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크릴 상자 안에 갇힌 채 전시된 ‘더 모노리스’ 연작 중 하나.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도슨트 관람이 있다.
뭔지 모르겠는 게 정상이다. 이것은 조형예술가 에리카 콕스가 코오롱모터스로부터 ‘커미셔닝 아트’를 의뢰받아 만든 5피스짜리 조형 연작 ‘THE MONOLITH’ 중 하나다. 주제는 BMW의 신형 전기차 iX. 여러 부속품을 조립한 형태가 아닌, 마치 하나의 암석을 조각도로 깎아 만든 듯한 BMW iX의 ‘모노리틱’(Monolithic) 디자인에서 ‘더 모노리스’가 탄생했다. 에리카 콕스는 BMW iX의 입체적인 면들을 평면화해 잘라내고 이를 재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기하학 형태로 엮었다. 예를 들면 사진에 있는 ‘더 모노리스’에는 BMW iX의 보닛과 키드니 그릴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접합되어 있다. 60cm 높이의 이 백색 조형물이 그보다 좀 더 큰 아크릴 박스 안에 봉인되어 있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건 마치 조각도 하기 전 거대한 암석 안에 이미 숨어 있는 모노리틱한 조각의 미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5개 작품은 코오롱 글로벌 주식회사가 소장하지만, 이 다섯 작품을 9분의 1 사이즈로 축소한 각 20개, 총 100점의 미니어처는 BMW iX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증정된다. 그런데 대체 에리카 콕스가 누구인가?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별로 없을 것이다. 에리카 콕스는 알고 보면 사실 취미가에서 〈What is this thing of whiteness〉전을 열었던 박준영이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단체전 〈Short story long - 장마〉에 노상호, 현남, 권혜성, 엄유정 등과 함께 참여한 박아일이며, 배우, 목수, 뮤지션인 게이 곤조이기도 하다. 참고로 지난해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패션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PAF)’의 전시 〈PAF Final Cut〉이 바로 에리카 콕스의 기획작이다. 지난해 4월 삼청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를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줄이 모퉁이를 돌아 학고재까지 늘어섰다고 한다. 에리카 콕스는 “자동차와 패션은 일종의 휴먼 스케일에 기반한 공간적인 틀로 인식해왔기에 항상 흥미로운 소재라 생각해왔다”며 “자동차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지금까지 내가 사용해온 방법론이나 내가 가진 조형적 사고로 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순식간에 지금 완성된 형태의 조형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밝혔다. 브랜드가 아닌 딜러사에서 이런 형태의 커미셔닝 아트 마케팅을 진행하는 건 국내 최초다. 코오롱글로벌의 박상우 과장은 “저희도 커미셔닝 아트에 투자하는 건 처음”이라며 “이번 인연이 계속 예술의 영역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100개의 미니어처가 현재 코오롱모터스 삼성 전시장 3층에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