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당신이 잘 몰랐던 살아있는 사케 '나마자케'의 세계

이것들은 날것이다. 생효모의 바다를 품은 원주가 당신의 입안을 헤엄칠 것이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03.06
 
왼쪽부터 20도의 나마겐슈 비와코노쿠지라 7만원대, 청량미가 폭발적인 하네야 준마이긴조 키라비 나마겐슈 6만원대, 여러 단맛이 레이어를 이루는 카메이즈미 준마이긴죠 CEL-24 6만원대.

왼쪽부터 20도의 나마겐슈 비와코노쿠지라 7만원대, 청량미가 폭발적인 하네야 준마이긴조 키라비 나마겐슈 6만원대, 여러 단맛이 레이어를 이루는 카메이즈미 준마이긴죠 CEL-24 6만원대.

바다에서 이제 막 꺼낸 듯, 활력 넘치는 사케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도쿄에 가면 하네다 공항에서 가까운 고탄다역 인근에 묵을 때가 많았다. 그날은 호텔촌 근처를 거닐다 웬 상점에서 예쁘게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서류가방을 곱게 내려둔 채 서서 술 상자 위에 안주를 늘어놓고 술판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가쿠우치(주류 상점에서 산 술을 스탠딩으로 마시는 형태) 스타일의 이자카야’라는 설명을 들었다. 수직으로 선 거대한 쇼케이스 안에는 쉰 종이 넘는 사케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수평으로 누워 있는 아이스크림 쇼케이스 안엔 잔으로 마실 수 있는 10여 종의 오픈된 병들이 열을 지어 있었다. 60ml에 대략 3000~4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날 놀이동산에 온 어린아이처럼 그곳에서 테이스팅할 수 있는 모든 사케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사케를 집어 몇 개 얘기하자 상냥한 점원이 말했다. “나마자케를 좋아하시네요.” 그날 나마자케(生酒)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일반적인 니혼슈는 효모가 발효를 끝내고 원하는 맛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맛이 변하지 않도록 열처리를 한다. 나마자케란 열처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케를 말한다. 그런데 내가 고른 것들이 다 나마자케라고? 어? 뭐지? 나 나마자케 좋아하네? 거기엔 생주가 주는 어떤 공통적인 감동이 있었다. 리슬링처럼 혀끝을 간지럽히는 미네랄리티, 은은한 꽃향, 뒤에 톡하고 치고 올라오는 산미가 입안에서 섞여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수많은 이자카야를 떠돌며 나마자케를 찾았으나 허사였다. “찾기 힘들어요. 유통기한도 짧고 온도에 따라 쉽게 변질되기도 하거든요.” 한 셰프가 말했다. 그러나 이제 아예 없지는 않다. “요새는 그래도 나마자케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아직 업장에 레귤러로 놓이는 경우는 적지만요.” 이 술들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을 준 니혼슈 수입사 일로 김소리 슈퍼바이저의 말이다. 아! 다시 맛보는 생주의 맛이란. 하네야 준마이긴조 키라비 나마겐슈는 달콤함이 산미를 껴안고 입안에 뛰어들며 폭발적인 배꽃 향을 뿌린다. 카메이즈미 준마이긴죠 CEL-24는 ‘CEL-24’라는 특수한 효모로 빚었다. 혀 위에 술을 흘리며 입천장에 굴려보면 여러 레이어의 단맛이 골고루 흐르며 과실 향을 내뿜는다. 비와코노쿠지라는 ‘비와호의 고래’라는 의미다. 당연하지만 교토에 있는 비와 호수에는 고래가 없다. 이런 사케는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호기에 걸맞게 ‘이런 사케가 있단 말야’라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하늘하늘한 꽃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묵직한 단맛과 칼칼한 산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셋 모두 나마자케 중에서도 가수 조정마저 하지 않는 원주, 즉 나마겐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정우영
  • COOPERATION 시바타야코리아/씨알트레이딩/주식회사 일로
  • ART DESIGNER 김대섭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