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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학주가 도전해 보고 싶은 의외의 장르
진짜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 속 인규나 <마이네임>의 태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앞으로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기대된다는 그는 더 많은 단어가 어울리는 배우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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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 밖의 이학주
」본인과 너무 달라서, 제일 풀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누구였어요?
사실 저는 제가 맡았던 모든 캐릭터가 대체로 저와는 달랐어요.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의 준근이만 빼고, 그간 연기한 역할들은 다 현실의 저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 것과 별개로 제일 어려웠던 캐릭터를 하나만 꼽자면 <부부의 세계>의 인규요. 제가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이고, 저는 그런 인간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고.(웃음) 그 캐릭터에 마음을 주고 이입을 하려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발견해야 하는데, 그걸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결국은 찾지 못했어요. 대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죠.

블랙 재킷, 팬츠 모두 아더에러. 화이트 스니커즈 오니츠카 타이거.
어떤 방법이요?
캐릭터에 맞는 동물을 설정하고, 그 동물이 할 것 같은 행동대로 연기하는 거예요. 학교 다닐 때, 연기가 잘 안 풀릴 때 선생님들이 그런 디렉션을 주셨거든요. 인규는 도저히 풀 수가 없었어요. 이해가 안 가니까 자꾸 제약이 걸리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될까? 저렇게 하면 안 되나? 그래서 차라리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규를 하이에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더니,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고요. 다른 연기를 할 때도 조금씩 이 방법의 도움을 받았어요. <마이네임>의 태주는 늑대를 생각했고, <이상청>의 수진이는 여우를 생각했죠. 아, 그리고 <공작도시>의 동민이는 귀여운 강아지.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런데 인규만 그렇게 나쁜 놈인 건 아니었어요.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상범이나 JTBC <멜로가 체질>의 승효도 장르는 다르지만 나쁜 놈들이었죠. ‘여자 주인공 괴롭히기 전문’이라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사실 상범이는 쓰레기가 되려고 작정하고 연기한 게 전혀 아니었어요. 상범이 입장에서는 희주(박신혜 분)가 돈은 많은데 어딘가 수상한 남자를 따라다니는 걸 지켜보게 된 거잖아요. 사기꾼 같기도 하니까, 오히려 걱정하는 마음이었을 텐데 결과가 괴롭힘으로 나타나서 죄송한 마음이….(웃음) 그리고 승효를 연기할 때는 ‘얘 정말 나쁘다’ ‘자기밖에 모른다’ 이런 생각보다, 과연 승효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본이 정말 재밌는데, 내가 그걸 잘 표현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인규를 연기할 때는 뭐, 이건 정말 나쁜 놈이니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하이에나까지 갔던 거고요. 그런데 그 캐릭터들만 유독 기억에 남아서인지, ‘괴롭히기 전문’ 같은 댓글이 달리니까 처음엔 서운하더라고요. 지금은 잊히는 것보단 낫다, 기억해주시는 걸 보니 내가 역할을 잘 수행해낸 거구나 싶어요. 사실 어떤 수식어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공교롭게도 ‘여자 주인공 괴롭히기 전문’을 3개나 하면서 공고해지고 말았지만….(웃음)
그럼 이젠, <마이네임>과 <이상청>에 이어 스리피스 3부작에 도전해보는 걸로.
좋죠. 이번에 <공작도시>에서도 캐주얼 슈트를 입으니까 벌써 슈트 3부작 완성!(웃음) 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기대돼요. 더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계속 고민해나가야겠죠.
슈트 3부작 말고,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오컬트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12번째 보조사제> 때 한 번 맛보긴 했지만, 그 뒤로는 그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보조사제 역할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고민이나 생각이 많은 때가 있었던 터라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게 2012년이라고 나오는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사실 2020년이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무명 기간이 꽤 되는 편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12번째 보조사제>로 독립영화계에서 상을 받은 게 2014년, 스물여섯 살 때였거든요.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빠른 편이었다고 봐요. 사실 학교 다닐 때는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극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고요. 세상에 잘생긴 사람도, 연기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우연히, 선배 제안으로 <12번째 보조사제>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무슨 급행열차를 탄 것처럼 정신없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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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주 씨를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 <부부의 세계>였다면 배우 이학주를 세상에 발 내딛게 한 건 <12번째 보조사제>였네요. 영화도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다섯 차례나 수상을 했고, 학주 씨도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죠. 그 당시 수상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분이 어땠어요?
나 이러다 스타 되는 거 아냐?(웃음) 장난이고요, 굉장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 작품 끝나고 나서는 다시 아르바이트하면서 돈 벌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수상 소식이 들려오니까… 장재현 감독님이 정말 잘 찍으셨다는 생각을 했죠.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게, 영화에 머리카락을 밀고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장 감독님이 제 머리를 손수 밀어주시면서 “야, 잘될 거야. 잘된다니까” 이러셨거든요. 참 감독님이 큰 그림을 그리셨구나 싶어요. 감사한 마음이 크죠.
그런데 TV나 영화 출연을 생각하지 않았고, 연극도 어렵게 생각했는데 어째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던 거예요?
연기할 생각으로 간 건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방송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수능 칠 때쯤 되니까 한양대 연극영화과가 눈에 띄더라고요. 수능 성적으로만 갈 수 있는 전형이었거든요.(웃음) 점수도 딱 맞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연기를 생각해보지 않은 거네요?
오히려 그런 걸 하는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을 그었던 거죠. 연기? 내가? 예체능은 타고나는 건데, 난 공부나 해야 해. 그랬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도 굉장히 편견이 가득했네요.(웃음) 배우가 된 덕분에 그 편협함을 깨부쉈고요.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데뷔 직전까지 연기와 취직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얘기한 거군요. 만약 취직을 택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글쎄요. 어디에 있었을까요?(웃음) 그때 토익 학원에 등록하긴 했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없었고, 어디에 취업해 뭐가 됐더라도 아쉬워했을 것 같아요. 미련이 많이 남았겠죠.
*이학주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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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김참
- STYLIST 박선용
- HAIR 박규빈
- MAKEUP 김환
- ASSISTANT 송채연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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