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을 이런 무대에서 해야 한다는 건 SNL 본사 측의 매뉴얼일까?
그렇지는 않다. 각자의 재량이다. 해외 프로그램 포맷을 가져올 때 보통 매뉴얼이 중요한 건 맞는데, SNL은 워낙 오래도록 이어져온 프로그램이라 사실 매뉴얼보다 브랜드를 가져온다는 개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SNL을 봐도 다 다르다. 메인 세트 뒤에 밴드를 세우지 않는 곳도 있고, 생방송이 아닌 곳도 있고, 심지어 금요일에 방송하는 곳도 있고. 우리는 정통 브랜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메인 세트를 이렇게 조성한 거다. 그런데 또 한국의 특색도 살리고 싶어서 한옥의 분위기를 더했고. 직전에 나오는 오프닝 영상에서도 도시 야경을 보여주는 포맷은 유지하면서 한옥에서 찍은 샷을 많이 넣었다.
SNL이라는 브랜드를 가져오고 오래도록 유지하면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고치려고 하는가, 그 기준이 궁금했다. (안상휘 CP는 2011년 tvN에서 SNL 코리아를 론칭해 9개의 시즌을 제작하고 현재 쿠팡플레이의 리부트 SNL 코리아 역시 이끌고 있다.)
이 브랜드가 가진 세련됨이 있다. 트렌디하고 가장 시대를 잘 읽는 코미디라는 느낌. 그걸 핵심 키워드로 가져왔고, 또 그와 별도로 SNL의 기본 DNA가 19금 코미디와 정치 풍자라고 생각했다. 다른 부분을 고치더라도 그 두 축을 항상 가져가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생소한 19금 코미디와 정치 풍자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브랜드를 가져온 큰 장점 중 하나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정치 풍자의 자유도가 높은 나라 아닌가. 거기에서도 선봉에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왔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SNL이 50년 가까이 된 프로그램이고, SNL 코리아도 10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정통성 측면에서 인정받는 부분이 있을 거다. “그래, SNL에서는 이런 걸 해도 돼” 하고 수긍하게 되는 부분이. 시청자, 지금은 구독자, 그들과 같이 성장해온 부분이 있으니까. 욕도 먹고 힘도 얻고 그러면서 같이 발전해왔고, 이제 훨씬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주는 것 같다.
미국은 백악관 공식 행사에 코미디언을 초청해 대통령을 조롱하게끔 해도 웃어넘기는 수준의 코미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는 정치 코미디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한 국내 사정이 아쉬워질 때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정서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동서양의 코미디가 다르고 또 한국인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코미디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걸 안고 가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씩 노력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정치 풍자 코미디가 가장 선진화되어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하고.
쿠팡플레이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SNL 코리아를 시즌 10이 아닌 ‘리부트’로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포맷 측면에서 바뀐 부분은 많지 않은데도 확 달라졌다는 인상이 든다. 어디에서 온 효과일까?
일단 섭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에 비하면 예전에는 양 위주로 섭외한 느낌이 있었다. 1년에 30~40회를 내야 했으니 섭외 퀄리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다. 편성이 다가오니까 만들어내기에 급급했던 측면도 있었고. 그리고 풍자 부분이 있다. 방송국은 자체 심의가 있고 리스크 관리가 촘촘해서 아무래도 풍자를 지금처럼 날카롭게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19금 개그의 느낌도 좀 달라졌다고 본다. 예전에는 굉장히 원초적인, 엿보는 느낌의 ‘섹드립’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걸 철저히 배제한 채로 19금 코미디를 만들고 있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이런 시선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서 시청자 시선에서는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이 있을 것 같다.
듣고 보니 굉장히 첨예한 시국에 정치 풍자, 19금 코미디를 하고 있다.
맞다. 그래서 예전보다 훨씬 고민을 많이 하고 대본을 만든다.
인터넷 밈을 활용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느낌도 있다.
