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미식 '인앤아웃' 지형도 업데이트 가로수길 편

강남에서도 남쪽은 비즈니스 타운이다. 강남역을 향해 달리다보면, 강에서 멀어질수록 건물들이 높아진다. 밤 늦은 시간이면 한 손에 슈트 재킷을 든 사람들이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곳이 바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하는 ‘강남역 강남’이다. 소위 ‘영동’이라 말하는 신사, 압구정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영동도 대중 미식으로 따지자면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성수대교 남단에서 이어지는 언주로가 영동의 두 지역을 관통하며 그 양쪽 거리의 분위기를 확연하게 가른다. 편의상 도산대로를 낀 압구정 로데오 권역과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하는 가로수길 권역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대체 뭐가 어떻게 다른지 좀 더 확연하게 느껴보려면 사장님의 입장이 되어보면 쉽다. 만약 우리가 객단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재료는 완전 파인하지만 분위기는 파인다이닝은 아닌 ‘비스트로 와인바’를 꿈꾸고 있는 다이닝 스타트업이라면 어디가 정답일까? 도산공원을 품고 있는 로데오 권역이 정답에 더 근접하지 않을까? 어쩐지 인근에 잔뜩 있는 하이엔드 스시집이나, 프리미엄 한우 코스를 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2차로 찾아와 잔뜩 돈을 쓸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한편 요새 부쩍 늘고 있는 아메리칸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머리가 깨질 듯 시원한 맥주를 팔고 싶다면? 가로수길이 제격일 것이다. 또 만약 한우 등심 하나만 오랫동안 파고든 제대로 된 고기박사라면, 혹은 을지로 노포의 2대째인데 분점 낼 곳을 찾고 있다면 선릉역 근처가 정답일 것이다. 3개의 권역으로 나뉜 이 지도에는 최근 다른 지역에 본점을 두고 강남으로 진출했거나, 이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장한 식당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들을 선별해 담았다.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당신의 미식 탐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남영동에 엄청 유명한 바비큐집이 있다던대’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건 아마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를 말하는 것일 테고, 예약을 시도해봤다면 필시 몇 번은 미끄러져봤을 것이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파인 바비큐 붐을 일으킨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의 인기는 지난 몇 년간 식을 줄을 몰랐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던 업장에서 바비큐 퍼포머 혹은 바비큐 아티스트로 불리던 그가 유용욱 바비큐 연구소의 모태가 된 아버지의 텃밭이 있는 수원 이목동의 이름을 가져와 낸, 좀 더 파인다이닝에 가까운 레스토랑이 ‘이목 스모크 다이닝’이다. 목욕탕이 있던 자리를 모던하게 새 단장한 곳에서 유 소장의 시그너처 비프립을 맞이할 준비가 시급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길 6 지하 1층
 
가로수길 인근의 가장 특징적인 분위기는 무엇일까? 바로 다양성이다. 당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음식점이 다 있다. 숯불 닭구이 신드롬의 본산이자 가성비의 상징인 온달집부터 프리미엄 코스 한우구이집, 하이엔드 스시집, 럭셔리 와인바까지 거의 모든 형태의 마실 곳이 한두 블럭 안에 존재한다. 그런데 ‘다 있다’고 생각했던 이 지역에도 빠진 블럭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넛츠 비어’였다. 1시간에 1인당 9900원을 내면 테이블마다 달린 생맥주 디스펜서에서 마음껏 맥주를 뽑아 마실 수 있는 일본식 ‘노미호다이 시스템’은 물론 ‘일본식 중화요리’를 표방하는 메뉴까지 마치 마쓰다 부장님과 함께 오사카의 맥줏집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성수 본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로수길에 직영점을 비롯해 다산역점, 발산점 등을 냈다.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26 1층 102호
 
샤토 오브리옹, 오퍼스원 등의 유명 와인을 ‘탭’에서 따라 마실 수 있고, 클라우디 베이의 트래디셔널 방식 스파클링 와인 펠로루스를 ‘샵’과 같은 가격인 3만원대에 마실 수 있는 와인‘바’가 있다고 하면 믿지 못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탭에선 잔술을, 샵에선 저렴한 보틀 와인을, 바에선 3배체 그릴드 오이스터와 생굴을 안주로 겯들여 마실 수 있는 복합 와인공간이 동대문과 청계천 와인 러버들의 사랑방인 ‘탭샵바’의 근본이다. 탭샵바가 청계천에서 종로 직장인 상권의 성공을 경험한 이후 신사역 인근 가로수길 건너에 직영점을 냈다. 이번 호 <에스콰이어>와 인터뷰한 나기정 대표는 영국에서 와인 전문석사를 취득하고 아영 FBC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와인 마케터 출신으로, 그가 선별한 수백 종의 와인들을 보자면 마치 와인들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정돈해둔 와인 도서관 같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150 3층
 
‘동굴 와인바’로 유명한 사브 서울은 정통 와인을 사랑하는 ‘와잘알’들의 또 다른 성지다. 업장 전체가 와이너리의 지하 저장고인 ‘캬브’를 연상케 꾸며진 150평 규모의 업장에는 1000여 종의 보틀 와인이 구비되어 있으며,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잔으로 시음해볼 수도 있다. 요리는 와인 천국답게 프렌치를 전공한 장한이 셰프가 맡는다. 거의 모든 메뉴가 와인과의 페어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극상의 마리아주를 자랑한다는 평이다. 대체 주인이 누구길래 이렇게 진심인지 궁금해지는 공간. 정답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와인 수입 업체 아영 FBC다. 사브 서울을 론칭한 아영 FBC는 사브 서울의 성공을 바탕으로 반포의 무드서울과 명동의 모와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175길 6 지하 1층
 
압구정과 신사 일대는 의외로 가담, 일일향, 송셰프 등등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우며 선전 중인 중식의 격전지다. 다들 터를 잡은 해에 ‘신흥 강자’ 타이틀을 달고 입성했는데, 최근의 신인왕 중식당을 꼽으라면 주저할 것 없이 무탄이다. 정통을 따지는 사람이라면 ‘마카롱 멘보샤’나 ‘스테이크 트러플 짜장면’이라는 무탄의 대표 메뉴 이름만 듣고 ‘기획 메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맛을 보면 무탄이 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압구정 본점에서 시작해 코엑스 광화문에 지점을 낸 확장세가 그 맛을 증명한다. 참고로 잘나가는 중식당은 압구정에 본점을 두고 광화문에 지점을 내는 경우가 꽤 있다. 일일향, 송셰프, 무탄이 그 케이스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76길 2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