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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슈퍼카, 왜건 3

아이에게 아빠는 슈퍼맨이다. 빠르고 강력하며 똑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왜건도 그렇다. 다재다능함이 꼭 닮았다.

BY박호준2021.09.27
 
 

아빠의 슈퍼카

 
 

AUDI

RS 6 AVANT

자아가 충돌한다. 한쪽은 아빠 다른 한쪽은 자동차 마니아다. 아빠가 먼저 말한다.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활동적인 걸 좋아해. 작년 가을에 캠핑 갔던 걸 기억하더니 이번에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새로 산 자전거를 가지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린 수납공간이 큰 차가 필요해.” 마니아가 반문한다. “짐을 가득 싣고 여행을 떠나는 게 1년에 몇 번이나 될까? 따져보면 365일 중 300일은 혼자 차를 탄다고.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만큼은 내가 타고 싶은 걸 골라야지!” 차를 좋아하는 아빠라면 공감할 법한 고민이다.
 
여기 평화로운 해결 방법이 있다. RS 6 아반트다. 고성능을 뜻하는 ‘RS(Racing Sport)’에 속하지만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승차감 변화가 크기 때문에 ‘승차감 모드’로 설정하고 달리면 평범한 세단처럼 정숙하다. 1열뿐만 아니라 2열에도 2중 접합 방음 유리를 적용한 덕이다. 스르륵하고 저절로 문이 닫히는 ‘소프트 도어 클로징’ 기능이 들어가 있어 아이에게 “문 한 번만 다시 열었다 닫아줄래?”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세단이 왜건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트렁크와 함께 2열 헤드룸도 넉넉해졌다. 그 대신 차가 급정거할 때 트렁크에 넣은 짐이 좌석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트렁크 네트를 장착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트렁크 바닥 양쪽엔 레일을 깔았다. 레일을 이용하면 짐을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않게 단단히 고정할 수 있다. 다른 왜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얌전한 세단 같던 RS 6 아반트가 야수로 돌변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둘째, 전방에 차가 없다. 셋째, 혼자 타고 있다. 변신 버튼은 운전대에 있다. RS 버튼을 누르면 차의 성격이 180도 달라지는데 운전대가 무거워지고 가속페달 반응이 예민해지는 식이다. 승차감 모드일 때처럼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았다가는 과속 카메라에 찍히기 십상이다. 이 차의 성향은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그랜드 투어러(GT)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당신의 퇴근길이 조금 더 즐거워진다는 소리다. 단언컨대, 두 가지 자아를 한 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는 RS 6 아반트가 유일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63 AMG 에스테이트를 들여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올해분이 전부 팔린 걸 보면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빠가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박호준 (31세,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AUDI RS 6 AVANT
파워트레인 3996cc V8 가솔린 트윈터보+마일드 하이브리드, 8단 자동
최고 출력 600마력
최대 토크 81.5kg·m
가속력(0→100km/h) 3.6초
가격(VAT 포함) 1억5802만원
 

 

BMW

M340i xDrive Touring

아이가 태어나면 라이프스타일이 통째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 말은 200% 진실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5개월 동안 바뀐 것들이 그 전 5년 동안 바뀐 것보다 많다. ‘조금 이따가 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밥 먹듯이 했던 야근을 이젠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잠시 집 앞 대형마트에 가더라도 소요 시간과 동선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오늘 아침엔 문득 식탁 모서리가 너무 날카로워 보였다. 이렇게 ‘딸바보’가 되는 건가 싶다. 포토그래퍼는 챙겨야 할 짐이 많다. 거의 모든 촬영에 필수로 사용하는 조명 스탠드만 하더라도 120cm다. 거기에 삼각대, 조명, 노트북, 간이 테이블, 웨이트 등을 넣으려면 어지간한 크기의 트렁크로는 턱도 없다. 이때 가장 손쉬운 선택은 SUV다. 함께 일하는 선배 포토그래퍼 역시 중형 SUV를 탄다. 그런데도 선뜻 SUV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세단이나 해치백에 비해 아쉬운 운동 성능 때문이다. “아직 철이 덜 들었네”라는 말로 치부하기엔 자동차가 나에게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 학창 시절 꿈꾸던 8기통 스포츠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운전 재미가 있는 차를 원했다.
 