리부트 시즌 2의 화두를 ‘MZ세대’로 잡았다. 사실 요즘 10대, 20대는 TV를 안 보지 않나. OTT나 유튜브를 많이 소비하고, 짧은 밈을 좋아하고. ‘SNL이 결국 트렌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그런 걸 다루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본격적으로 파보게 된 거다. 방송국에서 할 때도 10대, 20대가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문제는 인식했지만 그때는 그래서 중장년을 타깃으로 많이 만든다는 선택으로 연결이 됐던 거고.
유튜브의 미리보기 클립 조회수만 봐도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화제가 된 콘텐츠는 대부분 미리 촬영해서 편집을 하는 코너인 ‘SNL 디지털 숏’이다.
원래 디지털 숏이 밈으로 즐기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정제되고, 호흡이 짧고, 기다림이 없으니까.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의도한 부분도 있었다. 시즌 1 때에는 호스트에 맞춰 제작을 하다 보니 내용이 좀 긴 드라마타이즈 형식이 많았는데, 시즌 2에서는 밈으로 회자되기에 어떤 느낌이 더 적합할지 그려보면서 다듬은 것이다. 다행히 그게 좀 먹힌 것 같고.
반면에 스튜디오 베이스 콩트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보다 특유의 호흡을 유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SNL 코리아는 여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편집 타이밍 측면에서 좀 더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이나 실수, 현실 웃음까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할까.
스튜디오 베이스 콩트는 원래 생방송을 했고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기 때문에 지금도 라이브처럼 나간다(SNL 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두 차례 공개 방송 형식으로 스튜디오에서 공연을 하고, 그 녹화분을 편집해 토요일에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문제로 방청객을 공개 모집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방금 얘기한 것처럼 긴장감도 있고, 중간에 약간 ‘마가 뜨는’ 순간도 있다. 그런 부분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중장년층이 좋아한다. 세대별로 선호도가 좀 다른 것 같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중장년층은 아무래도 정치 풍자를 좋아하고. 아, 그런데 재미있는 건 최근 들어서 20대도 정치 풍자에 관심이 많이 늘었다는 거다. 정말 확 달라졌다는 걸 체감한다.
리부트 SNL 코리아는 작가진 구성 측면에서도 20대가 많다고 들었다.
절반 이상이 20대다. 물론 그들은 작가 경력이 오래지 않으니까 대본 집필 능력은 상대적으로 좀 떨어질 수 있다. 대신 신선한 아이디어와 요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나머지는 선배 작가들에게 배워나가는 거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마냥 젊은 사람을 많이 뽑는다고 신선한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물꼬가 막히지 않게 해주고 러프한 아이디어를 합리적으로 정제하는 조직문화가 있어야 할 텐데.
맞다. 내 나이가 50대 중반인데, 사실 나도 공부를 되게 많이 한다. ‘MZ세대를 화두로 잡자’ 그 얘기를 꺼낸 것도 나다. 내가 먼저 꺼내야 움직이기 때문에. “잼민체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런 거 많아요” “그럼 한번 써봐” 이렇게 이어지는 식이다. 그렇게 신혜선 편의 〈열일곱이지만 서른입니다〉 같은 콘텐츠가 나온 거고.
물꼬가 막히지 않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터주고 있나 보다.
