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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땅부르가 다시 태어났다

대담할 정도로 미니멀한 외관에 깃든 21년의 노하우, 바야흐로 뉴 땅부르의 시대다.

프로필 by ESQUIRE 2023.09.28
 
직경 40mm, 두께 8.3mm의 스틸 케이스와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빈틈없이 감싼다. 그레이 & 실버 다이얼의 땅부르 2790만원 루이 비통.

직경 40mm, 두께 8.3mm의 스틸 케이스와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빈틈없이 감싼다. 그레이 & 실버 다이얼의 땅부르 2790만원 루이 비통.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으로 22K 골드 마이크로 로터를 장식했다.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으로 22K 골드 마이크로 로터를 장식했다.

 
 
LOUIS VUITTON & TAMBOUR
 
루이 비통이 땅부르를 처음 공개한 것은 2002년.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드럼 형태의 케이스와 대범한 디자인은 단숨에 시계 애호가들을 사로잡았고, 땅부르는 빠르게 루이 비통의 시그너처 워치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로 20년이 흘렀다. 수백 년 역사의 브랜드가 수두룩한 워치 신에서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보수적인 시계업계에서 루이 비통이라는 이름은 이미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제 더 이상 워치메이킹에 대한 이들의 열정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까지. 다양한 땅부르를 통해 워치메이커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나은 비전을 향한 루이 비통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현대적이고 우아하며,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시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뉴 땅부르에는 20년의 워치메이킹 기술력과 메종이 쌓아온 160년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정교함으로 탄생한 시계. 단언컨대 뉴 땅부르는 루이 비통 워치의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될 것입니다.” 루이 비통의 워치 디렉터 장 아르노(Jean Arnault)는 새로운 땅부르 워치를 이렇게 소개한다. 이 시계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 포부가 느껴진다. 루이 비통은 뉴 땅부르를 공개하면서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 워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계를 정리했다. 새로운 땅부르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명처럼 읽힌다. 이는 루이 비통 워치메이킹의 2막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뉴 땅부르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선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La Fabrique du Temps Louis Vuitton)부터 알아야 한다. 2011년 루이 비통은 제네바의 시계 공방 라 파브리끄 뒤 떵을 인수하면서 워치 신의 거장 미셸 나바스(Michel Navas)를 영입했다. 또 실력 있는 워치메이커를 적극 영입하고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했으며, 적극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메종의 데이터와 최신 기술을 가장 빠르게 적용하는 첨단 환경, 여기에 전통을 이어온 장인들의 노하우가 더해지며 비로소 루이 비통은 워치 매뉴팩처로서 전문성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뉴 땅부르를 들여다보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이런 역작은 한순간에 탄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창조적 에너지를 나누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라 파브리끄 뒤 떵, 이곳의 수많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손끝에선 매일 작은 혁신이 만들어진다. 완벽을 향한 고집과 집요함,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 그 매일의 혁신이 현재의 루이 비통 워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시간 파워 리저브를 지원하는 메종 최초의 스리 핸드 오토매틱 무브먼트 LFT023 칼리버를 탑재했다.

50시간 파워 리저브를 지원하는 메종 최초의 스리 핸드 오토매틱 무브먼트 LFT023 칼리버를 탑재했다.

 
 
THE AESTHETICS
 
뉴 땅부르는 땅부르의 정체성인 견고한 드럼형 케이스를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무려 5mm나 얇아진 케이스는 분명 특기할 만한 변화다. 워치메이킹에서 5mm는 가볍게 넘길 만한 수치가 아니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에서 직접 제작한 메종 최초의 스리 핸드 오토매틱 무브먼트 LFT023 칼리버다. 하이엔드 워치 전문 무브먼트 공방 르 세르클 데 오를로제(Le Cercle des Horlogers)와 협업해 만든 이 무브먼트는 메종을 상징하는 시각적 코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모노그램 플라워를 연상케 하는 오픈 워크 배럴 커버와 LV 모티브로 장식한 마이크로 로터만 봐도 그렇다. 메인 플레이트는 페를라주, 각 브리지 모서리는 폴리싱 마감해 고급스러운 질감을 구현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세상에 나온 만큼 정확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네바 크로노 메트릭 천문대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하며 ISO 3159 기준과 시각 측정 정확도 표준을 달성했고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다. 루이 비통 워치메이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다.
그레이와 블루 컬러로 선보인 다이얼은 덜어냄의 미학을 실천이라도 하듯 단순해 보이지만 필요한 정보는 물론 디자인 요소까지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매일 차고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고 아주 정갈하다. 1mm가 조금 넘는 얇은 다이얼에 공간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3개의 플레이트가 포개진 멀티-레벨 구조에 있다. 아플리케 인덱스와 샌드 블라스팅 된 뉴머럴 플레이트, 스몰 세컨드 트랙을 차곡차곡 쌓은 모습이 고대 극장을 연상케 한다. 소재와 질감, 단차만으로 원하는 바를 완벽히 구현한 디자인. 루이 비통의 디자인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방식. 손목 위에 착 감기는 착용감 또한 뉴 땅부르에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곡선형 케이스백과 얇고 가벼우며 유연한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손목을 빈틈없이 감싸 시계가 편안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케이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이어지는 날렵한 라인은 정갈한 케이스 디자인을 완성시킨다. 거기에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수퍼-루미노바 다이얼과 핸즈까지 땅부르가 스포츠 워치의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바 인덱스는 다이아몬드 폴리싱 처리해 빛 반응도를 끌어올렸고, 숫자 인덱스와 핸즈에는 슈퍼 루미노바를 코팅해 가독성을 높였다. 블루 다이얼의 땅부르 2790만원 루이 비통.

화이트 골드 소재의 바 인덱스는 다이아몬드 폴리싱 처리해 빛 반응도를 끌어올렸고, 숫자 인덱스와 핸즈에는 슈퍼 루미노바를 코팅해 가독성을 높였다. 블루 다이얼의 땅부르 2790만원 루이 비통.

Credit

  • EDITOR 성하영
  • PHOTOGRAPHER 정우영
  • PHOTO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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