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무 것도 없고 고된 사막 여행을 굳이 그리워할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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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아무 것도 없고 고된 사막 여행을 굳이 그리워할까?

작열하는 태양이 삽시간에 기력을 빼앗고 모래바람이 기관지를 괴롭히는 곳. 그리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곳. 우리는 왜 그곳으로 향하는 걸까? 왜 휴양지가 아닌 그 황폐한 땅의 기억을 자꾸 떠올리는 걸까? 세 명의 여행 애호가가 ‘왜 사막이어야 하는지’, 자신의 그리움을 썼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29
 
 
1-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파도의 경이, 죽음의 경이
이호영(여행 컨설턴트)
 
직업 덕분에 여행을 기획하고 관광객을 인솔하면서 전 세계를 다녔다.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주위에서 보지 못한 시각적인 동경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나미브 사막은 그런 욕구를 최대한으로 충족시켜준, 이 지구상 어디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경이로운 곳이다. 그 정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 약 8000만 년 전에 탄생해 지금까지 경이로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나미브 사막의 나미브 모래바다(Namib Sand Sea)를 보려면 월비스베이(Walvis Bay, 나미비아 북서해안에 자리한 도시)에서 지프를 타고 거대한 모래언덕을 몇 번이나 오르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래사막 정상에 도달한다. 나미브 모래바다는 나미비아 해안에 형성된 사막지대다. 거대한 금빛 모래의 해안사구가 대서양의 거친 푸른 바다와 마주한, 다소 비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비현실적 자연경관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면, 풍경에 압도되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사막으로 밀려드는 파도의 곡선은 거대한 해안사구의 아름다운 곡선과 닮았다. 사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의 흔적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지나온 길에 새겨진 발자국은 수분을 머금은 모래바람과 파도에 덮여 곧 사라진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오직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거기서 약 6시간을 더 이동하면 소서스블레이(Sossus Vlei)에 도착한다. 소서스블레이의 일출은 황홀하다. 동이 트기 전 거친 호흡을 내쉬며 모래언덕에 올라 일출을 기다리는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평화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같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잠시 후 멀리서 해가 떠오르면 그 빛에 거대한 모래 사구들은 붉게 물든다. 빛의 각도에 따라 적갈색, 붉은색, 오렌지색으로 변해가는 소서스블레이의 모래언덕들은 생명을 가진 듯 활기차다. 소서스블레이 모험의 정수는 데드블레이(Dead Vlei)다. 데드블레이는 원래 호수였으나, 모래언덕이 주변을 둘러싸면서 물길을 막아 결국 호수의 물이 모두 말라버렸다. 하얗게 드러난 바닥 위로 생명력을 다한 고목과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붉은 모래언덕의 모습은 이질적이다. 고목의 죽음은 아마도 꽤나 오래전의 일인 것 같지만 그 잔해는 여전히 메마른 모래 위에 버티고 서 있다. 그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사진작가들이 이곳에 오기를 왜 그렇게 갈망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전 세계를 돌면서 사막이란 사막은 다 돌아봤다고 자부하지만 나미브 사막은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다. 매 순간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예기치 못하지만 딱 그만큼 신비하고 경이롭다. 나미브 사막은 대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보길 권하는 그런 장소다.
 
 
 
 
2-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황무지의 핵심 속으로
조성희(교사)
 