내 스타일이 아랫사람들이 해온 걸 관리하는 스타일이기보다는 같이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일이 많아서 좀 괴롭긴 하지만.(웃음)
영상화된 결과물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야 잘 모르는 밈이 나와도 대충 뉘앙스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본으로 확인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대본에 하나하나 링크가 걸려 있어서 그걸 다 확인한다. 사실 아이템 단계에서 선택을 하는 거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어떤 어떤 밈을 활용해보자, 그렇게 개발을 해야 대본을 쓰는 거니까. 가족도 나한테 계속 소스를 던져준다. 20대인 딸도 이쪽에 관심이 많고 아내도 예능 작가 출신이기 때문에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이건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얘기를 계속 한다. 집에서도 쉴 수가 없다.(웃음)
이런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면 일상에서도 아이디어를 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CP 사무실 화이트보드만 봐도 얼마나 숨 돌릴 틈 없이 살고 있는지가 보이고. 이렇게 힘든데도 계속 SNL을 해온 이유는 뭘까?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웃음) 사실 SNL을 너무 사랑한다. 내가 음악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하다가 뮤직비디오 감독 일을 한참 했다. 그걸 하다 보니까 또 드라마가 좋아서 드라마 쪽에서 조감독, 프로듀서로 일했고. 이렇게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한 PD는 거의 없는데, 또 내가 워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SNL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게 다 있지 않나. ‘쇼’적인 부분도 있고 기본적으로 코미디에 예능, 드라마 대본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어떻게 보면 천직 같다.
그리고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건 제작진 모두가 마찬가지일 거다. 녹화를 마치면 사람들이 내려올 때 다 같이 박수를 쳐주는데, 그때 보면 다들 ‘오늘도 해냈어’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실수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하루를 불태운 것에 대한 희열이 있는 거다. 목요일마다 꼭두새벽부터 모여 대본 리딩을 하고,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하고, 그러면 보통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서 끝난다. 말 그대로 하루를 불태우는 거다. SNL이라는 프로그램이 그런 열정이 생기게끔 한다. 신동엽이랑도 그런 매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자기가 하는 프로그램 중에 SNL 코리아가 제일 힘들다고. 그런데 그래서 좋다고.
신동엽은 리부트부터 제작자이자 크루(SNL의 고정 연기자)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훨씬 열심히 하지.(웃음) 책임감이 다르니까. 사실 첫 회 호스트(SNL의 게스트 연기자)였던 이병헌 배우 섭외도 신동엽이 해준 거다. 정말 한 달 동안 매일매일 졸라서 섭외를 했다. 리부트 SNL의 호스트 섭외는 이병헌 배우로 출발하면서 물꼬를 튼 부분이 있고. 신동엽은 굉장히 든든한 동업자다. 오랫동안 방송가에 몸담으면서 경험이 많고, 콩트, 코미디를 오래 했지 않나. 그런 식견을 가진 사람이 도와준다면 그보다 든든할 수가 없다. 자기 출연 코너가 아니어도 대본에 대해 정성스럽게 의견을 주고 연기 연출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한다.
리부트 SNL 코리아 최근 편은 방송으로 봐도 어떤 팀워크, 선순환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은 걸 만들자’는 일념으로 하나가 되어서 으쌰으쌰 한다는 느낌이 있다고.
맞다. 출연했던 호스트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다른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보통 대기실에 있을 때 그냥 각자 할 일 하고 데면데면하게 있는데, SNL은 대기실에서부터 계속 얘기하고 회의하고 연기 연습하고, 치열하다는 거다. 그래서 출연한 호스트들이 우리 크루들과 굉장히 친해진다. 끝난 후에도 연락을 많이 하고.
안상휘 CP가 SNL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은 뭘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매 시즌 스타가 한 명씩 발굴된다는 점이 가장 자랑스럽다. 신인을 키워서 스타로 만들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게. 이번 시즌의 주현영 배우도 그렇고, 작가나 연출 쪽에서도 SNL 코리아를 거쳐 예능, 드라마, 영화 작업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꽤 많다.
주현영 배우는 ‘주현영 인턴 기자’로 나왔을 때부터 화제가 됐었다. 다만 ‘20대 여성 인턴’이라는 약자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걸 돌파해내는 과정이 놀라웠다.
말한 것처럼 당시에 여성 비하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여러 의견 중 하나이겠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그때 우리 제작사인 에이스토리 대표님이 그러더라. 이 캐릭터가 성장하는 걸 보여주면 그런 논란은 사그라들거라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퍼뜩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추진한 거다. ‘20대 인턴이 기성세대 정치인을 만나면 거기에서 오는 ‘케미’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우리가 예전에도 정치인들과 작업을 했고, 대선에 가까워지면 분명 섭외가 가능할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 코너, ‘주기자가 간다’에 많은 사람이 놀랐던 것 같다.
