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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고요한 서울 밤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전기차 넷

그동안 자동차 인상을 좌우한 건 그릴이었다. 그런데 전기모터가 엔진을 대신하면서 그릴을 내세우는 브랜드와 헤드램프로 통일성을 유지하는 브랜드로 갈리고 있다. 이 둘이 결국 전기차의 얼굴을 결정지을 눈과 입술이다.

BY박호준2021.12.31
 

PORSHE

TAYCAN CROSS TURISMO TURBO

EYES
“타이칸의 앞모습을 디자인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포르쉐 디자인 디렉터 피터 바르가의 말이다. 브랜드의 미래 전략을 보여주는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타이칸의 얼굴은 헤드램프에 집중했다. 전기차에서 일명 ‘프렁크(프런트 트렁크)’라고 부르는 보닛 부분을 매우 낮게 설계한 덕에 좌우 펜더가 더욱 부풀어 보이는데 여기에 헤드램프가 방점을 찍는다. 가로로 뻗은 직사각형 모양의 헤드램프는 911을 비롯한 다른 어떤 포르쉐 모델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형태다. 그 아래에 공기저항을 줄이고 냉각을 돕는 ‘에어 인테이크’가 세로로 이어져 있다. 헤드램프를 ‘눈’이라고 봤을 때 검은색 인테이크가 눈물처럼 보여 ‘검은 눈물’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아이스 블루 라이트(glacier blue lights)’ 옵션을 추가하면 파란색 눈을 가질 수 있는데 기능적으로 더 먼 거리까지 보이는 건 아니다. 친환경 이미지를 가미하기 위한 장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포르쉐는 전기차 라인업의 디자인 통일성을 위해 타이칸에 이어 등장할 ‘마칸 EV’에도 타이칸과 같은 네모난 헤드램프를 장착할 예정이다.
 
PORSHE TAYCAN CROSS TURISMO TURBO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2단 자동
최고 출력 625마력
최대 토크 86.7kg·m

가속력(0→100km/h) 3.3초
가격(VAT 포함) 2억60만원 
 

 

MERCEDES-BENZ

EQS 450+ AMG LINE

LIPS
2021 서울모터쇼의 주인공을 차지한 EQS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첫 번째 ‘진짜 전기차’다. “진작 소개된 EQC나 EQA가 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가짜 전기차도 있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VA)을 사용한 첫 번째 모델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차는 주행가능거리와 실내 공간 면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 EQS의 얼굴을 통해 알 수 있는 EQ 브랜드의 디자인 핵심은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내연기관 모델과 다르게 헤드램프와 그릴을 한 덩어리로 묶었다. 좌측 헤드램프 상단에서 그릴을 지나 반대편 헤드램프까지 길게 이어지는 주간주행등이 차를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검게 보이는 그릴을 자세히 보면 3차원 패턴의 ‘벤츠 삼각별’이 수놓아져 있다.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능적인 존재 이유를 상실한 그릴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헤드램프까지 집어삼킨 이유는 그릴 뒤에 감추어진 다양한 센서 때문이기도 하다. 준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한 초음파 센서,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가 반짝이는 별 뒤에서 도로를 주시한다. 주렁주렁 달린 장비를 그릴이 가려주는 셈이다. 옆에서 보면 그릴이 둥근데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가능거리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다. 덕분에 EQS는 ‘0.2cd’라는 스포츠카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MERCEDES-BENZ EQS 450+ AMG LINE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333마력
최대 토크 56.1kg·m
가속력(0→100km/h) 5.5초
가격(VAT 포함) 1억7700만원
 

 

AUDI

E-TRON SPORTBACK 55 QUATTRO

LIPS
아우디는 싱글 프레임 그릴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아우디에게 싱글 프레임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가 디자인해 A6에 처음 적용한 싱글 프레임 그릴은 보닛에만 있던 그릴을 범퍼 하단까지 확장한 형태를 말한다. 싱글 프레임은 출시 당시 다른 어느 브랜드보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크기를 자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아우디 모든 라인업에 적용되는 브랜드 시그너처 디자인이 됐다. “싱글 프레임 그릴은 아우디의 얼굴입니다. 파워트레인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 아우디 브랜드 디자인 팀이 미국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트렌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다. 사진 속 e-트론 스포트백은 팔각형 싱글 프레임 안에 6개의 세로 크롬 막대를 넣어 개성을 뽐낸다. 비슷한 덩치의 내연기관 모델인 Q5와 나란히 놓고 보더라도 그릴 크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 최신 모델인 e-트론 GT, Q4 e-트론 역시 비늘 갑옷과 벌집을 떠올리게 하는 서로 다른 패턴으로 그릴을 채웠지만 싱글 프레임만큼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AUDI E-TRON SPORTBACK 55 QUATTRO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360마력
최대 토크 57.2kg·m

가속력(0→100km/h) 6.6초
가격(VAT 포함) 1억2192만원
 

 

GENESIS

GV60 STANDARD RWD

EYES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로고를 하나 고르라면 나이키 스우시가 아닐까? 그런데 스우시를 두고 현대차그룹 디자인 담당 부사장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가 호탕한 포부를 밝혔다. “(제네시스 GV60에 적용된) 쿼드 램프는 앞으로 나이키 스우시나 포르쉐의 둥근 헤드램프처럼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될 것입니다.”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올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헤드램프이기 때문에 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밀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어서 루크 부사장은 “다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은 낯선 헤드램프 디자인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보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키 임원진이 스우시를 처음 봤을 때 “엄청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볼수록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던 것과 유사하다.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제네시스 첫 전기차 GV60은 처음 쿼드 램프가 적용됐던 GV80보다 디자인적으로 헤드램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램프 속 LED 모듈의 개수를 상하좌우 각각 5개씩 총 20개나 심으면서 그릴 크기는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GV60의 그릴 크기는 절반 이하다. GV60의 쿼드 램프는 주간주행등을 켜면 위아래 안쪽 LED 3개, 전조등을 켜면 5개 모두 불이 들어온다. 방향지시등 또한 GV80과 달리 별도의 LED를 사용하지 않고 바깥쪽 LED 3개를 이용해 표시한다.
 
GENESIS GV60 STANDARD RWD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228마력
최대 토크 35.7kg·m

가속력(0→100km/h) N/A
가격(VAT 포함) 59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