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레픽 아나돌 : 인공지능이 상상한 자연을 보다
서펜타인 갤러리와 모마의 관객들을 사로잡은 레픽 아나돌이 푸투라 서울의 개관전으로 한국을 찾았다. 글로벌 순회전시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를 기획한 큐레이터 클로드 아질과 레픽 아나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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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m 높이의 푸투라 서울 메인 홀에 설치된 레픽 아나돌의 대규모 자연 모델(LNM)을 활용한 작품. 왼쪽이 레픽 아나돌 오른쪽이 클로드 아질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생성형 모델이 있습니다. 이번에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자연에 특화된 ‘대규모 자연 모델’(Large Nature Model) 역시 그중 하나죠. 다른 생성형 모델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레픽 아나돌(이하 ‘레픽’) 제가 AI 작업을 처음 시작한 게 아마 8년 전일 겁니다. 당시 구글의 ‘아티스트+머신 인텔리전스’(AMI)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특별한 교육을 받았지요. 그때 이후 저희만의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것은 제 오랜 꿈, 숙원 중 하나였습니다. 저희 스튜디에선 50억 개의 이미지를 데이터로 수많은 AI 모델을 트레이닝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400여 개의 생성형 AI 모델을 트레이닝했지요. 그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가 바로 자연의 데이터를 고려하고 데이터의 관계성을 학습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대규모 자연 모델’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연 언어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odel)에는 익숙해요. (챗 GPT와 같은 모델들이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이제는 거의 인류의 파트너 같은 존재가 되었지요. 지금까지 이러한 AI는 인간의 사고 또는 인간의 추론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전 여기서 우리가 놓치는 것이 바로 자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새로운 모델을 통해 자연이 갖고 있는 지능 또는 자연의 중요성을 환기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해 뭔가를 생성하고자 할 때 프롬프트를 던지면 AI가 그걸 해석하고 그에 적합한 결과를 생성해내지요. 그런데 대규모 자연 모델은 어떤 프롬프트를 어떤 과정을 통해 해석하고 결과물을 창조하는지 궁금합니다.
레픽 ‘LNM’은 일종의 교육 리서치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치 백과사전 같은 기능을 하지요. 세상에는 너무도 방대한 동물과 식물의 종이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수선화’라는 꽃 이름은 알지만, 아마존에 존재하는 9개의 수선화 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요. 대규모 자연 모델은 이런 모든 방대한 자연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의 향기를 상상해줘’라는 프롬프트를 던지면 그 향기 분자의 블렌드를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있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흙이 어떤 향기 물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 데이터가 있으니까요.
아주 오래전에 한 작가와 인터뷰할 때 “자연 자체는 추상”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시각화되어 전시된 작품의 경우 추상을 추상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클로드 아질(이하 ‘클로드’) 모든 신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추상이지요. 저희는 AI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 또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활용 정도를 개선해준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가 하는 것은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것이 아니라 AI를 새로운 도구로 삼아 기자님이 추상이라고 말한 자연을 더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일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명징하는 것이죠.
레픽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연은 가장 발전된 형태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수세기 동안 많은 아티스트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죠. 모네나 모란디처럼요. 저는 자연을 단순히 향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 자연을 해석하고 연구하려 합니다. AI와 함께요. 나무에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다른 종과 어떻게 다른지, 토양에 따라서는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를 살펴보고 그렇게 이해한 자연의 방식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 예술 창작의 작동 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전의 아티스트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대하는군요.
클로드 예전의 아티스트들이 1 대 1의 관계 혹은 1 대 1의 방식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작업했다면 레픽의 작업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세트와 집단 지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협업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이요.
현대미술에서 레픽은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고 생각하나요?
클로드 레픽은 동시대 미술에서 굉장히 특별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또 역사상으로도 수많은 이들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었지요. 레픽이 특별한 점은 그가 비주얼 아티스트 혹은 비주얼 아트라는 세계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순수 과학에 더 가까운 요소들이 그의 창작에 담겨 있지요. 실제로 그의 스튜디오는 아트 스튜디오가 아니라 마치 실험실 혹은 리서치 센터처럼 운영되거든요. 전 그를 보면서 조지 루카스나 초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의 모든 작업이 자연친화적인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 또한 그가 수집한 모든 데이터 세트가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점 역시 레픽을 특별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종종 나오는 질문이지만, 레픽의 작품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비평가들도 있습니다. 한 유명 비평가는 ‘스크린 세이버’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레픽 MoMA에서 제 작품을 선보였을 때 발표된 24개의 리뷰 중 23개는 긍정적인 평가였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기성세대 평론가라 할 수 있는 단 한 분만 혹평했죠. 전 그분이 디지털과 관련한 모든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나 알고리즘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스튜디오 방문도 하지 않는 평론가였어요. 제가 존경하는 백남준 작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한계를 실험했지요. 그리고 당대에 수많은 평론가가 그에게 혹평을 던졌습니다. 지금 그 평론가들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백남준의 이름은 남아 있지요. 저는 이제 미술평론가들도 굉장히 꼼꼼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작품을 비평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른 평론가보다 AI가 저를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이번 전시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는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초연했을 당시 7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클로드 맞아요.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줬는데, 제가 가장 놀란 건 관람객들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두 살짜리 아기부터 노년의 관람객들까지 테크놀로지 세계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저희 전시를 찾아줬지요. 다른 갤러리에서는 본 적이 없는 현상이었어요. 두 번째는 이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점입니다. 서펜타인 갤러리에는 모마처럼 관람객의 관람 시간을 트래킹하는 기술은 없지만, 제가 직접 본 바에 따르면 정말 오랜 시간을 작품 앞에서 감상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관람 방식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과 상호 작용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에는 어떤 장애물도, 접근을 제한하는 제한선도 없거든요. 자유롭게 그야말로 ‘토털 인스톨레이션’ 형식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에, 관람객은 작품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ASSISTANT 송채은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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