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학주가 도전해 보고 싶은 의외의 장르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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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학주가 도전해 보고 싶은 의외의 장르

진짜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 속 인규나 <마이네임>의 태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기대된다는 그는 더 많은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1.12.24
 
 

편견 밖의 이학주

 
본인과 너무 달라서, 제일 풀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누구였어요?
사실 저는 제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가 대체로 저와는 달랐어요.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의 준근이만 빼고, 그간 연기한 역할들은 다 현실의 저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 것과 별개로 제일 어려웠던 캐릭터를 하나만 꼽자면 〈부부의 세계〉의 인규요. 제가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이고, 저는 그런 인간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고.(웃음) 그 캐릭터에 마음을 주고 이입을 하려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발견해야 하는데, 그걸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은 찾지 못했어요.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죠.
  
블랙 재킷, 팬츠 모두 아더에러. 화이트 스니커즈 오니츠카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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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이요?
캐릭터에 맞는 동물을 설정하고, 그 동물이 할 것 같은 행동대로 연기하는 거예요. 학교 다닐 때, 연기가 잘 안 풀릴 때 선생님들이 그런 디렉션을 주셨거든요. 인규는 도저히 풀 수가 없었어요. 이해가 안 가니까 자꾸 제약이 걸리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될까? 저렇게 하면 안 되나? 그래서 차라리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규를 하이에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더니,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고요. 다른 연기를 할 때도 조금씩 이 방법의 도움을 받았어요. 〈마이네임〉의 태주는 늑대를 생각했고, 〈이상청〉의 수진이는 여우를 생각했죠. 아, 그리고 〈공작도시〉의 동민이는 귀여운 강아지.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런데 인규만 그렇게 나쁜 놈인 건 아니었어요.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상범이나 JTBC 〈멜로가 체질〉의 승효도 장르는 다르지만 나쁜 놈들이었죠. ‘여자 주인공 괴롭히기 전문’이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사실 상범이는 쓰레기가 되려고 작정하고 연기한 게 전혀 아니었어요. 상범이 입장에서는 희주(박신혜 분)가 돈은 많은데 어딘가 수상한 남자를 따라다니는 걸 지켜보게 된 거잖아요. 사기꾼 같기도 하니까, 오히려 걱정하는 마음이었을 텐데 결과가 괴롭힘으로 나타나서 죄송한 마음이….(웃음) 그리고 승효를 연기할 때는 ‘얘 정말 나쁘다’ ‘자기밖에 모른다’ 이런 생각보다, 과연 승효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본이 정말 재밌는데, 내가 그걸 잘 표현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인규를 연기할 때는 뭐, 이건 정말 나쁜 놈이니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하이에나까지 갔던 거고요. 그런데 그 캐릭터들만 유독 기억에 남아서인지, ‘괴롭히기 전문’ 같은 댓글이 달리니까 처음엔 서운하더라고요. 지금은 잊히는 것보단 낫다, 기억해주시는 걸 보니 내가 역할을 잘 수행해낸 거구나 싶어요. 사실 어떤 수식어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공교롭게도 ‘여자 주인공 괴롭히기 전문’을 3개나 하면서 공고해지고 말았지만….(웃음)
 
그럼 이젠, 〈마이네임〉과 〈이상청〉에 이어 스리피스 3부작에 도전해보는 걸로.
좋죠. 이번에 〈공작도시〉에서도 캐주얼 슈트를 입으니까 벌써 슈트 3부작 완성!(웃음) 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기대돼요. 더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계속 고민해나가야겠죠.
 
슈트 3부작 말고,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오컬트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12번째 보조사제〉 때 한 번 맛보긴 했지만, 그 뒤로는 그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보조사제 역할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고민이나 생각이 많은 때가 있었던 터라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게 2012년이라고 나오는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사실 2020년이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무명 기간이 꽤 되는 편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12번째 보조사제〉로 독립영화계에서 상을 받은 게 2014년, 스물여섯 살 때였거든요.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빠른 편이었다고 봐요. 사실 학교 다닐 때는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고요. 세상에 잘생긴 사람도, 연기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우연히, 선배 제안으로 〈12번째 보조사제〉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무슨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정신없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레더 셔츠 산드로 옴므.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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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주 씨를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 〈부부의 세계〉였다면 배우 이학주를 세상에 발 내딛게 한 건 〈12번째 보조사제〉였네요. 영화도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다섯 차례나 수상을 했고, 학주 씨도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죠. 그 당시 수상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분이 어땠어요?
나 이러다 스타 되는 거 아냐?(웃음) 장난이고요, 굉장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 작품 끝나고 나서는 다시 아르바이트하면서 돈 벌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수상 소식이 들려오니까… 장재현 감독님이 정말 잘 찍으셨다는 생각을 했죠.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게, 영화에 머리카락을 밀고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장 감독님이 제 머리를 손수 밀어주시면서 “야, 잘될 거야. 잘된다니까” 이러셨거든요. 참 감독님이 큰 그림을 그리셨구나 싶어요. 감사한 마음이 크죠.
 
그런데 TV나 영화 출연을 생각하지 않았고, 연극도 어렵게 생각했는데 어째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던 거예요?
연기할 생각으로 간 건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방송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수능 칠 때쯤 되니까 한양대 연극영화과가 눈에 띄더라고요. 수능 성적으로만 갈 수 있는 전형이었거든요.(웃음) 점수도 딱 맞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연기를 생각해보지 않은 거네요?
오히려 그런 걸 하는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을 그었던 거죠. 연기? 내가? 예체능은 타고나는 건데, 난 공부나 해야 해. 그랬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도 굉장히 편견이 가득했네요.(웃음) 배우가 된 덕분에 그 편협함을 깨부쉈고요.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데뷔 직전까지 연기와 취직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얘기한 거군요. 만약 취직을 택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글쎄요. 어디에 있었을까요?(웃음) 그때 토익 학원에 등록하긴 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없었고, 어디에 취업해 뭐가 됐더라도 아쉬워했을 것 같아요. 미련이 많이 남았겠죠.
 
 
*이학주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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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유
    PHOTOGRAPHER 김참
    STYLIST 박선용
    HAIR 박규빈
    MAKEUP 김환
    ASSISTANT 송채연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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