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10월 24일까지 진행하는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은 홍콩의 M+미술관, 태국의 마이얌현대미술관(MAIIAM), 필리핀의 현대미술디자인미술관(MCAD)과 손잡고 선보이는 협업 전시다. 전시에서는 각 미술관이 소장한 미디어 작품을 포함해 ‘거실의 사물들’과 ‘내 곁의 누군가’, ‘집의 공동체’, ‘메타-홈’ 총 네 가지 테마에 따라 집이 갖는 역할 및 관계 등을 다룬 여러 작가들의 영상을 소개한다. 총 22점의 작품들은 온라인 플랫폼(https://watchandchill.kr)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데,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색다른 관람 방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술 한류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본격적인 첫걸음 같은 전시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제목처럼 ‘보는’ 것만이 아닌 ‘즐기는’ 전시를 구현하는 〈우리 집에서, 워치 앤 칠〉은 미술관과 작가, 관객 모두가 저마다의 해석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시한다.
‘미퓨’라는 우주인이 있다. 그 이름은 단어 ‘미래’와 ‘퓨처’의 한 글자씩을 따온 것으로, 우주에 사는 미퓨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성향을 가진 ESFP의 MBTI 타입이다. 가상인물미퓨가 지내는 집을 구현해 네 개의 신비로운 공간으로 꾸며놓은 이색 전시 〈미퓨의 방〉은 실감 나는 우주체험을 선사하는 ‘리얼리티 우주감각 전시’다. 홍대 T팩토리에 마련한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은 QR코드를 통해 〈미퓨의 방〉 웹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미퓨가 남긴 메시지를 따라 침실과 런드리룸, 부엌, 다이닝룸 곳곳에 숨겨진 미션을 찾아 수행한다. 각 미션은 우주 행성의 향수, 행성의 소리, 달의 표면 등 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오감을 상징하고 있다. 〈미퓨의 방〉 전시장 끝에 다다르면 〈미퓨의 정원〉이라는 또 하나의 체험 공간이 등장하는데, 지구의 아마존 숲에서 감명을 받은 미퓨가 이를 재현해 만든 곳이라고. 재미있는 게임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요소를 가미한 전시 〈미퓨의 방〉은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 〈Non-place Like Home 집 같은 비장소〉
」 다소 생소할 법한 ‘비장소’라는 단어는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떠올린 개념이다. 비(非)장소에는 역사성이나 정체성, 관계성 등 일반적인 장소가 갖는 특성이 없다. 이러한 비장소의 개념을 인간에게 가장 친밀한 장소 ‘집’에 접목시킨 김지은 작가의 개인전 〈Non-place Like Home〉에서는 비장소나 다름없는 조금 낯선 집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사정에 의해 경기도 화성시의 봉담지구로 이사를 해야했던 김지은 작가는 여느 신도시 같은 회색 풍경을 보며 익숙한 기분을 느낀다. 여전히 개발 중인 신도시이자 오래전 잔혹한 기억을 간직한 도시이기도 한 화성을 태양계 행성 ‘화성’에 비유한 이번 전시의 작품들로, 그녀는 과연 이곳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동시에 비장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사유를 시각화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살림터 D-숲에서 개최 중인 전시 〈집의 대화 : 조병수 x 최욱〉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집의 가치를 주제로 다룬다. 가장 사적인 장소이면서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한국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 조병수와 최욱에게 집은 어떤 곳인지 등 전시는 집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를 통해 끊임없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독특한 건 집을 축소한 모형이나 누군가의 집을 본뜬 설치물 대신, 디지털 영상을 활용한 의외의 전시 방식이다. ‘집 속의 집’과 ‘집’, ‘일하는 집’, ‘제안하는 집’ 총 네 가지의 테마로 두 건축가가 전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은 그들 머릿속에 자리한 집에 초대받은 듯한 흥미로운 기분이 들게 한다. 더불어 작가로 참여한 조병수와 최욱의 미공개 드로잉 작품 및 인터뷰 영상도 감상할 수 있어 집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각자의 집을 설계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