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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쥬와 조니뎁의 랑데부

소바쥬 아이콘 조니 뎁과의 특별한 대담.

프로필 by ESQUIRE 2023.10.13
 
ⓒ COURTESY OF PARFUMS CHRISTIAN DIOR

ⓒ COURTESY OF PARFUMS CHRISTIAN DIOR

 
처음 소바쥬 향을 맡았을 때가 기억나나?
물론이다. 작은 보틀에 담긴 첫 번째 샘플을 받았는데 잘 숙성된 와인처럼 다양한 향기가 느껴졌다. 특히 우디한 톱 노트가 인상적이었다. 직접 뿌려보니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향이 강렬했다. 시간이 지나니 다양한 향이 존재감을 드러냈고 소바쥬의 개성이 드러났다. 상쾌하면서도 신비로웠다.
매일 향수를 뿌리나?
매일 뿌린다. 한 겹의 옷을 입는 것처럼. 이젠 소바쥬가 나의 시그너처 향이다.
언제 어떻게 사용하나?
그때그때 다르지만 샤워 후엔 꼭 쓴다. 애프터셰이브도 잊지 않는다. 예전엔 아쿠아 벨바나 브뤼, 올드 스파이스 등을 썼는데 지금은 소바쥬만 사용한다.
소바쥬의 인기 비결은 뭘까?
이름과 보틀 디자인, 향의 밸런스가 무척 좋다. 무엇보다 소바쥬라는 이름이 향과 정말 잘 어울린다. ‘야생의’ ‘황량한’이라는 뜻처럼 향수를 공중에 뿌렸을 때 그 풍경이 펼쳐지는 듯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적인 반응을 느끼게 된다.
이 향수엔 어떤 가치가 표현되어 있나?
대지의 신비로움, 동물적이고 자연적인 단순함,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미완성의 뭔가가 있다.
소바쥬 영상엔 그런 감성이 잘 담겨 있다.
장-바티스트 몬디노(Jean-Baptiste Mondino)와의 영상 작업에서도 그걸 느꼈다. 하나의 정신이나 존재 방식을 나타내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또 이와 어우러지는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리듬도 있다. 촬영 때도 짜인 공식보단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따라갔는데, 다소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지만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든 요소에 깊이가 있었고 함께 신중히 고민해 결정했다. 이런 방식 덕분에 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영상에는 미묘한 무언가가 담겨 있으며 그 자체로 소바쥬와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향기가 특정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 적도 있나?
물론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위해 향수를 만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10~12년 전부터 그와 함께 작업했으니 우리 관계도 꽤 오래됐다. 그가 캐릭터를 위해 만든 향을 뿌리면 그 인물이 된 것처럼 배역에 더 몰입하게 된다. 꼭 캐릭터가 아니라도 향기는 특정한 순간이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가끔 향수에서 어머니의 코롱이나 향수 냄새를 맡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와 보낸 추억들이 떠오른다. 또 여행지에서 사용했던 향수를 맡으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든다. 여행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순수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칼라브리아산 베르가모트와 바닐라 앱솔루트가 어우러져 강렬한 잔향을 남기는 소바쥬 오 드 퍼퓸 100mL/19만4000원대 디올 뷰티.

칼라브리아산 베르가모트와 바닐라 앱솔루트가 어우러져 강렬한 잔향을 남기는 소바쥬 오 드 퍼퓸 100mL/19만4000원대 디올 뷰티.

 
음악도 마찬가지인가?
내게 음악은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 상황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부분을 작업에 적용하면 30년 전에 경험한 순간 속으로 빠져들 수 있고 다양한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음악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음악은 블루 기타 사운드와 늘 연관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외로운 느낌이 함께했다.(웃음)
당신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로큰롤이지만 동시에 바흐이자 모차르트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의 매력이다.
향수와 음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예전에 소바쥬 조향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소바쥬가 정말 작은 원자 단위까지 쪼개어 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작은 음표들이 모여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소바쥬는 광활한 대지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나다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꼽아본다면?
흥미로운 질문이다. 분명 내 삶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편하게 밖으로 나가서 많은 것을 즐기고 경험하긴 어려우니까. 내가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은 바하마에 있는 별장이다. 그 섬에선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평온하고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다. 해변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소. 바하마 제도는 내가 유일하게 진정한 자유를 느끼는 곳이다.
바다를 좋아하나?
불어오는 바람, 내리쬐는 태양, 물결이 반짝이는 파도, 사방에 펼쳐진 반짝임…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정화한다. 기본적인 것을 지키며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내 삶은 퇴폐적임과는 거리가 멀다.
소바쥬는 세월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대를 초월한 남성성을 묘사한다. 당신은 남성성을 어떻게 정의하나?
외면보다 내면에서 남성성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는 꽤나 경쟁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와도 경쟁할 필요를 느껴본 적이 없다. 배우로서도 비생산적이고, 남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느낀다. 남에 대한 평가나 선입견이 적을 수록 좋다. 그런 부분에선 차라리 무지한 것이 낫다. 어쩌면 이건 시대를 초월한 남성상이라기보다 바람직한 인간상에 가깝겠지만.
뷰티 루틴이 있나?
딱히 ‘뷰티 루틴’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자동차를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몸도 최소한의 관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나의 도피처는 종이와 연필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크레용을 사용했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학교에서도 계속 그림만 그린다고 혼났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림을 그렸다. 이상하게 내가 그린 것들은 괴물 같은 어두운 존재들이었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미라, 늑대인간처럼 말이다. 그저 좋아해서 그렸을 뿐인데 얼마 전엔 이것들을 모아 전시도 했다. 잘 그리진 못하지만 여전히 그림은 내 인생의 좋은 탈출구다.

Credit

  • EDITOR 이다은
  • PHOTO COURTESY OF CHRISTIAN DIOR PARFUMS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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