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싱가포르에서 만난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의 비밀
매번 남들과는 다른 꿈을 꾸는 포르쉐가 싱가포르에서 마칸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자사 두 번째 EV이자 첫 전기 SUV인 마칸은 이번에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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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가 선보이는 최초의 전기 SUV다. 전기차 중에선 2019년 공개한 타이칸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EV이기도 하다. 포르쉐는 ‘엔트리 모델’이나 ‘볼륨 모델(많이 팔리는 모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마칸은 카이맨, 박스터와 더불어 포르쉐로 향하는 문턱을 낮춘 모델임에 틀림없다. 2014년 처음 등장했을 땐 전 세계에서 4만4636대가 팔렸으나 점점 인기가 늘어 2023년에는 누적 판매량 84만4236대를 기록했다. 형님인 카이엔만큼은 아니지만 마칸도 지난해 1000대에 육박하는 국내 판매량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를 뜻하는 마칸은 콤팩트한 차체 크기에 비해 매콤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2022년 출시됐던 마칸 GTS의 경우 V6 바이터보 엔진을 품어 최고 449마력을 뿜어내는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탑재 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3초 만에 도달한다. 가속 성능만 따지면 911 카레라 쿠페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짧은 휠베이스를 무기로 SUV보단 해치백에 가까운 코너링 실력을 보여준다. 얕잡아보다가 큰코다친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모델이었다.
“근데 왜 싱가포르일까요?” 엄습하는 끈적한 열기에 출장길에 함께한 동료 에디터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1월 말의 싱가포르는 해가 진 후에도 30℃를 웃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칸 일렉트릭은 포르쉐 최초의 전기 SUV로 그 의미와 중요성이 크다. 과거 타이칸 월드 프리미어 행사는 독일, 캐나다, 중국에 각각 베뉴를 만들고 삼원 생중계 방식을 통해 진행할 정도였다. “글쎄요. 내일 미디어 워크숍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포르쉐 홍보 담당자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월 25일 저녁으로 예정된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앞서 포르쉐는 한국 기자들에게 신형 마칸 일렉트릭을 미리 공개하는 ‘스닉 프리뷰’를 제공했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차량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디자이너, 임원들과 함께 차를 살펴보며 질의를 주고받는 자리였다. 프리뷰에 앞서 요르크 케르너 마칸 제품 담당 부사장은 마칸에 숨은 기능 한 가지를 선보였는데, 키를 쥐고 보닛 앞에 서서 엠블럼 부근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쓰다듬자 ‘프렁크(프런트 트렁크)’가 스르륵 하고 저절로 열렸다. 기술적 난도만 놓고 보면 범퍼 부근의 센서를 활용한 소소한 기술이지만, 어느 전기차보다 포르쉐가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적용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한국 기자들을 향해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건 마칸 일렉트릭이 지닌 수많은 마법 중 하나일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마칸 일렉트릭 트림은 두 가지다. 마칸 4와 마칸 터보다. 둘을 나란히 비교했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건 엠블럼이다. 포르쉐는 지난해 11월부터 터보 모델에만 적용하는 새로운 엠블럼 ‘터보나이트’를 발표했다. 기존 엠블럼이 익숙한 사람의 입장에선 ‘흑백 버전’처럼 느껴질 법한 터보나이트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터보 트림 모델에만 들어간다. 모양과 디테일은 그대로 가져가되 컬러를 메탈릭한 그레이와 블랙으로 처리한 것이 특징으로, 마이클 마우어 스타일 포르쉐 총괄은 “이제 터보 모델 고유의 디자인을 통해 GTS와 같은 다른 파생 모델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마칸 4와 마칸 터보는 익스테리어 디자인도 조금 다르다. 터보는 헤드램프와 그 아래 에어 벤트를 앞 범퍼와 같은 소재와 컬러로 2등분하는 형태지만 4는 뚜렷한 구분 없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인다. 1열과 2열의 창문을 감싸고 있는 윈도 프레임도 터보는 검은색, 4는 은색으로 마감했다. 그 밖에도 앞 범퍼 하단, 휠 하우스, 사이드 블레이드 등 차체 곳곳의 소재와 컬러를 다르게 구성한 덕에 전반적으로 터보는 인상이 강렬하고 4는 차분한 모양새다.


“카이엔이나 파나메라가 아니라 마칸을 먼저 전동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로버트 마이어 마칸 프로덕트 디렉터에게 던진 질문이다. 타이칸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마칸은 이미 존재하는 모델을 전기차로 바꿨기에 그 이유가 더욱 궁금했다. 참고로 로버트 마이어는 마칸 일렉트릭에 앞서 타이칸 프로덕트 디렉터를 맡았던 인물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여러 이유를 들어 대답했다. “마칸이 등장한 지 10년이 됐어요. 중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여러 파생 모델이 등장했지만 이젠 ‘리프레시’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마칸 일렉트릭의 등장은 포르쉐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열쇠이기도 합니다. 타이칸을 출시한 뒤로도 우린 꾸준히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결과 마칸이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마지막 이유로는 ‘공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후 길게 이어진 공간의 한계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더 강한 성능을 위해선 더 큰 엔진과 서스펜션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마칸 차체 크기는 정해져 있으므로 무작정 V8 엔진을 욱여넣을 수 없다. 즉 성능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모터를 이식하면 더 적은 공간을 쓰고도 더 큰 출력을 낼 수 있으며 남는 공간을 활용해 더 많은 편의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마칸이라는 호랑이가 전동화라는 날개를 단 셈이다.
