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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킹 전쟁 in 대한민국 골프 월드

대한민국에 가히 ‘골프 대전’이 발발했다. 그대, 이 전쟁의 승리자가 될 텐가?

BYESQUIRE2021.08.13
 
전쟁이 시작됐다. 무기는 스마트폰이다. 다수가 엄지손가락으로 민첩하게 공격한다. 클릭 한 번에 삶이 달라지니까. 과장 같지만 뭐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남보다 빠르게 누르거나 찔러야 뭐든 확보할 수 있고, 화이자 백신 주삿바늘도 어깻죽지에 찔러넣을 수 있다. 골프의 세계 또한 그러하다. 너무나 뜨거웠던 여름이 서서히 퇴장하려 한다. 올해는 제 역할을 다해 스스로 뿌듯해하지 않을까. 지난여름이 떠오른다. 미칠 듯 쏟아지는 빗줄기에 골퍼들의 라운드 일정도 무수히 씻겨 내려갔던. 올여름은 그 반대였다. 날이 좋아 라운드 욕구가 폭발했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골프장 예약 자체가 힘들었다. 가히 '부킹 전쟁' 중이다. 하물며 코로나19 녀석 때문에 안 되는 것 또한 많았다. 라운드 후 사우나에서 몸을 풀며, 동반자들과 나누는 '토크(talk)'가 사라졌다. 5시간 가까이 멈춰있는 작은 공을 때리고, 걷고, 환호하고, 좌절하다 지난 라운드와 달라진 게 없는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게 골프 혹은 라운드의 정의 아닐까. 그렇게 한나절을 동행하고 나면, 그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절친' 맺는 경우가 꽤 되더라. 거기에 방점을 찍는 시간이 바로 '사우나 토크'였다. (여성 골퍼들도 이러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동의를 구하며) 결론적으로 이런 게 다 사라진 2021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심지어 이제 샤워까지 하지 말란다.
 
자연스레 7월, 8월 황금 시간대 라운드가 줄줄이 취소됐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더위 먹고 해롱해롱 댔던 6월의 아찔했던 주말들. 더위에 약한 이들에겐 '샤워 금지령'이 2부 라운드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명분을 선사한 셈이지만 아쉬움이 크다. 그렇게 나의 여름 골프는 모조리 삭제됐다. 사진첩이 텅 비었다. 이참에 홀로 조용히 남몰래 맹렬히 연습해 가을엔 잔디밭을 덜 뛰어다니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계획도 실행하기 쉽지 않았다. 연습장마저 꽉 차 있었다, 사람들로.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꽉꽉. 정말 '골프의 대중화'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나날이다. 80분 연습하기 위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무인 예약시스템 기계 님의 딱딱한 외침에 당황하고, 또 당황한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대기 시간은 2시간 20분으로 늘어난다. 양옆의 열정 넘치는 골퍼들은 골프장 부킹하듯 대기 버튼을 '푸시푸시'하고 있었다. 더 이상 질 수 없었다. 대응책을 찾아야 했다.
 
@leehdann@leehdann@leehdann
우선 라운드. 공지된 예약 오픈 시각엔 수많은 이들이 몰린다. 백신 예약하듯이 말이다. 전략을 바꿨다. 타인의 취소를 나의 예약으로 변신시킨다. 예약 취소 가능 기한을 체크한 후 그 시점을 노려야 한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골프장의 정말 원하는 시간대의 티. 그 시간대의 예약이 풀리는 날을 공략했더니 꽤 성공률이 높았다. 주위엔 수십만 원씩 '비공식' 양도비를 건네고 예약 건을 넘겨받는 이도 있다. 두 사람 몫의 그린피 정도를 추가로 낸다? 그렇게 골프를 친다? 냉정히 난 그 정도로 골프를 사랑하진 않기에, 과유불급이기에 그렇게 나쁜 이들의 배를 불려주고 싶진 않다.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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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연습장. 이건 물리적 움직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라운드 예약은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뚝딱하면 되지만, 연습장은 당연히 연습장에 가서 연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역시 수요가 적은 때를 노린다. 새벽이나 밤. 역시 쉽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망설이는 사이 하루는 가고, 가을이 오고, 나의 실력은 늘지 않고 그러다 겨울마저 오면 올 시즌은 끝나버린다. 그러면 안 되겠지. 부지런한 친구들은 출근 전 새벽 6시에 연습장으로 '사전 출근'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대단한 존재들이다. 난 그게 힘들어 밤을 즐긴다. 코로나 시대의 서울은 밤 10시에 눈을 감지만, 경기도는 그렇지 않다. 서울과 경기의 경계에 안착해있는 연습장은 자정까지 운영한다. 김포공항 근처의 S 연습장, 일산의 S 연습장 등 상대적으로 낮은 땅값의 장점을 활용한 드넓은 연습장들은 심야에도 골퍼들을 유혹하고. 나 또한 그 손짓에 넘어가 밤 10시 이후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공을 쳐 내곤 한다.
 
준비됐는가 그대도? 이 전쟁에서 승리할 준비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패배하리라. 정복은 어려울지라도 우리의 골프 라이프 순항을 위해. 남들과 다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클릭하고, 달려가고 공을 때리자. 가을이 우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