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슈룹> 세자빈 역의 오예주는 작품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청하를 사랑한다고 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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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슈룹> 세자빈 역의 오예주는 작품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청하를 사랑한다고 했다

<슈룹>의 세자빈 청하로 큰 첫걸음을 뗀 배우 오예주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늠도 안 되는 역할들을 맡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도 했다. 연기란,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기에.

오성윤 BY 오성윤 2022.12.20
 
블랙 더블 재킷 골든구스. 블랙 드레스 모스키노. 데님 팬츠 코스. 스니커즈 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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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은 어쩌다 다친 거예요?
집에 가다가 돌계단에서 넘어졌어요. 턱에 발이 걸려서 쫙 미끄러졌죠.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데, 무릎에 피멍이 들어서 반창고만 붙여뒀어요.
돌계단이 미끄럽거나 울퉁불퉁했던 탓일까요, 예주 씨가 서두른 탓일까요?
(웃음) 제 탓인 것 같아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급하게 걷다가. 제가 살짝 덜렁대긴 해요. 아주 살짝. 자주 다치는 편이거든요. 무릎만 해도 정말 많이 다쳤고. 그런데 뼈는 한 번도 부러져본 적이 없어요. 나름 튼튼한 덜렁이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예주 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를요? 글쎄요. (오래 고민하다가) 든든한 친구…?
덜렁이지만 든든하군요. 챙겨주고 싶다거나 귀엽다기보다.
귀여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친구들한테 애교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요. 챙겨주는 것도 오히려 제가 하는 걸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아끼고 지지해주는 스타일이라서, 무심하게 툭툭 챙겨주는 든든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잔정이 많은 스타일인가 봐요.
맞아요. 정이 정말 많아요. 친구들이랑 만나는 것, 얘기 나누는 것 너무 좋아하고, 길 가다가도 좋은 거 보거나 맛있는 거 먹으면 ‘이거 누구 사주고 싶다’ 꼭 그런 생각을 해요.
올해 수능 봤죠? 〈슈룹〉 촬영하면서 수능 준비도 해야 했을 텐데, 힘들지 않았어요?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둘 다 조금씩은 아쉬움도 남고요. 학교생활이나 공부도 친구들에 비해 시간이 부족했고, 〈슈룹〉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죠.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저는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첫 작품은 아무리 노력해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겠죠.
지금 와서 가장 아쉬운 게 그런 부분이에요. 제가 이렇게 비중 있는 역할은 경험해본 적이 없다 보니 혼자서 뭘 어떻게 해보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다른 분들과 주고받는 게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자꾸 제가 연습한 대로만 하려고 하니까. 이제 와서 돌아보니 같이 나누면서 조언을 구했다면, 함께 호흡하는 연기를 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열의가 오히려 족쇄가 됐군요.
너무 긴장한 부분도 있었고요. 100%로 연습을 해가도 현장에서는 20~30%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연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도 했죠. 현장 경험을 더 쌓으면서, 제가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브라운 페이턴트 슈트 MSGM. 슈즈 골든구스. 블랙 브라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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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들은 조언이나 칭찬 중에 기억 남는 게 있어요?
일단 김혜수 선배님 말씀이요. 제가 현장에서 긴장하는 게 보였나 봐요. 그래서 “이미 촬영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든 어떻든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말고 현장에서 네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줘” “청하에 충실하게, 너 자신을 믿고 자신감 있게 하면 그걸로 된 거야” 하는 조언들을 해주셨죠. 그 덕분에 저도 좀 더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은 아무래도 감독님이 가장 많이 주셨고요. 제일 좋았던 칭찬도 감독님 말씀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기쁘고 행복한 말인데, 감독님께서 저더러 “배우로서의 영리함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그 말을 듣고는 그날 하루 종일 들떠 있었어요.
〈슈룹〉은 사극에다 규모도 크고,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작품이었죠. 거기다 청하라는 캐릭터도 쉽지 않아 보였어요. 자칫하면 혼자만 다른 시대 인물처럼 보일 정도로 사고방식이 다른 캐릭터니까요.
맞아요. 조선시대에 볼 수 없을 법한 신선한 캐릭터, 신여성이었죠. 저도 대본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특히 초반에는 진지한 장면 중간중간에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청하가 등장해 해맑음을 드러내거든요. 어떻게 하면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께 좀 더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청하를 마냥 발랄하고 맑은 인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 친구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많이 생각하려고 했어요. 어릴 때 많이 아팠고, 그래서 부모님도 ‘건강하게만 크는 게 소원이다’ 하고 양갓집 규수에게 요구되는 것들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태도를 갖게 된 친구잖아요. 대본을 많이 보면서 그런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청하를 화령(김혜수가 연기한 중전)의 어린 시절 같다고 느껴서 화령 파트의 대본을 많이 봤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화령이 길에서 우연히 곤경에 처한 여인을 구해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청하도 딱 그런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서서 여인을 구해주죠. 화령이 그 모습을 보게 되고요. 그래서 대본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게 화령의 옛 모습일 거라고 겹쳐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성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는데, 청하와 화령만은 그런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소신을 지키잖아요.
청하는 지식이 많지 않고 철도 없는 인물인데 또 한편 늘 현명한 구석이 있죠. 그 안에서 일관성과 설득력을 만드는 데에도 배우의 고민이 컸을 거라고 느꼈어요.
제가 생각한 건, 청하는 전형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더 열린 사고를 갖게 된 것 같다는 거였어요. 실제로 대본에서도 청하 대사에 물음표가 진짜 많았거든요. 무슨 물음표 살인마처럼.(웃음) 자기가 이해 안 되는 건 다 물어보는 거죠. 그렇게 해오면서 또래의 여인들과는 좀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됐을 거고요. 그런 면은 제 개인적으로도 큰 영감이 된 것 같아요. 청하가 그냥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흘러갈 수 있는 것도 생각을 전환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잖아요. 그런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고, 많이 배웠어요.
 
플라워 패턴 레더 재킷, 핑크 컬러 시스루 드레스, 로퍼, 삭스 모두 미우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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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하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어느새 이렇게 주먹까지 꼭 쥐고 열정적으로 칭찬을 하는 게.
(웃음) 사랑합니다.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영광이었어요.
작품이나 배역을 떠나보낸 후유증은 없어요?
후유증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전한 느낌이 있죠. 마지막 촬영이 끝난 지 이제 3주쯤 됐거든요. 그렇게 바빴는데 이제 아무 일이 없으니까 현장의 추억도 많이 회상하게 되고, 가끔은 뭔가 텅 빈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청하를 떠나보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2022년을 그냥 청하로 살아온 느낌이거든요. 1년 좀 안 되는 기간 동안 계속 그 친구를 공부하고, 알아가고, 대변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다시 청하 없이 오예주로 살아야 하니까,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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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최문혁
    STYLIST 윤지빈
    HAIR 이일중
    MAKEUP 이숙경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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