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마이클 조던과 제임스 르브론 중 진정한 GOAT는 누구?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가치를 비교하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가십거리다. 상대를 모욕하기 위해 각종 통계 수치를 입맛대로 차용해 벌이는 이 전쟁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억만장자 선수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지 궁금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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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은 이제 신화가 됐기 때문에 그 누구도 조던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피닉스에 사는 브랜든 리의 말이다. 그는 아자니 바카리와 함께 팟캐스트와 페이스북 팬 페이지 ‘고트 제임스 킹덤’을 만들었다. “야구계의 베이브 루스처럼 팬들은 조던과 제임스를 언제나 농구계의 신적인 존재로 남겨둘 거예요.”
지난 4월, 리와 바카리는 르브론 제임스를 옹호하는 한 팬 페이지에 자주 드나들다가 고트 논쟁에 참가했다. 바카리는 그 팬 페이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고 “마이클 조던 팬들이 경찰질을 한다(Michael Jordan Police)”고 말한다. “르브론에 대해 뭔가 좋은 말을 하면 어느새 여럿이 몰려와 ‘너는 농구를 모른다’고 말하죠.” 바카리의 말이다. “그 사람들은 상대편을 괴롭혀 마이클 조던의 시대가 최고의 시대였으며 조던이 가장 훌륭한 선수였다고 믿게 만들려는 데에 미쳐 있는 사람들 같아요.” 바카리는 그들을 ‘조던 트롤(Jordan trolls)’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비교해, 바카리는 스스로를 ‘폭로자(The Exposer)’라고 생각한다.
반면 조던의 팬들은 리와 바카리를 ‘브론성애자(Bron-sexuals)’로 본다. 기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 르브론 제임스를 옹호하는 리와 바카리는 결국 조던 팬들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다. 리는 “ 사람들한테 험악한 메시지를 자주 받아요”라고 말하며 “그 사람들은 저를 데려다가 한판 붙겠다면서 협박해요. 살해 협박까지 하죠.” 참고로 그는 대학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했으며 키가 195cm나 된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스포츠 팬덤이다. 축구와 테니스에서도 비슷한 논쟁들이 만연하게 퍼져 있지만 NBA로 오면 ‘키보드 배틀’은 더욱 잔혹하다. 불명확한 의견과 공격적인 밈, 자기 선수에게 유리한 부분만 쏙 뽑아낸 통계들에 기반해 끝없이 이어지는 댓글을 보면 전쟁터가 따로 없다. 사소하고, 무의미하고, 쓸데없고, 종종 어리석으며, 자주 해로운 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들은 세대분열적이고 이분법적인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밝혀두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이분법 논쟁에서 ‘충성도’는 꽤나 중요한 요소다. 일단 나는 조던 팬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조던의 업적, 그중에서도 특히 시카고에서의 첫 경기는 나의 유년기를 그립게 하는 주요한 순간들 중 하나다. 고트라는 말에 어떤 문화적인 의미가 생기기 전부터 조던은 이미 고트가 되기 충분한 자질을 지닌 인물이었다. 1998년, 브라이언 러셀을 상대로 두 번째로 ‘스리 피트(3연속 우승)’를 달성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 그가 넣은 슛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짜릿하고 황홀한 장면이었다. 적어도 나와 같은 시대의 농구팬 수백만 명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땐 애크런에서 온 한 어린 선수가 조던의 경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음 세대 농구 팬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조던을 동경하며 자랐고, 선수가 된 후에는 ‘선택받은 자’ ‘더 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바로 그 선수 말이다. “고트가 누구인지 따지는 논쟁은 여러 세대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분열이 심한 문제입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디지털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스포츠 긱(Sportsgeekhq.com)’의 설립자 션 캘러넌도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열렬하게 지지하는 게 사실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때가 더 좋았다’는 일종의 향수 때문에 열성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이 뜨거운 논쟁의 배경에는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충성하는 팬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는 팬들이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뉴욕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전공 제이 밴 바벨 교수는 “사람들이 고트 논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그게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조던이 세상을 휩쓸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조던이 부정당하면 자신의 인생도 함께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는 셈이죠.”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답을 얻고 싶어 하는 보편적인 욕구에, 개인의 이해관계까지 결합되면 지치지 않는 논쟁이 시작된다. “누가 가장 위대한지에 대한 논쟁은 정치나 육아와 관련된 논쟁들과 마찬가지로 의견이 극렬하게 갈립니다.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그저 계속해서 자기주장만 하기가 쉽죠.” <스포츠 팬들의 숨겨진 삶(The Secret Lives of Sports Fans)>의 저자이기도 한 저널리스트 에린 사이먼스의 말이다.
“그 사람들은 저를 데려다가 한판 붙겠다면서 협박해요. 살해 협박까지 하죠.”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의 최신작 영화 <에어(Air)>는 노골적으로 어린 시절 마이클 조던 포스터를 방에 덕지덕지 붙여뒀던 X세대의 향수를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사람은 현직 선수 르브론 제임스다. 코트 위에서 그가 보여주는 자잘한 실수 하나하나가 거의 실시간으로 밈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을 점령한다.