이집트 사막 탐험은 작열하는 태양빛과 모래 폭풍의 연속이다. 거친 환경임에도 많은 이들이 굳이 이 여정을 떠나는 이유는 바하리야 사막만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있다. 카이로에서 베이스캠프인 오아시스 마을까지 버스로 4시간, 사막 한가운데까지 접근하려면 서너 시간은 더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사막. 거친 오프로드로 이동하나, 현지 가이드의 드라이빙 묘기로 지루할 틈은 없다. 중앙으로 향하며 계속 변화하는 바하리야 사막의 풍경도 크게 일조한다. 사막이라고 다 같은 풍경을 가진 건 아니다. 가장자리의 흑사막은 검은 모래가 가득한, 마치 광물질이 내려앉은 듯한 곳이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어두운 빛의 땅이 낯설다. 이와는 달리 크리스털 사막은 반투명한 석영 같은 자갈들이 태양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넓은 지대를 차지하는 백사막은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다.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모래와 솟아 있는 하얀 바위, 하늘이 전부다. 새바위, 버섯바위, 낙타바위. 이정표가 전무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모양에 따라 이름 붙여진 바위들이다. 야영을 위한 캠프사이트에 도착하면 금세 하늘이 어두워진다. 모닥불 앞에서 시작된 여흥은 위스키 한 잔씩을 곁들이며 계속된다. 텐트도 없이 누워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별이 빼곡히 박힌 밤하늘을 이불 삼아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잠에 드는 건 그것만으로도 낭만적인 경험이지만, 그곳이 깊은 사막 한가운데라면 한층 묘한 감정이 찾아온다. 아침도 마찬가지다. 가릴 것이 없기에 태양이 뜨면 저절로 눈도 떠진다. 눈부시지만 그 자리에 누운 채로 태양이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한참을 바라본다. 사막 야영에서의 가장 곤란한 문제는 화장실이다. 이곳에서 양치와 세수는 사치이며 중요한 볼일은 야생의 법칙으로 해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멀리 떨어져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만큼의 거리를 확보하는 것뿐이다. 우리의 흔적을 언젠가 자연이 거두어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사막 탐험의 끝은 샌듄(sand dune), 모래언덕이다. 힘겹게 사막의 능선에 올라서면 마치 진공의 우주에 들어선 듯 태양과 바람, 그리고 모래가 만든 조형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 서면 대기를 채우는 공기와 바람이 전부인 세상에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 보면,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온몸이 모래로 뒤덮여 버석거린다. 체표면에 존재하던 모든 수분을 앗아가는 듯, 모래알들은 필사적으로 생명체인 인간의 몸에 엉겨 붙는 것만 같다. 누구든 이곳에서 길을 잃고 주저앉으면, 그대로 형체도 없이 파묻혀버릴 테다. 무심한 잔혹함에 때때로 몸서리치게 되는 곳. 하지만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내는 조형미는 봐도 봐도 경이롭고, 그래서 사막에서의 매 순간은 여전히 생생하고 그립다.
 
 
 
 
3- 몽골 고비 사막
낙원 곁의 고비들
김유진(사진작가)
 
사막은 처음이었다. 몽골 여행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5분 만에 결정됐다. 몽골 여행 코스는 크게 홉스골(호수)과 고비(사막)로 나뉘는데, 우리는 모두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으니까. 푸르공(자동차)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수시간 달리다 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건 황량한 벌판뿐이다. 이따금 초원이 얼굴을 드러낼 때면 싱그러운 초록빛에 기분이 좋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를 때쯤 ‘노란색 모래’ 홍고린엘스 사구에 도착한다. 모래언덕만이 가득한 희뿌연 모습을 줄곧 상상해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신선한 컬래버레이션. 그간의 일정 동안 보기 힘들었던 초록빛의 광활한 초원,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17호 파운데이션이 떠오르는 밝은 베이지색의 사구들이다. 고비 사막의 첫인상은 고요와 평온이다. 한 번 이 사막을 본 사람이라면 ‘평화’를 말할 때 늘 이곳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푸른 초원 바로 뒤에 사막이 펼쳐진 광경은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물을 먹고 자라는 초원 뒤에 물 한 방울 허락하지 않는 사막이 공존하는 풍경은 언뜻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아 착시처럼 느껴진다. 호기롭게 사막에 오르기 시작한 건 상상했던 것보다 높지도, 크지도 않다는 착각 탓이었다. 하지만 사구에 오른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심각함을 직감했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눈, 코, 입, 귀를 때려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 내딛는 발이 모래와 함께 땅 밑으로 흘러가버린다. 고운 모래가 발을 잡아먹듯이 빨아들이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 상태로 사막에 오르는 시간이 2~3시간이나 걸린다. 오르고 있지만 오르지 못하는, 오르고자 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닿을 수 없는 고비의 연속인 이곳이 고비 사막이다. 인간은 도구를 써야 한다. 이족보행을 포기하고 두 손을 도구 삼아 사족보행을 시작한다.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면서 오른 정상에서도 여전히 모래 알갱이들은 신체를 공격하고 모래바람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들다. 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볼 때는 곱고 평화로웠지만 겨우 오른 정상은 거칠고 위태롭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 경구야말로 이 순간을 표현하기에 적당하다. 그런 고통이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도달한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다. 특히 드넓은 초원에서 시작해 바스라지는 모래의 정점에 오르는 경험이기에 더욱 그렇다. 저기 말들이 풀을 뜯어 먹고, 여행객들이 게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곳은 광활한 몽골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바로 그 곁에 도사리는, 사막의 고통과 매혹을 빼놓고는 몽골을 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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