은 순수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이미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테스트 중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는 이미 10년 전에 수소차(투싼ix)를 출시한 적이 있을 만큼 뛰어난 수소 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두 개의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면 차가 많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14일 공개된 아반떼 N. 최고 출력 280마력에 ‘제로백’은 5.3초다. 서킷 주행 시 도움이 되는 ‘현대 N’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출시됐다.

지난 7월 14일 공개된 아반떼 N. 최고 출력 280마력에 ‘제로백’은 5.3초다. 서킷 주행 시 도움이 되는 ‘현대 N’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출시됐다.

Q. 다른 고성능 브랜드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하이브리드는 비싸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차에 전기 배터리를 더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생산 공정도 복잡해진다. 우린 하이브리드로 가는 대신 전기차에 감성을 더할 것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통해 얻는 쾌감은 원초적 본능과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진동, 사운드, 가속 질감 같은 것들을 섬세하게 조율해 전기차지만 전기차 같지 않은 감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Q. 그럼 N 브랜드의 라인업과 판매량이 점점 더 확대되는 걸까?
모델이 추가되긴 하겠지만, 판매량은 잘 모르겠다.(웃음) 당연히 판매량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N 브랜드가 현대차그룹 내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은 판매량이 아니라 브랜딩과 R&D이다. N이 앞서나갈수록 현대자동차의 상품성도 좋아진다.
 
Q. 앞으로 새롭게 전개할 프로젝트가 있나?
태안에 드라이빙 센터를 오픈한다. 내년 상반기가 목표다. 서킷 주변에 다양한 문화공간도 함께 만들고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현재 사용 중인 인제 스피디움도 계속 가지고 갈 예정이다. 태안 드라이빙 센터가 대중적인 방향이라면 인제 스피디움은 스포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추는 차별화 전략이다.
 
Q. 인터뷰 내내 느꼈지만, N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큰 것 같다.
원래 쉽게 감동하는 타입이다.(웃음) N 브랜드 시작부터 함께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2010년 처음 입사했을 땐 현대차 라인업 중 ‘갖고 싶은 차’가 없었다. 티뷰론, 스쿠프 같은 차로 시작해 V8, V10 스포츠카를 타다가 갑자기 얌전한 차를 타려니 성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N 브랜드를 꿈꿨고 다행히 목표한 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함께하는 팀원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성향이다. 안팎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덕후’의 마음으로 재밌는 차를 계속 만들 테니 부디 많은 사람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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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조혜진
  • PHOTO 현대자동차
  • HAIR & MAKEUP 김원숙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