사실 조던이 활약하던 시기는 지금처럼 디지털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던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이토록 정밀한 분석 혹은 비판을 들을 일이 없었다. 아주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곧바로 밈으로 만들어지는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뜻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스포츠 미디어들도 ‘누가 고트인가?’라는 논쟁을 부추긴다. 그중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이 진행한 설문조사는 조던 팬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생성했다. 설문 응답자의 58%가 조던을 고트로 꼽은 것이다. 2위인 르브론 제임스는 응답자의 33%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조던 팬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소셜미디어에 퍼 나르며 “거봐, 조던이 최고야” 같은 수준의 말을 반복했다.
아이다호주에 사는 로버트 파이퍼가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마이클 조던이 고트다(Michael Jordan is the GOAT)’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만든 사람이다. 이 팬 페이지의 팔로워 수는 3만2000여 명이다. 그가 만든 밈과 짧은 영상의 조회수는 수백만이 넘는다. 전직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파이퍼는 지난 2020년 4월에 페이지를 개설했다. 흔히 전문가라고 불리는 다른 기자들이 르브론 제임스를 호의적으로 봐주는 것을 비꼬기 위한 페이지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르브론 제임스와 마이클 조던에 대해 근거 없는 옹호를 일삼으며 돈을 받는 기성 언론에 진절머리가 났어요. 그래서 그런 논쟁을 풍자하면서 놀림감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갈등은 축구, 테니스, F1, 복싱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스포츠의 열성팬들은 NBA 팬들 못지않게 그와 같은 논쟁에 열정적으로 참전한다. 스포츠 긱의 대표 캘러넌은 “테니스 계정들을 잔뜩 팔로우해보면 세 선수를 가지고 늘 논쟁이 벌어져요. 페더러, 조코비치 아니면 나달이죠. 그 선수들의 팬들도 그만큼 엄청나게 싸울 거예요.” 그는 또 이어 말한다. “축구 쪽에서는 메시와 호나우두를 두고 같은 일이 벌어지죠.”
축구와 테니스, 그리고 NBA 사이의 차이점은 어쩌면 세대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 동시대 인물인 패더러와 나달, 메시와 호나우두와 달리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는 서로 다른 시대에 활동했기 때문에 고트 논쟁이 더욱 뜨겁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마이클 조던의 팬들은 우승 반지가 몇 개인지를 따지고, 르브론 제임스의 팬들은 기록지 위 숫자들의 총합을 따진다. 수많은 팩트 사이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고트 논쟁의 근본은 ‘고트의 기준은 무엇인가’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어두컴컴한 귀신의 집에 들어가본 적 있는가? 온라인상의 스포츠 팬 계정을 클릭했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 바로 그렇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 사진으로 만든 ‘크라잉 조던(Crying Jordan)’ 밈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르브론 제임스를 깎아내리는 사진도 수없이 많다. 말로 주고받는 공격이 지지부진할 땐 이러한 이미지를 이용한 공격으로 어퍼컷을 날리는 것이다.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열렬하게 지지하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 때가 더 좋았다’는 일종의 향수 때문에 그렇게 열성적이기도 합니다.”
“간편하게,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있으면 글만 쓰는 것보다 사람들을 더 화나게 할 수 있죠.”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전공 선임 강사 티모시 그레이엄 박사의 설명이다. “우리는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들이에요. 서로 그렇게 연결되어 있죠.” 그레이엄은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팬들과, 정치적 당파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룹 안과 그룹 밖의 영역을 구분하는 원초적인 사고를 활성화해 논란거리를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닮았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런 논쟁들의 적대적이고 신경질적인 의도를 채워주고 부추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선동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야만 많은 노출과 관심을 받는 지금의 온라인 구조가 불필요한 논쟁을 가중시킨다. “사람들이 조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고트 논쟁 뒤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개인사와 관련된 감정적인 측면 외에도 돈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퍼는 르브론 제임스의 팬들을 놀리고 싶은 욕구 때문에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었지만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로 금전적 수익을 꼽았다. “이런 활동을 몇 년 하다가 이 논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페이스북이 저에게 돈을 주거든요. 저로선 일석이조인 셈이죠.”
게시물을 쓰는 팬들과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팬들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즉 바카리와 리 그리고 파이퍼의 공통점은 댓글로 싸우던 시절 고트 논쟁에 상당히 지쳐 있었지만 수익을 내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농구 관련 커뮤니티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차단한 적도 있어요.” 바카리는 말한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우리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활로가 열렸죠. 그렇지 못했다면 상처만 남는 논쟁이었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결론이 없는 싸움을 반박하고 또 반박하기 위해 몇 시간씩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카리는 “조던과 르브론 둘 다 언제나 좋은 선수죠. 문제는 댓글을 달며 치열하게 싸우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의 이 아저씨들은 하루에 16시간씩 키보드 배틀을 하느라 진짜 삶을 즐기지 못한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게 고트 논쟁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팀 동료들은 그가 라커룸에 들어올 때마다 염소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에서 르브론을 고트로 옹호하는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염소 소리를 내며 그를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그가 고트가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

Credit
- WRITER BEN JHOTY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TRANSLATOR 박수진
- ART DESIGNER 최지훈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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