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맛을 상상하기 힘들 파스타 4종
외양이나 재료 설명만으로는 맛을 상상하기 힘든 파스타들. 그 생경함 뒤에 숨은 셰프의 설계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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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먹물 키타라+소라+콘 퓌레
모던 프렌치를 선보이는 디핀 본점에서 ‘파스타 위크’ 이벤트를 했고, 다 같은 면을 쓰면 재미없으니까 변주를 하다 먹물 키타라 면을 만들었으며, 비스크 소스는 식상해서 홍합 주를 사용하게 됐고, 프렌치 베이스의 요소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퓌레를 가미했는데, 완두콩 퓌레를 넣다가 제철인 옥수수를 한번 써본 것이다. “파스타는 어떻게 보면 심플하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오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 요리만 10년 넘게 하신 분들보다 제가 클래식한 파스타를 잘할 순 없겠죠. 그래서 저는 새로운 조합과 신선한 맛을 시도하는 거예요. 그게 더 낮은 레벨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요리가 바로 그런 거거든요. 디핀에만 존재하는 음식,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
파프리카 페투치네+단새우+비스크 소스
“사실 비스크는 누구나 좋아할 맛의 소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산물, 특히 갑각류를 즐기는 부류가 아니면 싫어할 확률이 높죠. 그래서 저는 이걸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한 거예요. 사실 요즘 국내에서 파스타의 입지가 많이 달라지고 있잖아요. 파인다이닝 콘셉트의 파스타바도 여럿 생기고, 사람들이 파스타에 기대하는 바도 많이 달라진 것 같고요. 피치도 그 흐름 안에서 파스타를 하려는 곳이죠. 다만 좀 천천히 가려고 해요. ‘이 정도는 짜야 돼’, ‘이게 맛있는 맛이야’ 만들어놓고 강요하는 대신에요.”
타야린+금태찜+사프란 우마미 소스
“영감의 출발점은 부야베스(프랑스식 생선 스튜)였어요. 훌륭한 음식을 먹으면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죠. ‘아, 이건 우리 식으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 하고요. 절반 정도는 아예 제로 베이스에서 나오기도 해요. 어떤 때는 그냥 특정 사물이나 빈 그릇을 보다가도 새로운 파스타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거든요.” 그는 에비던스를 찾는 사람들이 역으로, 앞에 놓인 조합을 해석하면서 호기심과 재미까지 충족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에비던스는 파스타로만 구성된 ‘오마카세’ 코스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 아무렴 재미를 기대하고 간다면 부족할 일은 없을 테다.
바롤로 트러플 타야린+레지아노 치즈+블랙 트러플
“사실 삶는 과정에서 와인의 맛과 향, 트러플 향의 40~50%는 날아간다고 봐요. 그냥 안 익힌 면을 씹어 먹을 때가 제일 맛있는 것 같거든요.” 무수한 수정을 거친 첸트로 타야린의 최종 버전 레시피가 삶은 면을 버터와 레지아노 치즈로 조리한 후 트러플을 갈아 올린 형태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렇듯 간단한 조리가 이 면을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다만 오래 볶은 양파로만 만든 신메뉴 파스타 치폴라를 설명할 때, 그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제가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보다가, 요즘은 자꾸 다시 심플한 걸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재현
- PHOTOGRAPHER 황성재/박다빈(플레이팅 컷)
- FOOD STYLIST 김보선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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