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mm 스틸 케이스와 블랙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화이트 골드 스몰 러브 브레이슬릿,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모두 까르띠에. 재킷, 팬츠, 슈즈 모두 알렉산더 맥퀸.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진의 주특기는 춤이잖아요.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춤을 춰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유명해요.
제가 연습생 때부터 한 생각인데요. 그냥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 어떻게든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리듬감이나 그루브를 어떻게 타야 한다거나 그런 부분은 따로 노력해야겠지만요. 저도 그런 부분은 혼자 공부를 많이 했는데, 안무를 익히는 건 그냥 계속 반복하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무작정 연습을 많이 하기에는 춤이 ‘노력’과 ‘무리’의 구분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잖아요. 노력의 반대편에 부상 위험이라든가 컨디션 관리라는 부분이 또 있으니까.
저는 그게 다 변명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영상을 보면 스스로도 알잖아요. ‘너 정말 최선이라고 할 만큼 노력 안 했잖아’ 싶은 영상은 딱 그 정도의 티가 나요. 제가 생각해도 좀 무리하게 준비했다 싶은 영상은 제가 봐도 잘했다는 느낌이 들고요. 그걸 아니까 그 이후로는 몸이 좀 아프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반복했죠. ‘내가 이렇게 했으니까 알아줘’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으니까요. ‘힘들어서 더는 못 하겠어’ ‘내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생각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춤이라는 게 한 번도 춰본 적 없던 사람이 오직 노력만으로 수준급 댄서가 된다는 게 가능한 분야인가 싶기도 해요. 현진 씨는 유튜브 채널 ‘Studio Choom’의 ‘Artist of the Month’에서 솔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을 정도의 댄서가 됐으니까요.
(웃음) 결국 제가 궁금했던 건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의 현진은 자신의 춤이 오직 노력의 소산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어릴 때는 춤을 춰보지 않아서 몰랐을 뿐 그래도 타고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까?’
사실 저는 모르겠어요. 타고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걸 나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제 노력을 봐주길 바라던 때도 있었어요. 노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얼마나 노력했든, 누군가 저를 보고 ‘타고났다’고 한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정말 타고난 걸 수도 있겠다 싶고, 모든 피드백이 수용되는 상태가 된 것 같아요.
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 핑크 골드 에크루 드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화이트 골드 러브 링, 핑크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모두 까르띠에. 재킷, 팬츠 모두 네비이 by 비욘드클로젯. 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건 부차적인 부분이고, 뭘 보여줄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해진 거군요.
제가 ‘내 느낌’을 빨리 찾은 편인 것 같긴 해요. 제 색깔을 제가 기획하고, 제가 구성하는 노력을 많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어떻게 춤을 춰야 제가 빛날 수 있는지를 비교적 빨리 알게 됐다고 할까요. 제 춤에 대한 칭찬 내용을 봐도 저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난다는 류의 이야기가 많은 편이에요. 너무너무 감사한 말씀이죠.
작사, 작곡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된 걸까요, 아니면 ‘올 라운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노력에 가까울까요?
자연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작사·작곡을 시작하게 된 거니까요. 사실 제가 뭔가를 만들거나 표현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림을 그린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멜로디를 만든다거나 하는 부분이 저한테는 별달리 거창한 일이 아니라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곡 작업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지난 3, 4년 동안 만들어놓은 곡이 굉장히 많아서, 기회가 닿는 대로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게 일상에서 다양한 매체로 창작하는 게 개인의 삶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가 감명받았던 말 중에, 그레이엄 그린이라는 작가의 이런 표현이 있거든요. “이따금 나는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인간의 고유한 광기와 멜랑콜리, 돌연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죠. 사실 저도 글의 경우에는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고 혼자 쓰는 글은 분위기가 좀 달라요. 문득문득 찾아오는 갈망이라거나, 스스로에 대한 싫증이라거나, 제 안의 괴로움이나 불안을 풀어내는 거죠. 그런데 그런 것들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멋진 문장으로 만들고 나면 변화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줄기도 하고, 사람 자체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쓴 것들이 또 다른 작업에 영감이 되기도 하고요.
42mm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의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워치, 트리니티 네크리스, 트리니티 링 모두 까르띠에. 슬리브리스 톱 렉토. 팬츠 프롬아를.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특히 그림 분야에 영감이 많이 되겠네요. 자기 내면을 직시하는 게.
요즘 점점 추상화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요. 사실 추상적 표현을 딱히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냥 다 차치하고 나만의 색깔이 들어간 추상회화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거죠. 겁이 나기도 하고, 추상적인 작업을 잘하려면 구상 실력도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직도 구상 작업을 많이 하고 있긴 한데… 모르겠어요. 아직도 구상회화와 추상회화가 싸우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제 안에서.(웃음)
뭐든 스스럼 없이 내보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현진 씨도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주저하기도 하는군요.
그럼요. 어쨌든 제 직업이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는 일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뭔가를 내보인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브이로그에서 그냥 평소의 제 자신을 드러내는 건 쉽죠. 그런 영상에 안 좋은 반응이 돌아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제가 뭘 잘 못 해낸 것도 아니고, 그게 저인 거니까. 그런데 그림 분야는 그게 아니니까요. 기준이 분명하고, 평론가가 존재하는 분야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일단은 겁이 나요.
맞아요. 이제 저한테는 그림이 취미라기보다…. 제가 그림을 너무너무 사랑해요. 진지해지고 나니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 않은 게 맞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멈춘 건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그림 작업과 뮤지션 활동이 주고받는 영향도 있을까요?
일단은 완전히 구분되어 있는데요. 두 작업의 감흥이 완전히 다르니까. 그리고 제가 그림을 아무리 사랑해도 제 직업은 가수니까 그 일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거든요. 무조건 활동에 우선 집중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렇게 구분을 해도 그림을 그리면서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바쁜 현대인의 삶을 살다가 이렇게 차분하게, 천천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일단 재충전이 되니까요.
사실 오늘 인터뷰 오면서 현진 씨가 월드투어와 3집 공개 사이에서 지치거나 긴장해 있는 상태는 아닐까 좀 걱정했는데요. 얘기 나눌수록 든든한데요?
스테이(스트레이 키즈 팬덤명)의 서포트를 직접 느끼고 왔으니까요. 스트레이 키즈라는 팀과 스테이, 그 모든 게 제 안에서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들어요. 스테이가 저희를 많이 도와주고, 힘을 주고, 사랑을 주고 있다는 걸 갈수록 크게 느끼고, 그래서 팀에 대한 자부심도 점점 더 많이 생기는 거죠.
스트레이 키즈의 앞으로 행보에서 뭘 기대하면 좋을까요?
컴백할 때마다 드리는 말씀이긴 한데요. ‘얘네가 이번에는 뭘 갖고 나올까’ 하는 그런 기대감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대를 해주시니까 저희도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고, 또 남들이 안 하는 걸 자꾸 시도하다 보니까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거든요. 이번 신곡도 ‘와 이런 신기하고 새로운 음악을 가져왔어’ 하고 느끼실 수 있도록 준비했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저희를 바라봐주는 팬들을 위해, 또 저희의 성공을 위해, 누가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팀이 되겠습니다.
하하하. 마지막의 트위스트가 좋은데요.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
솔직히 아직은 저희가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만 좋다면 만족하는 팀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정도는 됐잖아요. 완벽한 착장을 입은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옷은 입게 된 거죠. 그래서 앞으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충실하게 다 해보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