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촬영을 제외하면 하루 일과는 거의 운동과 식멍인가요?
촬영할 땐 촬영에 집중하고, 촬영 안 할 때는 아침에 헬스를 가죠. 아침에는 무조건 같이 운동하기로 약속한 멤버들이 있어 촬영이 아닌 이상 빠질 수 없어요.(웃음)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는 밥 먹고, 낮잠 자고, 오후에 친구들과 골프 연습장에 가든지 하죠.
아침에 운동하고 오후에 골프를 친다니, 체력이 어마어마한데요.
그래서 낮잠을 꼭 자야 해요. 안 자면 못 버티죠. 어떤 연구 결과를 봤는데, 낮잠을 자는 게 건강에 좋다더라고요. 다들 낮잠을 많이 주무시면 좋겠어요.(웃음) 그런데 요즘은 촬영이나 홍보 등 스케줄이 있어서 하루 종일 운동하기는 힘드네요.
계절 덕분에 공중 습도가 높아져 애들이 잘 자라고 있어요. 〈사냥개들〉 홍보하던 당시에 넷플릭스 측에서 받은 서큘레이터가 있는데, 그 친구도 제 역할을 아주 잘 해주고 있는 덕분에 손 갈 일이 줄었고요. 타이머에 맞춰 알아서 환기와 통풍을 잘 해줘요. 식물들은 제가 없어도 잘 자라고 있긴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약간의 식멍 타임을 꼭 갖는 것뿐.(웃음)
바쁜 와중에 뿌듯한 소식이 있었어요. 〈사냥개들〉이 해외에서 반응이 상당히 좋았더라고요.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렇게 가깝게 느낀 경험이 많지 않았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사냥개들〉의 반응은 피부로 느껴져요. SNS 팔로워 숫자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마다 〈사냥개들〉 잘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1위 자리에 올라 있기도 했잖아요. 많이 뿌듯했죠. 액션 준비 기간부터 시작해서 촬영까지 하면 딱 1년이 걸린 작품이었어요.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고, 또 해외에 계신 분들이 제가 나오는 작품을 본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해요.
재킷, 팬츠, 톱 모두 발렌티노. 캡 이로.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냥개들〉은 CG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CG를 안 쓴다는 건, 리얼리티를 위해 배우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텐데요.
쉽지 않았죠.(웃음) 그런데 저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기왕 액션물을 찍는데, 좀 더 노력해서 이 작품의 액션은 내가 다 해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물론 정말 위험한 장면들, 전문성을 갖춘 대역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액션팀에서 잘 지도해준 덕분에 큰 부상이나 사고 없이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다수와의 격투 신 경우 똑같은 장면을 닷새씩 찍었다면서요. 너무 진 빠질 것 같아요. 액션 자체도 힘들지만, 똑같은 장면을 반복하다 보면 지치잖아요.
그래도… 해야죠.(웃음) 가짜로 때리는 게 티가 나는 앵글이 많기 때문에, 1~2초의 장면을 몇 시간씩 찍곤 했거든요. 그런데 그만큼 결과물이 좋았으니까, 며칠씩 고생해 찍었어도 성취감과 만족감이 컸죠. 그게 액션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하긴, 상이 씨나 우도환 씨의 몸은 CG로도 못 만들 테니까요.
맞아요. 정말 배우들이 진심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것을 시청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죠. 그런 마음들이 쌓여 있으니 당연히 몰입감이 커질 테고요. 또 하나, 〈사냥개들〉이 리얼리티를 완전히 살린 부분이 있어요. 팬데믹 상황이 배경인 건데요,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시기에도 많은 작품의 배경은 질병으로 인한 위기가 없는 한국이었잖아요. 전 세계에 코로나19를 안 겪은 나라는 없었으니, 그 부분이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팬들의 공감을 산 게 아닐까 싶어요.
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스포츠예요. 해보기 전에는 팔로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까 전신의 모든 신경을 활짝 열고 임해야 하더라고요. 스텝이나 유연성도 엄청 중요하고요. 지금은 그만뒀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배우고 싶어요. 다이어트에도 물론 너무 좋지만, 신체 밸런스나 멘털에도 아주 좋은 운동이라서요.
아웃복서라는 설정이었어요. 신체 조건은 아웃복서에 적합했는데, 실제 해보는 건 또 다르죠.
