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영의 친구들이 이주영을 '영미'라고 부르는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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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영의 친구들이 이주영을 '영미'라고 부르는 이유

두려움도, 괴로움도, 들뜨는 마음도, 품고 있기 벅찰 정도의 사랑도, 이주영은 모두 직시하고 싶다고 했다. 모두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26
 
 
영화 〈브로커〉로 칸 영화제에 가죠? 출국이 언제예요?
5월 24일이요.
2주도 안 남았네요. 뭐가 가장 기대돼요?
일단 모든 일정이 다 기대되는데요. 제가 예전부터 칸 시즌마다 다른 배우분들이나 감독님들을 서치해보고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저 행사는 되게 즐겁겠다’고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게 포토콜 행사였어요. 되게 예쁜 바다 배경으로 한낮에 다 같이 사진 찍는 거. 지금은 그게 가장 기대돼요.
주영 씨가 워낙 시네필로 유명하잖아요. 혹시나 또 거기서 배우나 감독들을 직접 보는 경험이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부분이 제일 기대되려나 했어요.
저 칸에서 영화 보려고 정말 기대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못 볼 것 같더라고요.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영화제에 초청되면 많이 바쁘군요. 몰랐어요.
네. 매니저 언니 말로는 “칸에 가면 배우들이 살 빠져서 온다”더라고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또 이번 칸 영화제 폐막작이 두나 언니(배우 배두나)가 출연한 〈다음 소희〉잖아요. 언니가 표를 빼주겠다고 해서 상영 스케줄도 봤는데 그것도 볼 수가 없더라고요. 하… 그래서 이번에는 아마 영화는 한 편도 못 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한 편은 보겠죠. 적어도 출연작인 〈브로커〉는 볼 테니까.
맞아요. 〈브로커〉 관람은 공식 일정이라 저희 다 같이 보기로 되어 있죠. 뤼미에르 극장에서.
처음 보는 거죠?
네. 국내에서 기술 시사를 하긴 했는데, 배우들은 그때 아무도 안 봤더라고요. 다들 칸에서 보려고.
한 명도요?
뭐 일정이 안 되는 분도 있었을 것이고, 기술 시사가 오전 9시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 오전 9시?” 이러고 안 갔는데.(웃음) 그것도 칸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한 거죠. 사실 제가 다른 작품 때도 대체로 그랬어요. 완성본을 미리 보여주거나 보내준다고 해도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려고 하죠. 그게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제대로 감상하려고 한다. 그렇군요. 모니터링 같은 접근이 아니라.
사운드라든지, 색채라든지, 그 영화가 가진 미장센적인 부분이 극장에서 봤을 때 가장 극대화되잖아요. 첫 번째 관람은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관객들이 어떻게 보는지를 관찰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제가 찍은 다른 영화들이 개봉했을 때도 극장에서 여러 번 보곤 했어요. 프로모션 전에 보고, 중간에 GV 행사 같은 게 잡히면 또 보고. 관객들이랑 보면서 ‘이 신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네’ 하는 걸 즉석에서 캐치할 수 있으니까요.
 
