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부활한 백남준의 '다다익선' 시험가동 현장에서 본 것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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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부활한 백남준의 '다다익선' 시험가동 현장에서 본 것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모니터. 가보면 가볼수록 좋은 곳은 미술관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2.28
최초의 영상 매체는 4개의 유매틱(U-matic, 최초의 카세트 비디오테이프 포맷)과 4장의 레이저디스크였으나 이후 DVD로 교체했고, 현재는 디지털로 변환해 기존 원본 매체와 함께 영구 보존을 도모하고 있다. ‘다다익선Ⅰ’ ‘다다익선Ⅱ’ ‘다다익선Ⅲ’를 포함한 총 8점의 소프트웨어가 4개 채널을 통해 구현된다.

최초의 영상 매체는 4개의 유매틱(U-matic, 최초의 카세트 비디오테이프 포맷)과 4장의 레이저디스크였으나 이후 DVD로 교체했고, 현재는 디지털로 변환해 기존 원본 매체와 함께 영구 보존을 도모하고 있다. ‘다다익선Ⅰ’ ‘다다익선Ⅱ’ ‘다다익선Ⅲ’를 포함한 총 8점의 소프트웨어가 4개 채널을 통해 구현된다.

 
지난달의 어느 날, 오후 2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다. ‘다다익선’의 시험가동을 위해 현장을 찾은 연구사들이 ‘다다익선’의 몸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운이 좋게 꽤 가까이서 잠시 열린 그 틈을 훔쳐볼 수 있었다. 내 몸통만 한 파이프 안으로 전선 다발들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찰나의 광경은 거대한 공룡의 대동맥 혹은 척추를 연상케 했다. ‘다다익선’의 내부에는 온갖 장기들이 가득 차 있다. 전원을 공급하는 메인 전원과 분전반, 그리고 영상 소스를 공급하는 영상 장치와 영상분배기, 발열 해소를 위한 냉각 설비 등이다. 1986년 과천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 현대미술관이다. 동어 반복이 아니다. 그전까지 한국에는 국가가 지은 현대미술관이 없었다는 뜻이다. 국가가 지은 현대미술관의 의미는 각별하다. 동시대의 미술사적 흐름을 포착하고, 국민의 돈으로 이를 수장한다. 수장고의 실내 공간을 상징하는 작가로 백남준을 선택한 건 아마도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백남준 작가에게 미술관 중앙에 있는 나선형의 램프코어에 대형 비디오 작품 설치를 의뢰했다. 건축가 김원이 구조 설계를 맡았으니 공간과 작품이 동시에 지어졌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때 작가가 모니터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낙관의 태도를 보여 작품명이 ‘다다익선’으로 결정됐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1988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34살. 1003개의 모니터 한 대당 전원 전선, 영상신호 선이 사용됐으니 이에 상응하는 연결 부위만 최소 4012곳이다. 영상분배기에 사용된 연결 부위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연결 부위가 제대로 맞물려야 ‘다다익선’이 온전히 작동한다. 브라운관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쪽에는 수많은 회로 부품이 존재한다. 브라운관보다 전원 회로에 손상을 입어 오작동하거나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더 많다. 육중한 신체를 돌리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발열과 정격 전력의 공급에 생기는 변화 등이 커다란 스트레스다. 이 모든 것이 쌓여 결국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2018년 ‘다다익선’이 전면적인 복원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이유다. ‘다다익선’은 지난 4년 동안 큰 병을 치유하며 장막에 싸여 숨어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 관람객 중 일부는 까치발을 하고 천막 사이로 조금이라도 그 모습을 보려고 애쓰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다. 그날, ‘다다익선’의 시험가동 시간이 되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중앙 램프로 몰려들었다. 2시에 맞춰 ‘다다익선’의 가장 아래 열부터 모니터들이 ‘띠로리로리’ 소리를 내며 켜진다. 한 줄 한 줄 모니터에 영상이 재생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그 자체로 34년을 작동한 거대한 질서에 동참해보는 감흥을 받는다. 앞으로 6개월간 ‘다다익선’은 매일 조금씩 시험가동을 해본다. 기간에 따라 스케줄이 다르니 홈페이지를 참고하길 바란다. 2월 7일부터 18일까지는 오전 11시부터 4시간,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6시간, 3월 7일부터 18일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8시간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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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조혜진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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