BMW M340i 투어링이 딱 그런 차다. 그냥 3시리즈도 아니고 무려 ‘M’ 마크가 붙은 387마력짜리 모델이다. 시동을 걸자마자 직렬 6기통 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입이 귀에 걸리려는 찰나, ‘아이가 엔진 소리에 놀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스친다. 다행히 승차감은 나긋나긋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로 설정하니 엔진 소리도 한결 조용하다. 에코 모드로 약 100km를 달렸는데 계기반 위 평균 연비가 14.1km를 기록했다. 얌전히 항속 주행한 결과이긴 하지만, 공인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6기통 고성능 모델이라 연비가 낮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유류비 때문에 눈치 볼 일은 없겠다.
 
중요한 게 남았다. 2열 거주성이다. 아빠의 입장에선 단순히 레그룸이 넓다고 거주성이 뛰어난 게 아니다.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 아이를 편평하게 누일 수 있는지,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했을 때 좌우 공간이 얼마나 남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어가며 앉아보고 기대어봤을 때 비좁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손쉽게 4:2:4로 접고 펼 수 있는 2열 시트 역시 실용적인 왜건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함께 차를 둘러본 아내는 평소 성격대로 쿨하게 한 마디 남겼다. “차 좋네!” 김현동(31세, 포토그래퍼)


BMW M340i xDrive Touring
파워트레인 2998cc I6 가솔린 싱글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387마력
최대 토크 51kg·m
가속력(0→100km/h) 4.6초
가격(VAT 포함) 8000만원
 

 

Volvo

V90 Cross Country B6

우리나라에서 왜건은 슈퍼카보다 보기 드물다.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라 다른 나라의 자동차 문화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특히 일본에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멋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왜건의 매력에 눈을 떴다. 막연히 왜건은 ‘짐차’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은 이탈리아 출신 스포츠 세단에 몸을 맡기고 있지만, 언젠가 꼭 한번 타보고 싶은 차로 왜건을 담아두고 있었다.
 
기회가 왔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의 차 키를 손에 쥔 것이다. 첫인상은 긍정적이었다.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B필러부터 트렁크로 이어지는 루프 라인이 자연스럽다. 세단이나 해치백에서 억지스럽게 트렁크 공간을 늘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단보단 높고 SUV보단 낮은 크로스컨트리는 어떤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보여줄지 알아보기 위해 두 딸과 아내를 태우고 주말 나들이를 떠났다. 트렁크에 밸런스 바이크와 킥보드, 접이식 유모차와 작은 짐 가방을 싣고 말이다. 낑낑거리며 테트리스 하듯 짐을 싣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렇게 쾌적할 줄 몰랐다.
 
올림픽대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도 차는 시원하게 힘을 뽑아낸다. 4기통 엔진에서 어떻게 300마력이나 뿜어져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너무 단단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서스펜션 감각 덕에 뒷자리 카시트에 앉은 아이들은 금방 곯아떨어졌다. 햇빛가리개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 아이들이 눈을 찌푸릴 일도 없다. 옆자리에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칭찬이 줄을 잇는다. 정갈한 센터페시아 레이아웃과 포근한 시트 색상이 특히 마음에 든단다. 고작 10분 남짓 달렸을 뿐인데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 차 얼마라고?”
 
안전하면 볼보, 볼보 하면 왜건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볼보를 타는 아빠는 왠지 가정적일 것만 같은 이미지를 풍겨서 더 좋다. 어쩐지 요즘 아파트 주차장에 볼보가 자주 보인다 싶었다. 20대는 작고 빠른 핫해치, 30대는 멋진 디자인의 고출력 스포츠 세단과 함께했다. 40대에 접어드니 가족 모두를 위한 선택으로 마음이 기운다. 리터당 9km를 기록한 복합 연비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고급 휘발유를 넣지 않아도 되는 걸로 만족한다. 계약 후 출고까지 6개월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이 차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빠의 차’라는 관점에서 흠잡을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수헌(40세, 마케터)
 
Volvo V90 Cross Country B6
파워트레인 1969cc I4 가솔린 터보·슈퍼차저+마일드 하이브리드, 8단 자동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kg·m
가속력(0→100km/h) 6.4초
가격(VAT 포함) 792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