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연기,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 스스로도 벅찰 정도일 때가 있어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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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연기,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 스스로도 벅찰 정도일 때가 있어요."

두려움도, 괴로움도, 들뜨는 마음도, 품고 있기 벅찰 정도의 사랑도, 이주영은 모두 직시하고 싶다고 했다. 모두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26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경우가 특별히 더 그랬다고 했지만, 함께 작업한 감독이나 배우와는 대체로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워낙 성격이 둥근 걸까요, 아니면 현장 분위기를 위해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부분인 걸까요?
예전에는 제가 노력을 해서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게 저도 즐겁다고 느껴요. 사실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현장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그런 것도 다 에너지를 쏟는 일이잖아요. 억지로 하기보다 깨달을 필요가 있는 거죠. 그게 당연한 거고, 그렇게 해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그래야 작품이 잘 나온다는걸. 그래서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진 부분인 것 같아요.
그게 소모나 상충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하는 거군요.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배우기도 한 거죠. 저는 특히 두나 언니를 보면서 ‘와, 저렇게까지 스태프들을 일일이 다 챙길 수 있는 건가’ 놀랐거든요. 저렇게까지 마음을 써서 사람들을 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저 마음과 애정은 진짜 대단한 거다. 닮아야 한다. 촬영 내내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저도 오늘 이주영 배우에게 계속 감탄하고 있어요.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나 사려 깊은 다정함에.
아, 그래요?(웃음) 감사합니다.
 
화이트 재킷 끌로디피에로. 블랙 팬츠 마뗑킴. 니트 톱 에트로. 큐빅 레이어 팔찌 베루툼. 체인 팔찌 모두 센티멍.

화이트 재킷 끌로디피에로. 블랙 팬츠 마뗑킴. 니트 톱 에트로. 큐빅 레이어 팔찌 베루툼. 체인 팔찌 모두 센티멍.

 
항간에 좀 ‘쿨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죠?
그게 오해라고는 생각 안 해요. 그냥 뭐 인상에서 ‘저 사람은 약간 다가가기 힘들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는 거잖아요. 관계를 쌓아가고 서로 대화하면서 점점 알게 되는 부분이지 않을까 해요. 사실 ‘처음에는 차가워 보이고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네’ 이런 말이 더 듣기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댓글만 봐도 온도 차가 있더라고요. 일반 관객이나 시청자는 이주영을 되게 멋있게 생각하는 것 같고, 반면에 팬들은 굉장히 귀여워하는 것 같고.
맞아요. 제 팬들이 대체로 저를 귀여워해요. 제가 또 유대감이나 신뢰가 쌓인 사람들을 좀 더 따뜻하고 거리낌 없이 대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애교 섞인 행동을 할 때도 있고, 그래서 그렇겠죠. 그래서 한 발치 가까운 데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좀 그런… 귀엽다?(웃음) 뭐 그런 반응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니, 왜 귀엽다는 표현을 그렇게 주저하세요. 이주영이 생각할 때 이주영은 귀여운 사람이 아닌가요?
저는… 귀엽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음) 단언은 어렵군요.
저한테는 귀엽다는 게 진짜 큰 표현이에요. 저도 귀여운 걸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귀여움을 느끼는 게 사랑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쿨한’ 이미지는 그간 연기한 배역들에서 온 부분도 클 것 같아요.
맞아요. 좀 강직하고 당당한 역할을 많이 했죠. 굴하지 않고, 잘 꺾이지 않고.
특히 최근 필모에 편견과 불합리에 맞서서 쟁취하는 캐릭터가 많았죠. 서정인(〈타임즈〉), 주수인(〈야구소녀〉), 마현이(〈이태원 클라쓰〉)….
그건 아마 제 개인적인 선호도랑도 관련이 있을 텐데요. 제가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보면서 그런 캐릭터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멋있으니까. 멋있고 자신의 말을 하는 캐릭터들이니까.(웃음) 그런데 이제는 나름의 상처가 있고, 유약하고, 남들이 봤을 때는 답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더 많이 해보고 싶기도 해요. 그런 인물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있잖아요.
드라마 스페셜 〈집우집주〉의 조수아가 그런 선택이었으려나요?
맞아요. 일단 〈집우집주〉 대본을 보고 생각한 건 이건 평범한, 정말 평범한 이야기라는 거였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거. 그래서 어떻게 보면 조수아는 제가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에 가장 특색이 없는, 보편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그 캐릭터가 가진 결혼에 대한 마음, 결혼 후의 삶에 대한 걱정, 그런 게 저한테 가까운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본을 보면서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이주영이라는 배우가 보편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구나’ 하고 느꼈으면 했어요. 그래서 저의 색채 같은 것들을 지우려고 많이 노력하며 촬영했죠.
당장 듣기에는 손을 묶고 달리기를 하는 기분일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도 달릴 수는 있겠지만 열심히 할수록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더 들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연기를 할 때는 오히려 더 ‘스킬풀’한 느낌으로 다가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 일하다 보면 내가 아직 모르는 감정인 것 같다, 나한테 아직 좀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하는 작품을 만나기도 하잖아요. 당연히 저한테서 먼 역할을 연기할 때도 있고. 그럴 때는 전반적인 톤을 파악한 다음에, 제가 지금까지 경험하며 얻은 어떤 스킬들을 사용해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블랙 티셔츠 에트로. 골드 네크리스 베루툼. 체인 브레이슬릿 센티멍.

