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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셀럽들의 셀럽 에바 차우가 키소주를 만든 이유

뉴욕 타임스가 로스앤젤레스의 컬처 퀸으로 명명한 에바 차우가 어째서 소주를 들고 한국을 찾았을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2.08.28
 
 오드 메종에서 열린 키 소주 론칭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에바 차우 대표.

오드 메종에서 열린 키 소주 론칭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에바 차우 대표.

키(KHEE) 소주는 작년 9월에 이미 출시된 걸로 아는데, 이번에 성대하게 론칭 파티를 열어 인스타그램이 난리가 났었죠.
이걸 만들기 시작한 건 4년 전이에요. 혼자 공들인 기간이 3년이고 작년에 데뷔시켰죠. 지난해 9월에 출시해놓고,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열지 못했어요. 론칭 파티를 못 하고 그냥 조용히 지나갔는데, 아무래도 파티를 한 번 해야겠다 싶었어요.
해외에서는 이미 셀럽들이 자신만의 주류 브랜드를 낸 케이스가 여럿 있지요? 조지 클루니의 테킬라도 있고, 에이셉 라키의 위스키도 있지요.
테킬라도 많지만, 샴페인을 내는 셀럽들도 많아요. 아르망 드 브리냑을 소유했던 제이지가 대표적인 예죠. 진(Gin)이나 보드카 등의 스피릿 시장도 고급화되면서 셀럽들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예전에는 극소수 사람들만 와인이나 스피릿의 고급 브랜드를 따졌어요. ‘술은 다 술이지 뭐’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들도 주종을 따지는 게 아니라 같은 주종이라도 고급품과 저급품을 따져 고르기 시작하더라고요. 전 좀 반대라고 봐요. 제이지와 조지 클루니가 럭셔리 테킬라와 샴페인을 들고 나와 대중을 설득한 게 아녜요. 대중의 럭셔리에 대한 욕구를 그들이 읽고 자신의 브랜드를 내기 시작한 거죠.
에바 차우도 테킬라나 샴페인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제가 사실 영미권과 유럽을 돌아다니며 살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못 했어요. 사는 게 바쁘고, 일도 바쁘고, 한국이 그리운지도 몰랐죠.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은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오고 싶고, 한국에서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그 시작은 라크마(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서 일을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기도 해요.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주관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출장을 와야 했고, 지인들을 만나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죠. 제가 또 일 벌이는 걸 좋아하다 보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생각한 게 소주였어요. 소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라는데, 어째서 미국이나 유럽에선 한국의 소주를 잘 모를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가장 많이 팔리는 소주랑 키 소주 같은 증류식 소주는 좀 다르기는 하지요.
그렇죠. 엄밀하게 말하면 초록 병에 든 희석식 소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이기는 하죠. 희석식 소주를 마시게 된 역사를 알아보니 좀 슬픈 마음이 들었어요. 전쟁 후에 정부가 식량 부족을 이유로 곡식을 원료로 그중에서도 특히 쌀을 원료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면서 고구마, 당밀 등을 쓴 희석식 소주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 법이 바뀌고 쌀 증류주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된 지가 불과 20여 년밖에 안 됐어요.
키 소주 22도와 38도는 도수뿐 아니라 향과 맛도 조금 차이가 있다. 도수가 강한 쪽이 아로마도 강하다.

키 소주 22도와 38도는 도수뿐 아니라 향과 맛도 조금 차이가 있다. 도수가 강한 쪽이 아로마도 강하다.

자세히 아시는군요.
그런 걸 알고 나니 왜 한국 사람들이 외국 술만 좋은 술을 찾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한동안 좋은 술을 만들 수 없었으니 그랬던 건 아닌가 하고요. 물론 희석식 소주에도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그러나 스카치에도 그레이드가 있듯이 소주도 등급이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케도, 와인도 다 등급이 있잖아요.
그러게요. 한국의 편의점에서 1만원대에 살 수 있는 스카치 위스키도 있는가 하면, 로얄살루트처럼 브랜드 최저가 상품이 20만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도 있지요.
소주가 다 저렴할 필요는 없거든요. 공들여 맛있고 예쁘게 만들었으며, 가격이 조금 높아도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요.
소주의 고급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결국 스피릿을 고급화하려면 숙성이 관건인데, 소주는 숙성이 짧으니까요.
소주는 숙성을 오래 안 하죠. 몇 개월 정도만 하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고급화를 해야 할지부터 연구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중국의 백주들도 비슷한 스피릿인데, 이 술들은 프리미엄화에 성공했죠. 비싼 술은 냄새, 목 넘김 등 아주 세밀한 것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키 소주의 특징은 뭔가요?
다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는 소주는 거의 마셔본 것 같아요. 여러 훌륭한 향이 나는 소주도 있었지만, 거북한 향이 나는 소주도 물론 있었어요. 제 소주는 그 거북한 향들이 안 나도록 다 잡았어요.
엄청 깔끔하긴 했어요.
꽃 향과 과실 향이 나지요. 22도보다 38도의 향이 더 강해요.
깔끔한 건 사실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요. 다 잡으면, 개성도 사라지니까요.
다 없앤 건 아녜요. 깔끔하게, 클래식하고 엘레강스한 맛을 찾은 거죠.
3000병 한정 생산이라는 기사가 초기에 나갔는데, 오해가 조금 있다면서요?
맞아요. 이게 한 해에 몇 병을 만들겠다고 한정 생산을 하는 제품이라기보다는 만든 게 다 팔려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분량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어요. 처음 생산한 분량이 3000병이었는데, 그게 다 팔리면서 ‘3000병 한정 생산’이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보도가 나간 거죠. 작년에 판매한 물량도 그보다는 많고, 배치당 생산량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요.
화요의 서브 브랜드라는 오해도 있었지요.
소주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마음먹고 콘셉트를 잡고 보틀 디자인도 이미 다 마치고, 한국에 와서 제가 원하는 술을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찾았어요. 아예 소주 공장을 차릴까도 생각했죠. 그런데 한국의 주류 관련 법규가 엄청나게 복잡하더라고요.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니 화요 공장이 완벽하더라고요. 화요와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님이 굉장히 완벽을 기하시는 분이에요. 그런 성향이 공장에도 있더군요. 화요에 의뢰하여 제조하는 것은 맞지만, 화요의 서브 브랜드인 건 아녜요.
다음 행보는 뭔가요?
올가을에 미국으로 가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를 시작으로 올해 말부터 키 소주를 미국에 팔기 시작할 겁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조혜진
  • PHOTO KHEE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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