못 보던 그림이니까. 홍준표 의원부터 시작해서 대선 후보들까지 인턴 기자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하는 게. (SNL 코리아는) 그런 게 신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정치 코미디가 명맥을 잃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크루들이 대선 후보들을 흉내 내며 풍자하는 SNL 코리아의 ‘콜드 오프닝’ 같은 경우에도 원래는 시즌 1부터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흉내가 별로 안 비슷해서, 별로 재미가 없어서, 여러 이유로 무산시키고 시즌2부터 시작한 거라고.
지금도 제작 과정에서 정치 풍자 관련해서는 다양한 사람의 잣대로 들여다보려고 한다. 1차적으로 대본이 나오기까지 네다섯 번 회의를 하고, 그 과정에서 대본 수정이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된다. 그리고 공연 날 리딩을 할 때 크루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당일에 또 수정을 한다. 물론 그렇게까지 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균형감을 유지하고, 대다수가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반대로 그런 조심성에 대한 비판도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신문 칼럼에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가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균형감이라는 게, 그런 뎁스라는 부분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거다. 우리는 정곡을 찌르는 것보다 웃음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곡을 찌르는 건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이고, 모든 약은 용도에 맞게 쓰여야 하는 거니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곡을 찌르려다 재미를 잃으면 보기에 굉장히 불편해진다. 나는 풍자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약자들이 강자에 대한 풍자를 하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내려놓는 좋은 해소 창구인데, 안 웃기면 그 역할을 못하는 거다.
정치권의 압력보다도 시청자의 반응이 더 걱정될 것 같기도 하다. 작은 실수에도 무지막지한 비난 여론을 맞닥뜨리고 바닥까지 내팽개쳐질 수도 있는 시대이니까.
맞다. 항상 줄타기하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웃음) 사회가 조금 많이 날카로워져 있다고 느낀다. 특히 대중이 많이 힘든 것 같다. 가능하다면 SNL이 거기에 좀 너그러워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했으면 한다. 지금은 너무 첨예하게 대립하고 다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갑을 문화부터 보수, 진보, 기성세대와 신세대… 갈등이지만 얼마든지 서로 보완해갈 수도 있는 거니까,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SNL이라는 프로그램이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맷집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걸까?
한 대 맞았다고 더 이상 안 하면 맷집이 되지 않겠지. ‘아 그렇구나’ 하고 반성하고 그 부분을 한 번 더 고려해서 다시 도전하면 크는 것 같다. 백신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항체를 키워나가는 거. 우리가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에 지금 대중에게 인정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가 ‘SNL + 새로고침 이모지’더라. 리부트 SNL 코리아의 발전은 여전히 진행 중인 걸까?
(웃음) 아닌가? 분명히 그렇게 되어 있었는데?
너무 오래 바꾸질 않아서. (휴대폰을 꺼내 보면서) 내가 워낙 SNL 코리아에 애정이 있어서 시즌 1때부터 이렇게 해뒀던 것 같다. 프로그램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시즌 9로 공식 종영한 후 4년이나 휴지기가 있었는데도? 대단하다.
아까 SNL 코리아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농담처럼 ‘먹고살려고 이걸 한다’고 답했는데, 사실 자기가 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 않나. 나는 그 중에서도 이걸로 밥벌이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한 행복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요즘은 더 행복할 것 같다. 초 치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너무 반응이 좋아서 오는 부담은 없을까?
뭐, 부담은 없고. 그냥 우리는 매회 레전드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그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다. 사실 엉망으로 만들어서 욕먹은 적도 너무 많거든. 그래서 즐길 때는 즐기고, 칭찬받을 때는 받고, 욕먹을 때는 욕먹는 걸로 알고 임하고 있다.
(웃음)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거지. 어떻게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