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mm 옐로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다이얼을 조합한 마스터 컬렉션 190주년 에디션 1520만원 론진. 스웨터 살바토레 산토로.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 우리 학교는〉(이후 〈지우학〉) 나온 지가 꽤 된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후속편을 기다리는 중이고요. 그런데 아직 1년이 안 됐더군요.
〈지우학〉 이후에 정말 많은 게 바뀌지 않았나요? 스타가 됐으니까요.
(웃음) 사실 저는 제가 스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체감한 적이 없어서요. 〈지우학〉이 공개됐을 때 이미 전 디즈니 플러스의 〈3인칭 복수〉를 찍고 있었어요. 촬영 중에는 촬영에 집중하느라 밖에 돌아다닐 일이 없으니 알 수가 없었죠.
요즘은 가끔 마스크 안 쓰고도 돌아다니는데, 알아보시는 분은 별로 없어요. 전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을 거예요. 저를 믿으세요. 다음에 한번 꼭 강남역이나 홍대입구역에 맨얼굴로 가보죠.
로몬 씨는 안 변했을지 몰라도 세상이 로몬을 보는 눈은 변했죠?
아무래도 일이 많아졌죠. 오늘처럼 제가 좋아하는 시계 브랜드인 론진과 화보도 찍을 수 있게 됐고요.
43mm 스틸 케이스에 오토매틱 무브먼트 L836을 탑재한 울트라-크론 470만원 론진. 레더 재킷 골든구스. 데님 팬츠 플랙진. 부츠 후망. 셔츠,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 남자에겐 시계가 중요해지기도 하지요.
맞아요. 어릴 때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 슬슬 관심을 갖게 되는 나이 같아요. 그래서 론진과 함께한다는 게 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이렇게 촬영장에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과 함께 하러 올 때면 바뀐 게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그 차이를 가장 크게 느껴요. 〈지우학〉 전에는 팔로워가 20만대였는데, 지금은 거의 600만 가까이 되니까요. 많은 분이 제 계정을 자주 찾아주시고, 댓글도 다시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챙겨야지. 더 잘해야지’라는 마음을 다져요.
얼마 전에 〈3인칭 복수〉(11월 9일)가 공개됐으니, 지금은 잠시 촬영이 없는 기간이겠군요.
마지막 촬영 이후 두 달 정도 쉬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영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골프와 판소리도 배우고요. 와인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도 해요.
판소리가 발성에 도움이 된다며 누군가 추천해줬거든요. 한번 배워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계속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 얘기할 때도 막힌 구석 없이 뻥 뚫린 소리가 나네요.
사실 판소리 이전에는 코가 자주 막혔거든요. 그런데 코막힘이 없어졌어요. 소리를 지르다 보니 좋아진 게 아닐까 싶어요. 또 가장 한국적인 소리를 공부할 수 있는 장르라 울거나 분노하는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구력에도 도움이 되지요. 예전에 한 가수와 인터뷰 중에 ‘발성이 좋아야 단독 콘서트에서 몇 시간씩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맞아요. 옛날에는 저도 목으로 소리 내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밤새 촬영하면서 목으로 대사를 뱉다 보면 목이 잠겨요. 저도 자주 잠겼었죠. 판소리를 하고 나서는 목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니 밤을 새워도 목이 잠기지 않아요.
노력파군요. 다른 인터뷰에서 “연기를 위해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성격 구축〉을 읽고 다 이해했다”고 답했던 게 기억나네요.
(웃음) 저 사실 그런 대답을 한 것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 다 이해를 했다니… 그 인터뷰를 할 때의 저는 천재였나 봐요. 어떻게 그 어려운 책을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클래식한 다이얼로 우아함을 강조한 마스터 컬렉션 290만원 론진. 재킷 니치투나잇. 터틀넥 스웨터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래도 그 태도가 좋잖아요. 오래 대사를 칠 수 있게 판소리를 배우고, 캐릭터의 성격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성격 구축〉이라는 책을 읽는다. 뭔가 정직하고 모범적이에요. 그나저나 요즘 어떤 와인에 빠져 있어요?
