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롭트 포켓 셔츠 마시온웨스터. 실버 이어링 다나버튼.
데뷔 후 처음으로 머리를 확 잘랐어요. 잘 어울려요.
정말요?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을 하면서 자를 수 있어 좋았어요. 항상 긴 머리를 고수해와서 한 번쯤 자르고 싶은 마음이 늘 한편에 있었거든요.
일단 샤워할 때 너무 편해요.(웃음) 헤어스타일이 바뀌니까 성격도 편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옷에 따라 그날의 말투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듯이 말예요. 아무 준비도 없이 머리만 삭둑 잘라서 요즘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좀 편한 옷들을 사려고요!
손톱도 짧은 맨 손톱이네요. 역할 때문인가요?
원래 네일을 안 해요. 성격이 뭘 기르고 이런 걸 못 하거든요.(웃음)
오늘의 모습은 새롭네요. 〈어쩌다 사장〉이나 〈골목식당〉 〈아는 형님〉 등 예능에서 본 애교 많고 싹싹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원래 조보아는 그렇게 상냥한가요?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가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사람 입장에서 먼저 많이 생각해보려고, 이해해보려고 해요. 그런 마음이 묻어나나 봐요.
밝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남들 앞에서 항상 밝으려고 노력하거든요.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요.
배우 조보아 하면 〈부탁해요, 엄마〉의 장채리나 〈우리집에 사는 남자〉 도여주 같은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 떠오르죠. 그게 실제의 조보아와도 닮았을 것 같고.
맞아요. 장채리는 정말, 제 평소 성격이에요.(웃음) 공부하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정말 너무 신나게 놀았던 역할이거든요. 아직까지도 제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캐릭터고요. 이 캐릭터에서 조금씩 역할을 응용하기도, 진화시키기도 하면서 연기를 해왔죠.
그런 조보아에게 제대로 연기 변신이 될 것 같습니다.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꼿꼿하고 단호한 군검사 차우인 역할을 맡았죠.
군대 내의 비리를 타파하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우리가 흔히 뉴스로 접했던 군대 관련 비리들을 끄집어내서 정의롭게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더 나아가 제 캐릭터는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됐다는 설정이 있거든요. 어두운 모습이 있고 군인 말투도 써야 해서 확실히 톤 조절이 많이 필요했어요. 처음엔 이런 새로운 도전에 엄청 설레고 긴장됐는데, 이젠 4개월째 매일 군복을 입으면서 익숙해지고 있죠. 평소 말투도 ‘다나까’가 되어가고 있어요.(웃음)
퍼프 슬립 크롭트 톱, 버튼 슬립 미디스커트 모두 알브이엔. 이어링 앤아더스토리즈.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대본 리딩 영상에서 상관에게 “제 머리 스타일을 말하시는 거라면 군모 착용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불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여군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모습이요.
괜히 트집 잡는 신이라 지지 않아야 했어요. 그 외에도 좋은 대사들이 많아요. “1988년까지 여군은 출산을 할 수 없다는 군대 규정이 있었죠. 시대에 뒤떨어지는 군대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나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죠! 성차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도 짚어내는 대사들이 많이 있어요. 속 시원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맞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액션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몸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액션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거든요.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 만큼 액션 신이 많았어요. 한 컷 한 컷 해낼 때마다 얼마나 쾌감이 느껴지는지 몰라요.
사랑스러운 역할로 기억되던 배우가 강인한 캐릭터를 만나서 흥미로워요.
맞아요. 정말 강하고 굳건한 캐릭터를 맡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항상 상대 남자 배우의 역할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들은 힘이 세고 능력이 있어서 여자 주인공을 늘 지켜주고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해주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싸움도 할 줄 알고,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요. 마침 이번 작품에서 그런 멋진 배역을 맡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어요. 결과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네요.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1인 2역으로 연기한 악역 이무기나 영화 〈가시〉에서 광기에 찬 여고생을 연기할 때 유독 눈이 빛난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 아니었군요.
이무기,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후반부에 나오다가 끝나버려서 되게 안타까웠었죠. 1회부터 지아가 아니라 이무기였다면 정말 날아다녔을 것 같은데!(웃음) 저는 그런 역할이 좋아요. 옳고 그름, 선역과 악역을 떠나 나의 주장이 확실한 캐릭터.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가 있는 인물이요.
아, 너무 좋죠. 멋진 악역이 들어온다면. 저는 스스로 창조해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모티브가 있는 게 아닌 제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요. 짧았지만 이무기를 연기하면서 해방감을 느꼈거든요.
돌이켜보면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의 미혼모 역할도 조보아를 다시 보게 한 배역이었어요. 마냥 사랑스러운 배역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려줬죠. 이런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쏟아내는 것도 또 보고 싶네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정말 중요한 작품이었죠. 감정 연기에 있어서 욕심을 많이 낼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옆에서 채시라 선배님께서 항상 도와주셨고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시어머니에게 느끼는 모녀 관계 같은 애정을 표현하는 게 참 좋았는데, 언젠가는 그런 진한 감정을 가진 멜로물을 해보고 싶어요. 주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곤 했거든요. 진지하고 무거운 멜로도 도전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