어려웠어요. 팔만 길어서 될 게 아니라 지구력과 민첩성이 좋아야 하니까요. 신체 조건은 감독님이 이미 고려하신 부분이었겠지만, 아웃복서 스타일의 근육이 또 따로 있더라고요. 가슴 근육은 펀치할 때 힘들어서 일부러 안 키운다든지 하는, 그런 부분들을 살려보려 했어요.
사실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기어를 쓰더라도 남에게 얻어맞을 일이 잘 없잖아요. 두드려 맞았을 때 현타가 좀 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아팠죠.(웃음) 아픈데 멘털 관리도 하고 매너도 지켜야 하니까, 복싱 정말 힘든 스포츠예요.
조금만 아파도 이렇게 멘털이 나가는 게 우리 인간인데, 상이 씨는 극 중에서 무려 현직 격투기 선수인 홍준영 씨로부터 구타를 당했죠.
정말, 정말 셌어요. 와, 하마터면 순간적으로 비속어를 쓸 만큼….(웃음) 저희가 작품 내내 거의 다 가짜로 때렸지만, 그래도 터치가 들어가긴 하니 최대한 조심했거든요. 그런데 형은 진짜로 때리라는 거예요. 애매하게 때려서 신 잘 안 나오고 상처나 생길 바에는 세게 때려서 한 방에 끝내는 게 낫다고요. 맞다가 기절도 많이 해봐서 아무렇지 않다고요. 진짜 ‘찐’이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때렸는데, 몸이 돌덩이인 거예요. 제 손만 아프더라고요.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초반에 얼굴을 알린 작품은 〈슬기로운 감방생활〉이었고, 여기에 이어 바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출연했어요. 공통점은 둘 다 악역으로 나왔다는 거죠. 그 직후 〈한 번 다녀왔습니다〉부터 능글맞으면서도 순수한, 어쩌면 〈사냥개들〉의 우진이와 결이 비슷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어요. 우진이가 실제 상이 씨와 많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나와 너무 다른 인물과 나와 닮은 인물 중 어떤 게 더 편한가요?
아무래도 반대되는 건 어렵죠. 드라마 속 악역들은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극적인 행위를 많이 하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라, 악역 행동의 당위성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행동을 저지르는 마음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으니, 상상이나 가정만으로는 어려워서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을 찾아보면서 레퍼런스를 쌓으려 하죠. 그런데 이건 악역을 맡았을 때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정말 나쁜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들 되게 좋아해요.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 저 완전 ‘그알이’예요.(웃음)
톱 골든구스.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슈즈 길프. 벨트 마틴 페이지.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 애칭이에요.
이번에 공개 예정인 〈한강〉이 아직 밝혀진 바가 많지는 않지만 경찰들의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연기하는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열심히 본 보람을 느꼈겠어요.
경찰 그리고 한강에서 벌어지는 일이 주제인 작품이에요. 수사물이라, 그알이로서 정말 재미있게 찍었어요. 저는 항상 재미가 가장 중요해서, 시청자들도 제가 느낀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는, 여기에도 액션이 꽤 있다는 거예요. 〈사냥개들〉 이후 두 번째 액션이라 수월하고 즐겁게 찍을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 아, 너무 급 홍보 모드였네요.(웃음)
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많지만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라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했어요. 그 시간을 버텨낸 동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마 〈동백꽃 필 무렵〉 즈음이었을 거예요. 아직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여전히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는 거예요.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삶을 단순하게 생각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해야지, 하면 뭐든 되겠지, 뭐 어쩌겠어, 그런 식으로. ‘나는 왜 안 되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오히려 끝이 안 나잖아요. 일부러 이런저런 취미에 도전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한 선배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배우는 기다림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거였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뭐 하나라도 공부를 하거나 경험하거나 하다못해 영화라도 보라는 거예요. 나중에 그 하나하나가 다 본인만의 특기와 무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그 시간, 열심히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단련하며 보냈어요. 그게 동력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행히 저는 이것저것 재미도 많이 느꼈고요.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낸 덕분에 올해 연말, 어쩌면 내년 초까지 계속 활동이 예정돼 있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나요?
이상이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도록 도전했고 또 그 도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냥개들〉만큼의 반향이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답니다.(웃음)
〈사냥개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것 같은데, 〈사냥개들〉 시즌2에 대한 입장을 간단히 전한다면?
위에서 정해지는 거니까 저는 진행이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진하고 더 화려한, 아주 멋들어진 액션과 한층 더 돈독해진 브로맨스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막연한 상상이지만,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시즌1만큼, 어쩌면 그 이상,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