블랙 티셔츠 에트로. 골드 네크리스 베루툼. 체인 브레이슬릿 센티멍.

 
〈야구소녀〉 클립에는 이런 댓글이 있었어요. “적역 캐스팅.” 많이들 공감하는 것 같던데, 〈야구소녀〉의 주수인은 방금 얘기한 경우의 정반대라고 보면 될까요?
맞아요. 〈야구소녀〉 때는 정말 주수인에 체화되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야구소녀〉의 경우에는 그냥 그 사람 자체로서 존재하기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성격의 작업이거든요. 야구 훈련을 해야 하고, 야구선수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그런 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지만 결국 캐릭터를 쌓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점들인 것 같아요.
그렇겠네요. 촬영을 위해 야구 훈련 하면서 주수인처럼 혼자 밤늦게까지 공을 던지기도 하셨을 테고.
그러면서 ‘아 이것밖에 못 던지네’ 하면서 나의 한계를 느끼고.(웃음) 그 한계가 결국 주수인이 느낀 한계와도 닿아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접근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주영도 주수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쟁취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단단한 사람. 혹시 ‘이주영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오해라기보다… 그냥 많은 분이 저한테 ‘저 사람은 다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인상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그냥 언제나 늘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을 거라고. 그런데 저도 안 괜찮을 때가 많은 사람이거든요.(웃음) 살아가면서 되게 많은 것과 타협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이겨내면서 사는 똑같은 사람인데. 뭐 사실 오해라기보다 팬심을 담아 봐주는 시선이거나, 제가 했던 역할들로 저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부분인 듯해요.
스스로의 슬럼프나 번아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기도 하잖아요.
네. 저는 되게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마음에 안 들면 마음에 안 든다고 얘기해요. 제가 지금 힘든지 괜찮은지 그런 것들을 스스로 잘 파악하는 편이에요. 제가 제 상태가 어떤지를 항상 알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안 괜찮아도 안 괜찮다는 걸 자각해야 그걸 이겨낼 생각이 드는 거죠. ‘나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구나’ 싶은 순간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사실 그런 슬럼프나 번아웃에 대한 글을 보면 응원하게 되긴 해도 주영 씨를 크게 걱정하게 되지는 않을 듯해요. 뭐랄까, 흔들려도 뿌리가 뽑히지는 않을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얼마 전에 친구가 그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너는 그렇게 힘들 때 힘들다고 하고, 부족한 게 있을 때 대놓고 얘기하는 게 건강한 것 같아.” 사실 저는 그런 생각을 못 했었거든요. 그런데 듣고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내 상태를 알고 그걸 표현하는 게 괜찮아지는 지름길일 수 있겠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도 인상 깊었어요. 연기가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의 두려움, 지금 다시 연기를 너무 사랑하게 된 마음에 대해 장문의 글을 남겼죠.
그거 제가 아직 삭제 안 했나요?(웃음) 삭제했다고 생각했는데. 하하하.
(웃음) 아, 없어져야 하는 글인가요?
새벽에 되게 충동적으로 올린 글이었던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영화, 연기, 이런 것들을 되게 좋아하는데 가끔 제 스스로도 벅찰 정도일 때가 있어요.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한다 내가. 너무 사랑한다.’ 이렇게 진짜 심장을 비집고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들 때가 가끔 있는 것 같은데.
흔히 ‘뻐렁친다’고들 하죠.
(웃음) 네 맞아요. 뻐렁치는 감정이 있어요. 그날도 제 안에 뭔가가 뻐렁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감정을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썼죠. 제가 또 따로 일기를 안 쓰는 편이라서 SNS에 남기게 됐고.
개인적으로는 감명받았어요. 10년 차인데 여전히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멋있어서 화보 시안도 ‘갈망’이라는 키워드로 구성했고, 화보의 가제도 〈이주영은 여전히〉라고 달아서 보냈고요.
저는 그 글 다시 보면서 ‘뭐야, 왜 이래’ 싶을 때도 있고 지우고 싶을 때도 많긴 한데요.(웃음)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만약 그 가제를 문장으로 완성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주영은 여전히’…?
문장으로요? 이주영은 여전히… 살고 있다?
(웃음) 반박의 여지가 없는 명제네요. 그럼 이건 어때요? ‘이주영은 드디어.’
(오래 고민하다가) 음. 이주영은 드디어… 칸에 간다. 하하하하. 그게 먼저 딱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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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김효성
    HAIR 박미형
    MAKEUP 정보영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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