날개를 단 호랑이의 실력은 무시무시하다. 마칸 4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2초, 터보는 3.3초면 충분하다. 최고 출력도 늘었다. 마칸 4는 408마력, 터보는 639마력이다. 만약 포르쉐가 내연기관 엔진을 고집했다면 마칸의 최고 출력이 639마력을 달성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마칸 일렉트릭을 동급에서 가장 스포티한 모델로 선보이는 일입니다.” 요르크 케르너 마칸 제품 담당 부사장의 말이다.
전기모터가 날개라면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술은 기능성 운동화쯤 된다. 주행 중 뒷바퀴 각도를 최대 5도까지 조향하는 이 기술 덕에 마칸은 유턴 시 회전반경이 11.1m로 줄었다.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에서 전보다 운전대를 덜 돌리고도 수월하게 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뒷바퀴를 움직이면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앞바퀴 단독 조향보다 민첩한 핸들링을 구현한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마칸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쉐를 소개하며 효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마칸 일렉트릭은 SUV로선 놀라운 공기저항계수인 0.25Cd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판매 중인 모든 SUV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낮은 Cd값을 달성하기 위해 포르쉐가 새롭게 다듬은 파츠는 몇십 가지지만, 비결은 차체 하부에 있다. 앞 범퍼 하단의 액티브 쿨링 플랩은 작은 날개를 열고 닫으며 최적의 공기흐름을 유도한다. 그다음은 빈틈없이 평평한 차체 하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배터리 때문에 차체 하부가 대체로 평평한 편이지만, 마칸은 한발 더 나아가 배터리가 아닌 부분까지 패널을 덧대어 평평하게 만들었다. 차체 하부로 들어온 공기가 저항을 발생시키지 않고 매끄럽게 빠져나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부는 아니지만,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도 주목할 만하다. 리어램프 상단에 위치한 리어 스포일러가 속도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펼쳐져 고속으로 달릴 땐 다운포스를, 저속으로 달릴 땐 효율을 도모한다. 공기저항계수와 별개로, 주행거리 향상과 승차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포르쉐는 미쉐린, 굿이어, 컨티넨탈과 같은 메이저 타이어 매뉴팩처와 협업해 마칸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여담이지만 어쩌면 싱가포르가 아니라 서울에서 마칸 일렉트릭이 공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엔 이미 4만여 기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누적 전기차 판매량이 2023년 기준 10만 대를 넘어서면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전기차 판매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포르쉐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효자 국가다. 포르쉐는 전 세계 마켓을 5개로 분류해 세일즈를 전개하는데 그중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과 함께 ‘V5’ 그룹에 속한다. 놀라운 건 한국 시장의 상승세다. 2010년에는 고작 699대가 팔렸지만 2023년에는 1만501대가 팔리며 약 15배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2986대에서 7936대로 늘어나 약 2.6배 성장에 그쳤다.
“포르쉐는 뛰어난 E-퍼포먼스, 새로운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 그리고 인상적인 디자인을 통해 마칸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태양광 전지와 열대 수목이 한데 어우러진 싱가포르의 자랑거리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마칸 일렉트릭을 언베일링하며 포르쉐 AG 이사회 회장이자 폭스바겐 그룹 회장인 올리버 블루메가 남긴 말이다. 밑줄을 그어야 할 지점은 ‘새로운 차원’이다. 출장 중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포르쉐 911과 타이칸 중 1대만 골라야 한다면 어떤 차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6명의 기자가 3 대 3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재미있는 건 비교적 나이가 많은 기자들이 911을, 젊은 기자들이 타이칸을 골랐다는 사실이다. 서킷에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빠르게 질주하다가도 도심에 들어서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사하는 타이칸의 팔색조 같은 매력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911과 타이칸 중 어떤 차가 더 훌륭한가가 아니다. 블루메 회장의 말처럼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꿈꾸던 차를 찾지 못해 직접 포르쉐를 만들었다”라고 말한 포르쉐 박사처럼 포르쉐는 항상 혁신에 도전해왔다. 카이엔이 등장했을 땐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를 만든다고?’, 타이칸이 등장했을 땐 ‘스포츠카 브랜드가 전기차를 만든다고?’ 같은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그들은 보란 듯이 높은 판매량과 완성도를 이뤄냈다.
국내 출시는 하반기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 발표는 아니다. 주행 가능 거리와 가격 역시 미정이다. 장기적으로 마칸 일렉트릭이 내연기관 마칸을 대체한다는 게 포르쉐의 큰 그림이지만, 유럽을 제외한 북미와 아시아에선 당분간 여전히 가솔린 엔진을 품은 마칸을 판매한다. 첫 공개한 마칸 4와 터보 외 GTS나 터보 S 같은 추가 트림의 등장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같은 결과를 만날 것이다. 그게 포르쉐가 가진 힘이다.
PORSCHE MACAN 4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66.3kg·m
가속력(0→100km/h) 5.2초
가격(VAT 포함) N/A
PORSCHE MACAN TURBO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639마력
최대 토크 115.2kg·m
가속력(0→100km/h) 3.3초
가격(VAT 포함) N/A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포르쉐코리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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