아이고… 보르도. 이제 곧 가산 탕진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오겠어요.
저도 그게 걱정되더라고요. 한번 비싼 와인에 맛을 들이면 싼 와인은 못 마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나이대별로 가격대를 정해뒀어요.
값비싼 와인으로 한 번에 갈 수도 있긴 하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보다 등급이 낮은 수많은 와인의 다양성을 못 즐겨보잖아요. 그래서 천천히 나이가 들면서 가격을 조금씩 높이면서 더 다양한 와인을 즐겨보려는 거죠.
10만원 이하 와인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브리딩(breathing)도 해보고 디캔팅도 해보고 보틀을 따고 다시 닫아둔 채로 다음 날 마셔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마신 와인 중 인상 깊었던 건 뭔가요?
어마어마하게 비싼 와인인 콩스가르드 더 저지를 좋은 기회에 마신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날 처음으로 와인에 반했거든요. 그 향과 맛에 반해 2시간을 꼬박 그 와인만 음미하며 앉아 있었어요. 샤르도네 품종의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감촉이 너무 부드럽고 여러 향이 엄청 복잡하면서도 우아하고 버터처럼 부드러운 숙성의 향미가 느껴졌어요. 게다가 두 시간에 걸쳐서 마시다 보니, 그 맛이 변하는 것도 다 느껴지고요.
콩스가르드라니, 엄청 본격적이네요. 레드 와인은요?
요즘엔 특히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탈리아 와인에 관심이 많이 가요. 네비올로 품종이 좋고, 특히 우아하고 섬세한 바르바레스코를 좋아해요.
네비올로 중에서 바르바레스코를 찾는 섬세하고 우아한 레드 와인 취향이라니… 부르고뉴 피노 누아로 직행하겠군요.
악마의 포도라는 그 피노 누아요? 맞아요. 저 자꾸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와인의 노예가 되어 가산을 탕진하는 거죠.
최근에 알게 된 꿀팁이 하나 있는데요. 이탈리아 와인을 사서 오픈한 후에 와인잔에 조금만 담아서 테이스팅한 후, 코르크를 그대로 닫고 다음 날 마셔봤어요. 정말 맛있어지더라고요. 또 최근에는 레드 와인을 디캔터에 반쯤 따라두고 2시간 반 정도 브리딩을 한 다음 마셔보고 나머지 반은 코르크를 닫아 보관한 후 그다음 날 비교하며 마셔보기도 했죠.
37mm 스틸 케이스에 샴페인 컬러 다이얼을 매치한 론진 스피릿 320만원 론진. 스웨터 닐 바렛. 데님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눈이 빛나고 있어요. 와인이 무척 재밌나 봐요.
맞아요. 제가 와인을 많이 마시거나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거든요. 자주 못 마시니까 한 번 마실 때 최대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연구 중인 거죠.
실은 피처 기자들의 전공 분야 중 하나가 술과 음식이거든요. 로몬 씨랑 와인 얘기를 이렇게 한참 할 줄은 몰랐어요.
저도요.(웃음) 또래 중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와인 얘기할 사람이 주변에 없어요. 이렇게 잘 받아주시니 정말 즐겁네요.
전 미리 디즈니 플러스 시사실에서 〈3인칭 복수〉 1~2화를 보고 왔어요. 로몬 씨는 봤나요?
그렇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게 제겐 엄청 큰 도전이었죠.
지수헌은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뇌종양 4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등학생이자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희생하는 정의의 사도죠. 온갖 매력적인 설정을 다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꼭 한 번 맡아보고 싶은 그런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하려고 보니 굉장히 큰 도전이더라고요.
[관련기사] Part2. 로몬은 운동이 마음을 단련하는 방법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