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가을이면 생각나는 뜨끈한 수제비 맛집 4

수제비 먹기 딱 좋은 날씨다.

BY남윤진2021.10.29

엘림들깨수제비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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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동에 위치한 엘림들깨수제비칼국수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메뉴 ‘칼제비’로 유명하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보리밥 한 그릇과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는 콩나물, 무채, 톳이 먼저 나오는데, 에피타이저 삼아 양념장을 넣어 함께 쓱쓱 비벼 먹으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입맛을 한껏 돋워놓았을 때쯤 꽤 큼직한 크기의 대접에 담겨 나오는 칼제비가 테이블에 놓기도 전부터 고소한 들깨의 향을 풍겨 코끝 가득 맴돈다. 한국식 크림소스처럼 뽀얀 색과 맛의 국물, 부드러운 수제비와 칼국수 면발을 숟갈에 넘치도록 떠 와구와구 퍼먹으면 그 진한 풍미가 고스란히 입안으로 스며든다. 여기에 맛보기용 서비스 수육 한 접시까지 다 해치워 조금 텁텁한 기운이 느껴질 때, 시뻘건 배추겉절이 한 조각을 곁들이면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영원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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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골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우면서도 독특한 복층 구조의 영원식당은 30여 년의 전통을 지닌 가게다. 긴 세월의 역사 동안 여의도 3대 맛집 중 하나로 불리며 명성을 유지해온 이곳의 수제비는 언뜻 보면 딱히 특별할 게 없는 듯하지만, 막상 한 숟갈을 떠먹어 맛을 보자마자 ‘원조 수제비’를 내세워 얻은 그 유명세의 이유를 깊이 수긍하게 된다. 수제비 속 골고루 썰어 넣은 호박과 감자는 적당히 익어 포슬포슬한 식감을 선사하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김가루는 화룡점정을 찍은 것처럼 국물 전체에 짭조름한 맛을 더한다. 바삭하게 부친 감자전과 김치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는데, 이 모든 메뉴와 조합은 뭐 하나 색다르지 않아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원조의 헤어나올 수 없이 강력한 힘을 믿게 한다.
 

용순가재골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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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잘알’과 ‘술잘알’이라면 용순가재골수제비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거쳐 간 가을장마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추적추적 빗소리에 자연스럽게 이곳을 들르게 될 것이고, 요즘 같은 단풍철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수락산을 구경할 겸 내려오는 길에 마실 시원한 동동주를 떠올리며 또 한 번 생각이 날 것이다. 게다가 바지락과 새우 등 온갖 재료를 넣어 뚝배기에 끓인 이곳 수제비는 맑고 개운한 국물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순한맛,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중간 매운맛과얼큰맛까지 총 세 가지 맛으로 이루어져 어떤 유형의 먹잘알이든 제 취향대로 수제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술잘알에게는 쫄깃한 반죽의 수제비뿐만 아니라 오징어를 듬뿍 올려 부쳐낸 파전, 소담스러운 모양새의 개떡 등 안주 삼기 좋은 푸짐한 메뉴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니 주종이 무엇이든 맛깔나게 실컷 마시기 좋다.  
 

산월수제비

@idlinglab_eatalone@idlinglab_eatalone@idlinglab_eatalone
대치역 바로 옆 은마아파트에 자리한 은마종합상가는 낮은 옛날식 건물 외관부터 연륜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은마종합상가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시간 맛집으로 손꼽혀온 산월수제비는 일단 지하로 내려가 가게 근처에만 가도 구수한 멸치 냄새가 온통 퍼져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오픈 키친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ㄴ’자 형태의 테이블에 앉으면 커다란 플라스틱 페트병째 얼려놓은 생수, 머리 위 천장에 달린 선풍기 등 추억이 깃든 물건이 반가운 향수를 전한다. 좁지만 체계를 갖춘 분주한 분위기의 주방에서는 한 켠에서 무와 멸치를 끓여 육수를 낸 국물, 손맛을 간직한 얇은 수제비를 담고 손님들 각 주문에 따라 차례로 그릇을 내놓는다. 완성된 음식을 받아든 다음 저마다의 기호에 맞게 매콤한 양념이나 후추를 더한 수제비는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어준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