 
배우들이 대부분 본인이 출연한 작품 보는 걸 힘들어하던데, 주영 씨는 제가 지금껏 인터뷰한 배우 중에 제일 잘 보는 것 같아요. 아까 에스콰이어 영상 콘텐츠 ‘Zip My Record’ 찍을 때는 본인 연기 영상 보면서 대사까지 같이 따라 하더라고요.
하하하. 맞아요. 저는 되게 잘 봐요. 〈야구소녀〉 행사 때를 생각해봐도 준혁 선배(배우 이준혁)는 보기 싫다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때 행사 전에 일찍 가서 미리 한 번 보고 또 보는 중이었거든요.
작품 촬영 중에도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아뇨. 현장에서 모니터링은 잘 안 해요.
어 진짜요? 현장 모니터링은 잘 안 하고 작품 나오면 n차 관람을 한다니,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 아닌가요?(웃음)
중간에 제 모습을 보면 그때부터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 쓰게 되거든요. 그러면 다음 테이크의 연기에 영향을 끼쳐서 잘 안 봐요. 판단은 그냥 감독님들한테 맡기죠. 왜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잖아요. “주영 씨 어때요, 오케이 할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는 감독님들도 있는데, 그러면 저는 “감독님 좋으면 무조건 오케이예요” 하고 답해요.
주영 씨도 얼마 전에 감독 데뷔를 했잖아요.
네. 〈문 앞에 두고 벨 X〉라는 단편영화를 찍었습니다.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인 것 같아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시나리오도 쓰긴 했지만 현장에서 연출자로 있었던 건 딱 3일인데요. 그 3일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특히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되게 혼란스러웠던 게, 촬영 스케줄을 짜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이 신을 얼마 만에 찍을 수 있는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프로듀서님은 “너 이거 한 시간 만에 찍어야 돼” 이러는데 ‘이걸 내가 한 시간 만에 찍을 수 있는 건가?’ 아예 감이 안 오고.
아무래도 표현에 대한 부분보다 조율하고 진행하는 부분이 더 어려웠군요.
그래서 현장에서 제가 어떤 스타일이었나 생각해보면, 그냥 배우들한테 많이 의지하고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신들을 구성했던 것 같아요. 제가 배우여서 그렇기도 하겠죠. 사실 영화를 연출하려면 미술적인 부분, 촬영 관련한 부분, 여러 가지를 다 신경 써야 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 것 같아요.
그럼 이제 편집까지 다 끝난 건가요?
네. 편집 다 끝냈고, 배급사도 만났고요. 이제 어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나을까 얘기하고 있는 단계죠.
만면의 미소나 말의 리듬이 괜히 짐작하게 만드네요. 작품이 만족스럽게 나왔나 보다 하고.
(웃음) 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편집 단계에서 제가 찍어놓은 소스 안에서 베스트를 뽑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고, 또 후반 작업을 해주신 스태프들 모두 정말 프로페셔널한 분들이었거든요. 예산이 그리 풍족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많은 분이 잘 도와주셔서 편집까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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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대본 처음 받고 읽었을 때 울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제가 눈물을 흘린 건 정말 딱 한 줄, 대사 하나 때문이었어요. 극 중 캐릭터인 소영이가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말인데요. 제가 장담컨대 관객들 누구나 ‘나에게 해주는 말 같다’고 느낄 거예요. 저한테도 그랬고요. 그래서 눈물이 났고, 계속 곱씹게 됐죠. 제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감독님 시나리오 정말 잘 쓰셨다’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 두 분이 굉장히 친해진 것 같더라고요.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보기에는 거의 뭐 부녀지간 같던데요.
(웃음) 네. 고레에다 감독님은 저한테도 ‘감독과 배우 사이가 이 정도의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감독님인 것 같아요. 좋은 감독, 좋은 연출자이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고 현장의 리더였죠. 저도 이번에 연출을 하면서 느꼈지만 현장에서 배우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고레에다 감독님 현장에서는 늘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도. 그게 감독님의 의도인지, 스킬인지, 원래 그런 분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내가 뭘 해도 감독님이 올바른 방향으로 판단해주실 거라는 믿음, 그런 게 있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이지은 배우의 전작인 〈나의 아저씨〉를 언급하며 ‘나중에는 이지은 배우가 나올 때마다 그냥 우는 지경이 되었다’고 얘기했는데, 그때 보니까 이지은 배우보다 주영 씨가 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귀여워서 웃은 건지, 공감의 뜻이었는지 궁금했어요.
그때 웃겼던 게, 무대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끼리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감독 없이 배우들끼리 제작보고회를 하는 게 처음인 것 같다고. 그런데 나가보니까 “일본 현지에 계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는 화상으로 연결하겠습니다” 하고 정면에 보이는 화면에 커다랗게 감독님 얼굴을 띄우는데, 그 화면에 갇혀 계신 게 너무 웃긴 거예요. 그렇게라도 얼굴을 보는 게 반갑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 또 경청했는데, 감독님이 제 칭찬을 해주시는 것도 기분 좋지만 그냥 다른 배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얘기를 하는 것도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구경하듯이 앉아 있었던 거죠.
오늘도 느낀 게, 주영 씨는 정말 영화 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떤 키워드만 나오면 영화 이야기, 감독 이야기, 배우 이야기를 신나서 막 늘어놓으시고.
맞아요. (제가) 시네필인 것 같긴 해요. 제 친구들이 장난으로 그걸 ‘영미’라고 하거든요.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제 주변에도 저 같은 사람이 많아서 서로가 서로를 영미라고 부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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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김효성
    HAIR 박미형
    MAKEUP 정보영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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