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연말에 놓치면 안 될 회화 전시 4

한 폭의 그림 앞에 서서 마무리하는 2021년.

BY남윤진2021.12.03

〈한재열 : The Gathering, Bystanders〉

@gallerybk〈The Gathering, The Red Sofa〉, 200x160cm, Pigment Bar on Canvas, 2018/ @gallerybk〈Passersby-Expansion, Difference and repetition〉, 259.1x193.9cm, Oil on Canvas, 2015/ @gallerybk
갤러리 BK 한남에서 12월 16일까지 열리는 한재열 작가의 개인전 〈한재열 : The Gathering, Bystanders〉에는 무수한 얼굴들이 자리해 있다. 그는 각 인간의 아이덴티티가 스며든 얼굴을 모티브 삼아 이른바 ‘행인프로젝트’라 불리는 회화 시리즈 ‘Passersby’를 10년간 진행해왔다. 여러 색으로 칠하고, 선을 더하고, 기존 형태를 과감히 해체하는 등 갖가지 방식을 활용하며 새롭게 묘사한 100여 가지의 얼굴들은 총 세 개 층에 걸친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묘한 시선을 느끼고 한 걸음씩 다가간 관람객들은 비로소 눈앞에서 마주한 얼굴을 응시하다 곧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불편하지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내면의 얼굴, 자신조차 몰랐던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붓 터치 기법으로 그려진 얼굴 등 숨겨뒀던 저마다의 얼굴을 조심스레 떠올려 보곤 한다.  
 

〈Nice to meet you〉

@everydaymooonday@everydaymooonday@everydaymooonday
공식처럼 줄곧 외워왔지만, 막상 요즘 같은 시기엔 쓸 일이 줄어든 인사말, ‘Nice to meet you’.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내년 1월 2일까지 개최하는 전시 〈Nice to meet you〉는 바로 이러한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문장 하나에서 착안해낸 것이다. 오토 모아이와 이해강, 김희수 등 총 10명의 작가들이 모여 선보이는 그룹전 형태의 〈Nice to meet you〉에서는 그들이 자신만의 세상과 시각을 적용한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 전하는 인사는 이윽고 긴밀한 대화로 이어지고, 마침내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켜 작가와 관람객은 물론 내면의 여러 ‘나’로 이루어진 교류의 장을 연다.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 해를 돌아본다는 건 마치 개인의 회고전을 차근차근 준비해두는 것과 같은 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박수근 작가의 회고전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그의 일생을 살펴보는 동시에 작품들에 투영된 관람객들 각자의 발자취까지 스스로 돌이켜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9세에 그린 수채화를 비롯해 타계 직전 완성한 유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전반적 분위기를 이루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상황의 1950년대·1960년대 사회를 그의 아내 김복순 여사와 아들 박성남, 소설가 박완서와 컬렉터 및 비평가들의 관점에서 소개했다.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는 소설가 박완서의 이러한 말처럼, 당시 참혹한 거리를 재현하는 황량한 풍경 속 우뚝 선 나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쩐지 언젠가 무성하게 잎을 내고 자라날 희망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김태호 : Obscurity-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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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작가를 이미 접해본 이들이라면 그가 2000년 이후 ‘모호함’이라는 주제에 골몰해 조형물, 설치미술 등 자유로운 형태를 띤 작품을 선보여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테다. 반면 갤러리 시몬에서의 개인전 〈김태호 : Obscurity-2021〉에 펼쳐진 풍경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전시장 안 벽면을 따라 알록달록한 블록처럼 자리한 작품들은 대부분 최근 그가 작업한 ‘회화’다. 작가는 90여점에 이르는 회화를 완성한 이유에 대해 “굳이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그림으로 그릴 필요 없다.”라는 말로 답했다. 다시 말해 회화는 형언할 수 없는 어떠한 경계와 대상의 모호성을 그 무엇보다 분명하게 가리키는 힘을 지녔다는 이야기다.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회화의 힘을 빌려 그간 겪어온 혼란을 다시금 정리하고, 다가올 ‘모호함’에 대비할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